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호 국민의힘 동작갑 예비후보 인터뷰
尹캠프·최재형 의원실 거친 실무 정치인
“조국 사태 모순에 정치 투신 결심했다
21대는 패거리 국회…직접 바꾸고 싶어”
고(故)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기업은 2류, 행정은 3류, 정치는 4류”라고 말해 큰 파장을 일으켰던 1995년 ‘베이징 발언’으로부터 30년에 가까운 세월이 흘렀다. 과연 그 사이에 우리 정치는 4류에서 조금이라도 랭크가 올랐을까. ‘헌정사상 최악’이라는 평가를 받는 21대 국회의 모습을 보며, 일말의 기대마저 내려놓는다는 국민이 적지 않다.
과연 우리 정치, 우리 국회, 우리 정당은 무엇이 문제이며, 어떻게 해야 ‘4류 정치’를 청산하고 선진 정치로 나아갈 수 있을까. 데일리안은 ‘4류정치 청산’을 주제로 하는 연속 인터뷰를 통해 그 길을 찾아보고자 한다. 그 서른여덟째 순서로 서울 동작구갑에 출사표를 던진 국민의힘 김준호 예비후보를 만났다.
김 예비후보는 1988년생, 올해 35세다. 청년 정치인이다. 부산에서 태어난 김 예비후보는 동천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영국 런던의 사우스뱅크 대학교에 입학해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이후 한국으로 돌아와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에서 행정학으로 석사 학위를 받고 서울대 국가재정연구원의 연구원으로 사회에 처음 발을 디뎠다.
약력을 여기까지만 보면 김 예비후보는 정치권과는 거리가 먼 인생을 살아온 것처럼 보인다. 김 예비후보 역시 그렇게 생각했다. 학자의 길을 걸으려 했던 김 예비후보에게 ‘정치’라는 단어는 괴리감이 있는 단어였다.
하지만 김 예비후보의 인생이 바뀌기 시작한 건 2019년 ‘조국 사태’가 터지면서다. 김 예비후보는 그때 상황을 “문재인 정권이 보여줬던 조국 전 법무부 장관에 대한 모순적 행태가 학자를 꿈꿨던 나를 현실 정치로 끌어 들이게 했다”고 회상했다.
나라가 온통 불공정·비상식적으로 보이던 그의 눈에 들어온 한 정치인이 있었다. 문 정부가 폐쇄를 추진하던 ‘월성 1호기 경제성 평가’에서 오히려 원리·원칙에 맞는 철저한 감사를 실시해 정부와 대립각을 세웠던 최재형 당시 감사원장이 그 주인공이었다. 김 예비후보는 공정과 상식을 대변하던 최 전 원장이 대선후보로 정계에 입문하자마자 주저 없이 캠프로 들어갔다.
처음 마주한 현실 정치는 녹록치 않았다. 최재형 후보는 경선에서 떨어졌고, 윤석열 대선후보 선거대책본부에 상임고문으로 합류했다. 이에 김 예비후보도 윤 대선후보의 서울선대위 청년보좌역으로 자리를 옮기게 됐다.
대선을 한 달 앞둔 시점인 2022년 2월 10일 종로구에 최재형 후보가 전략공천되자 김 예비후보는 최재형 캠프로 다시 합류했다. 그곳에서 그는 입술이 부르트고 다리가 후들거릴 정도로 고초를 겪으며 최 후보를 도와 결국 당선의 기쁨을 함께 맛봤다. 그리고 그 이후엔 최재형 의원실에 선임비서관으로 합류하게 된다.
그렇게 마주한 정치의 현실은 참담한 수준이었다고 김 예비후보는 회고했다. 그는 “사실 매 국회마다 사람들이 역대 최악이라는 말을 많이 하는데 이번 국회는 권력에 줄 서고 자기 안위만 생각했던 말 그대로 최악의 국회였다”며 “패거리나 동아리 국회였다. 특히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한 명을 살리기 위해 온 당이 동원되는 모습을 보면서 환멸을 느끼기까지 했다”고 토로했다.
그는 우리나라 정치가 여전히 4류에 머물러 있는 이유도 같은 원인에서 찾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 예비후보는 “권력자의 눈에 들기 위해 국민이나 지역주민을 위해 일하는게 아니라 여의도만 보고 줄서기 정치만 하다 보니 4류 정치가 지속되고 있는 것”이라며 “총선이 다가오고 있는데도 ‘권력자에게 잘 보여야 살아 남는다’는 건 근본적으로 변하지 않고 있다. 진짜 일을 잘해 인정받는 사람들이 살아남는 정치 토양이 없는 한 4류를 벗어날 수 없을 것”이라고 피력했다.
비교적 짧은 정치경력과 국회에 대한 환멸을 느꼈음에도 김 예비후보가 이번 총선에 출사표를 던지고 직접 ‘플레이어’가 되겠다고 생각한 건 역시 현실정치에 대한 목마름 때문이었다. 그는 “두 아이의 아빠다. 최재형 의원을 도우면서 보건복지위원회에서 일을 했는데 정말로 아이들을 위해 지금 이 나라를 물려주기가 두려웠다”며 “명확한 답을 내놓은 정치인이나 뛰어난 아이디어가 나와도 결국 정쟁에 묻히기 일쑤였고, 바뀌는 건 없었다. 이럴 바에 진짜로 내가 한 번 바꿔보자 싶었다”고 말했다.
그런 만큼 그는 저출산과 육아정책에 대한 관심을 드러냈다. 김 예비후보는 “저출산과 육아 정책은 우리나라의 명운을 좌우할 수 있을 만큼 큰 문제인데, 아직 정치는 명확한 답을 내놓지 못한 상황”이라며 “실제 정치인 중 저출산과 육아와 관련한 전문가가 없기 때문인데, 그건 현재 실제로 그 상황(출산·육아)에 살고 있는 사람이 없어서라고 본다. 오히려 나와 같이 실제로 이를 매일 겪고 있는 사람이 저출산과 육아의 문제점을 짚고 해결할 수 있다고 본다”고 힘줘 말했다.
김 예비후보가 정치의 출발점을 ‘동작갑’으로 삼은 것 역시 위의 두 가지 이유와 일맥상통하다. 김 예비후보는 지난 8일 동작갑 예비후보 등록을 마치고 당내 경선을 준비하고 있다. 그는 “한강 벨트를 많이 얘기하는데, 한강 인접 지역 중 동작구만 한강 공원이 없다. 아이가 있어도 가족 단위로 동네에 편히 쉬러 갈 공간 하나조차 없는 것이다. 노량진이나 대방동 쪽을 개발하면 잠실·반포·뚝섬처럼 가족들이 갈 수 있는 동작구민들의 한강공원을 만들 수 있는데도 여태 움직임조차 없었다”고 지적했다. 아이들이 편하게 다닐 수 있는 공간조차 확보하지 못하고서 저출산 해결을 이야기하는 것이 어불성설이란 취지의 주장이다.
이어 “이런 동작구의 정체는 20년간 이 지역을 점령했던 민주당에 있다고 본다. 현역 김병기 의원은 동작에 오기 전까지 한 번의 연고조차 없는 인물이었고, 문재인 전 대통령의 간택을 받아 들어온 이후 지금은 이재명 대표의 가신이 돼 있다”며 “이렇게 특정 권력자의 눈에 들기 위해 노력하는 정치가 내가 10년 넘게, 내 아이 둘의 고향인 동작을 멈추고 있다고 본다. 이런 것들을 직접 한 번 바꿔보고 싶어 동작을 선택했다”는 뜻을 피력했다.
동작갑은 쉬운 곳이 아니다. 김병기 민주당 의원이 재선으로 버티고 있고, 그 전에는 전병헌 민주당 전 의원이 내리 3선을 한 야권 성향이 강한 지역이어서다. 그런 만큼 김 예비후보에게 이번 총선은 단순히 정치의 진입이라는 이유뿐 아니라 지역에서의 편견을 깨부숴야 하는 이유에서도 어려울 수밖에 없다.
김 예비후보는 “(동작갑 총선은)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라고 본다. 거대한 몸집을 지닌 골리앗은 기득권 스타일의 싸움을 준비해온 사람이고 다윗은 전장을 잘 파악하고 가벼운 몸에 기득권 하나 없이 싸움에 이기기 위한 준비가 돼 있는 원거리형 전투가였다”며 “나 역시 가볍다. 아무런 기득권이 없다. 그만큼 패기와 기동성을 중심으로 한 새 아이디어로 기존 정치문법과는 다른 준비를 하고 있기 때문에 모든 기득권을 갖고 있는 골리앗과 충분히 싸워볼만하고 충분히 승산 있다고 생각한다”고 자처했다.
끝으로 그는 처음 정치에 진출하는 만큼 당선이 된다면 한 가지 주제에만 집중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김 예비후보는 “저출산·육아 정책과 동작구민들만을 위해 4년을 보낼 준비가 돼 있다”며 “저출산 해결을 위해 국가에서 20년 동안 200조원을 썼단 통계가 있는데 출산율은 오히려 낮아졌다. 국가에 대한 정책이 20년 전 젊은 세대나 지금이나 어필 되지 않고 매력적이지 않다는 의미다. 그런 만큼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다윗과 골리앗이 싸울 때 당연히 골리앗이 이길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다윗이 이겨서 수천년간 회자 되는 것이 아니냐”라며 “그런 전설을 한 번 써보고자 한다. 꼭 이겨서 동작의 변화를 이끌고 동작구민의 쾌적한 주거 환경이나 삶의 질 향상을 확실하게 이뤄낼 수 있는 정치를 하고 싶다”고 다짐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