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포털 다음이 ‘격변’하고 있다. 지난해 5월 정치권 압박 등의 영향으로 다음과 네이버는 언론사 제휴를 공동으로 심사하는 뉴스제휴평가위원회 운영을 중단했다.
이후 네이버보다 다음의 행보가 더 파격적이다. 제평위 해산 후 다음은 뉴스 댓글에 24시간만 댓글을 달 수 있도록 하는 ‘타임톡’ 기능을 도입했고, 검색 시 콘텐츠제휴사(CP) 기사만 볼 수 있는 탭 기능을 도입하더니 결국 검색 기본값에서 검색제휴사를 배제하고 146개 CP사 기사만 노출하기 시작했다. 지난달 27일엔 모바일을 개편하면서 아무런 예고 없이 29개 CP사만 임의로 선별해 첫 화면 상단에 노출하고 있다.
다음이 첫 화면에 노출한 29개 CP사는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한겨레, 경향신문, 서울신문, 세계일보, 한국일보, 국민일보, 문화일보, 헤럴드경제, 연합뉴스, KBS, SBS, MBC, YTN, 연합뉴스TV, JTBC, MBN, 채널A, 이데일리, 매일경제, 한국경제, 아시아경제, 뉴스1, 뉴시스, 파이낸셜뉴스, 서울경제, 머니투데이 등이다.
29개 매체 중 진보 언론으로 분류되는 매체는 한겨레와 경향신문, MBC, JTBC 등 4곳이다. 그동안 여당 일각에선 지속적으로 다음과 네이버에 진보성향 인터넷 CP 매체에 대한 퇴출 등 조치해야 한다고 입장을 내왔다.
모바일 첫 화면 29개 CP사만 노출 2주째… 다음 “지켜보는 중”
지난달 27일 다음은 CP사 대상 모바일 개편을 단행했는데, 첫 화면 상단에 29개사만 노출시켰다. 개편에 앞서 146개 CP사를 상대로 진행된 지난달 8일 <다음뉴스 개편 온라인 설명회>에서는 이 같은 기준을 말하지 않았다. 모바일 개편 직후인 지난달 29일 다음 관계자는 “(자체 판단 기준) 시사·종합에 속해있는 29개 매체를 추천해 주고 있다. 초기라서 그렇고, 점점 늘릴 계획이다. 서비스가 안정화되면 늘리겠다”고만 말했다.
그러나 2주가 지난 뒤인 9일에도 다음 관계자는 “이제 2주 정도 지난 거라 초기 단계로 본다”는 말만 반복했다. 이 관계자는 어느 정도를 초기 단계로 보고 더 지켜봐야 할지도 모르겠다고도 했다.
비노출 CP사들은 정확한 기준이 없다는 점을 지적했다. CP사인 A매체 관계자는 “기준이 불분명하고 (개편 전 설명회에서) 사전 고지도 안 됐었다. 29개에서 빠진 이유를 메일로 질문했더니 테스트 기간이라는 말만 반복했다. 그럼 언제 들어갈 수 있는 거냐고 물었더니 답변이 아예 안 온다. 당혹스럽다. 굉장히 포털의 무책임한 자의적 판단”이라고 비판했다.
A매체 관계자는 이어 “이렇게 투명하지 않게 개편을 적용하게 되면 음모론적 시각이 횡행할 수밖에 없다. 정권 눈치보기 하면서 보수적인 매체가 아니면 패널티를 준 거로 느껴진다”며 “29개 랜덤으로 노출되지 않으면 신규 구독자가 늘지 않는다. 다음이 자신들의 회사 상황에 맞물려 무책임한 행동을 하고 있다. 음모론을 잠잠하게 하려면 투명하고 공정한 기준과 그에 대한 설명이 필요하다. 검색 기본값에서 검색제휴사들을 배제한 것 역시 그렇다”고 말했다.
또 다른 CP사인 B매체 관계자도 “(그 소식을 알자마자) 세게 항의했다. 그랬더니 자신(다음)들의 회사 상황을 설명하고 여기저기서 이야기를 듣고 있다고 말했다. 개편 방향을 검토해보겠다고 하더라. 기다려 달라고 했다”며 “너무 황당했다. 저희 회사를 빼놓을 수는 없다. 그런 취급을 당하니 매우 기분 나쁘고 불쾌하다”고 말했다.
CP사인 C매체 관계자는 “당황스러웠다. 레거시 매체는 포털 공간에서도 매체력에 따른 차등 노출을 바라겠지만, 포털은 오프라인보다 다양성을 확보하는 뉴스 정책을 하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며 “그런데 인터넷매체가 전반적으로 다 배제된 부분은 아쉽다. 추이를 지켜보겠다”고 했다.
다음은 시사·종합 매체만 노출하고 있다는 입장인데, 종이신문들은 다수 포함된 반면 온라인 종합지 역할을 하는 오마이뉴스, 노컷뉴스 등이 포함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기준이 모호하다. 당초 CP 경제지로 함께 분류됐던 더스쿠프, 비즈워치 등 매체도 배제됐다.
29개 CP사 모바일 첫 화면 개편에 앞서 지난해 11월22일 다음은 검색 시 검색제휴사 1176개를 배제해 논란이 됐다. 한국인터넷신문협회는 지난 4일 세종시 공정거래위원회에 낸 진정서에서 “1176개 검색제휴 언론사는 사실상 서비스에서 퇴출되는 결과를 맞았다. 일방적 뉴스 검색 정책 변경은 우월적 지위를 남용한 불공정행위일 뿐 아니라 중소 언론의 정상적 언론 활동을 방해한 조치”라고 비판했다.
정치적 압박에 취약했던 다음, 뉴스 포기 절차 밟나
다음이 결국 뉴스 서비스를 포기할 거라는 분석도 나온다. 심영섭 경희사이버대 겸임교수는 “언론사와 뉴스제휴를 하지 않는 수순으로 갈 거다. 검색 점유율이 4%밖에 안 되는 상황에서 뉴스를 서비스하면서 그에 따른 기회비용을 쓸 필요가 없을 거다. 결국 구글식으로 가지 않겠나. 로그인한 독자 개인에 취향에 맞춰서 서비스가 변경될 것”이라고 말했다.
심영섭 교수는 이어 “수익성 측면에서 뉴스 서비스가 불필요해진 상황에서 다음은 오히려 정치권 압박을 핑계로 서비스를 포기할 거다. 출구전략이 필요했던 것”이라며 “이제 네이버의 최대 경쟁자는 다음이 아닌 구글이 될 거다. 생성형 AI 개발에 더 집착하게 될 거다. 그러나 정치권의 영향으로 네이버는 방해받고 있고, 구글은 혁신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다음은 정치권의 압박이 있을 때마다 뉴스 등 서비스를 축소하는 서비스 개편을 단행했다. 윤석열 정부 집권 후 정부여당이 포털을 ‘가짜뉴스 유통 경로’로 규정하며 포털 압박이 이어진 가운데 타임톡 도입과 언론 노출 방식의 변화 등이 이어졌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양대 포털에 뉴스타파 보도에 ‘심의 중’ 표시를 하라고 압박하자 이를 수용했다. 지난해 10월 항저우 아시안게임 한·중 축구 8강전에서 중국 응원 점유율이 높아 논란이 정부의 압박이 이어졌고 다음은 과다 응원 IP를 수사 의뢰한다고 밝혔다.
2008년 이명박 정부가 정부 비판 여론의 중심지였던 다음 아고라를 압박하자 아고라 서비스는 눈에 띄지 않는 곳으로 옮겨졌고 투자도 줄었다. 2010년 다음은 행정수도 이전 논란 때 정부의 홍보성 게시글을 중점 배치하는 등 성격이 급변해 논란이 일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