태영건설의 운명이 결정되는 ‘제1차 채권단협의회’가 11일 열린다. 태영 측은 워크아웃(기업구조개선작업) 개시 동의를 위한 채권단 막바지 설득에 나섰다. 다만 채권단 수가 609곳에 달하는 만큼 이들을 설득해 채권액 기준 75% 동의를 얻어낼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10일 태영건설의 주채권은행인 KDB산업은행에 따르면 이날 오전 태영건설 워크아웃 추진과 관련해 주요 채권자 회의를 개최했다. 회의에는 산은을 비롯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IBK기업은행과 새마을금고중앙회, 농협중앙회, 신협중앙회, 저축은행중앙회, 여신금융협회 관계자가 참석했다. 태영 측에서는 TY홀딩스와 태영건설 최고재무책임자(CFO)가 참석해 추가 자구안을 설명하고, 워크아웃 개시 필요성을 채권단에 호소했다.
태영건설은 워크아웃이 개시되면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장 정상화를 위해 사업장별 진행 단계와 사업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PF대주단과 신속-긴밀하게 처리방안을 수립할 것이라고 했다. 또한, 공공·환경 등 경쟁력이 있는 사업 중심으로 재편할 계획이라고 했다. 태영그룹은 전일 윤세영 창업회장과 윤석민 회장이 발표한 자구계획의 내용과 자구계획을 충실하게 이행할 것이라는 점을 명확하게 설명했다.
태영 측은 △태영인더스트리 매각대금 1549억 원의 태영건설 지원 △에코비트 매각추진 및 매각대금의 태영건설 지원 △블루원 지분 담보제공 및 매각 추진 △평택싸이로 지분(62.5%) 담보제공 등 4가지를 이미 이행했거나, 이사회 결의를 완료하고 공시했다.
여기에 추가 자구안을 통해 TY홀딩스는 SBS미디어넷(95.3%)과 DMC미디어(54.1%) 지분을 담보로 하는 리파이낸싱이나 후순위 대출을 통해 기존 담보대출(760억 원)을 초과하는 금액을 태영건설에 지원하기로 했다.
만일 태영건설의 유동성 부족이 발생하면 계열주(윤세영·윤석민) 보유 TY홀딩스 지분(1310만 주)과 TY홀딩스가 보유한 SBS 지분(670만 주)을 신규자금 지원을 위해 태영건설 채권단에 담보로 제공하기로 했다.
회의에 참석한 주요 채권단은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개시 필요성에 공감했다. 워크아웃이 진행돼야 협력업체, 수분양자, 채권자 등 많은 이해관계자들의 손실과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산은 관계자는 “태영 측이 자구계획을 차질없이 이행하고 태영건설 관리에 만전을 기해 채권단과 사회적 신뢰를 회복해 워크아웃이 성공적으로 진행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문제는 그동안 주요 채권 은행을 중심으로만 설득에 나선 점이다. 주요 채권 은행이 소유한 태영건설의 채권 보유 비중은 33% 수준이다. 이들이 모두 찬성하더라도 남은 67% 중 42% 이상을 끌어와야 워크아웃 개시가 가능하다.
이 때문에 이날 회의에서는 새마을금고중앙회, 농협중앙회, 신협중앙회, 저축은행중앙회, 여신금융협회 관계자를 불러 설득에 나섰다. 시간이 촉박한 만큼 중앙회나 협회를 통해 각 기관 지점별 설득을 요청한 것이다. 실제로 단위 농협이나 지역 금고 등이 300여 곳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태영 측이 이들을 일일이 설득하기 위한 시간이 없는 만큼 협조를 요청한 셈이다.
다만 일부 중소금융사 채권단의 경우 3일 열린 채권단 설명회 이후 태영 측으로부터 그 어떤 추가 설명도 들을 수 없었고, 산은 실무자와의 연결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며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한 채권단 관계자는 “채권단협의회가 코앞인데 태영 측의 추가 자구안 등에 대한 이야기를 언론을 통해서만 알 수 있었고, 그 어떤 안내나 설득도 없었다”며 “진정 워크아웃에 대한 의지가 있는건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채권단 관계자는 “그래도 무난히 태영건설 워크아웃은 이뤄질 것 같은 분위기”라면서도 “태영 측은 4월까지 진행되는 실사 과정에서 자구계획을 성실히 이행하고 추가 부실이 없도록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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