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10월엔 “주적은 전쟁 그 자체”라고 주장…尹정부 출범뒤 기류 바뀌어
총선 앞두고 위기국면 조성 가능성…대내 결속위해 ‘외부의 적’ 필요 분석도
(서울=연합뉴스) 현혜란 기자 =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8∼9일 군수공장을 돌아보며 ‘대한민국은 주적’이라고 규정했지만, 그는 불과 2년여 전만 해도 ‘남측은 주적이 아니다’라고 밝혔던 터라 입장이 바뀐 배경이 주목된다.
김 위원장은 2021년 10월 국방발전전람회 연설에서 “우리의 주적은 전쟁 그 자체이지 남조선이나 미국 특정한 그 어느 국가나 세력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 직후엔 외무성 대변인이 “미국과 남조선은 우리의 주적 대상에서 배제됐다”고 밝혔고, 김 위원장의 동생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도 2022년 4월 “이미 남조선이 우리의 주적이 아님을 명백히 밝혔다”고 확인한 바 있다.
이런 기류는 2022년 5월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이후 북한을 적으로 규정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한 이후 달라졌다.
김여정은 2022년 8월 “남조선 괴뢰들이야말로 우리의 불변의 주적”이라고 목소리를 높였고, 김정은은 2023년 1월 1일 보도된 전원회의 보고에서 남측을 두고 “의심할바 없는 우리의 명백한 적”이라고 못 박았다.
김 위원장은 지난 연말 전원회의에서 남북관계를 ‘적대적인 교전국’으로 규정하더니 이번엔 ‘주적’이라며 “기회가 온다면 주저 없이 수중의 모든 수단과 역량을 총동원해 대한민국을 완전히 초토화해 버릴 것”이라고 위협하기에 이른 것이다.
물론 북한은 과거에도 종종 남측을 ‘주적’이라고 표현해 왔다. 조선중앙통신은 2020년 6월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청사를 폭파한 원인을 제공한 것은 남측에 있다고 주장하며 ‘주적’이라는 표현을 썼다.
그러나 김정은이 직접 주적이라고 규정한 것은 처음으로, 이는 남측과의 대결 구도를 더욱 명확하게 하며 긴장을 고조시키려는 의도라는 분석이 나온다.
일각에선 한국의 4월 총선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 의도적으로 남북관계의 긴장감을 높이고 있다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군사 위협으로 윤석열 정부의 대북정책 실패를 부각하려는 것 아니냐는 논리지만, 과거 선거에서 북한의 도발이 보수세력 결집으로 나타난 경우도 적지 않아 북한의 의도를 예단할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외부의 적을 내세워 내부 결속을 다지려는 의도일 수도 있다.
김인태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북한 내부 분위기가 쉽지 않은데 주민들을 독려하는 중요한 수단 중 하나가 핵무력 강화를 통한 대적 분위기 고양”이라고 분석했다.
배경이야 어찌 됐든 김정은이 직접 한국은 주적이라고 규정했기 때문에 앞으로 북한의 대남 위협수위가 높아져 당분간 대치 국면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김정은의 발언은 곧 당의 방침이고 정책 노선화된다”며 “향후 대남 초강경 행보가 군사를 비롯한 다양한 부서에서 가시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runr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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