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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돈 칼럼] 수출부진 고착화 …새롭고 혁신적인 대책 찾아라

아주경제 조회수  

신세돈
[신세돈 숙명여대 교수]

 
■ 고착화되는 역대급 수출 역성장
 
지난해 말부터 수출이 13개월 만에 증가세로 반전되면서 수출회복에 대한 기대가 높아졌다. 반가운 소식이기는 하지만 찬찬히 들여다보면 마냥 희망적이지 않다. 2023년 수출은 통관기준 6327억 달러로 전년대비 7.4% 감소했다. 1971년 이후 지난 53년 동안 수출이 역성장한 경우는 딱 아홉 번 있었는데 2023년 수출감소는 역대 5위급 역성장이다. 주목할 것은 아홉 번의 수출 역성장 중에서 여덟 번이 모두 2000년 이후에 발생했다는 점이다. 특히 그 여덟 번 중 다섯 번은 최근 10년 사이에 일어났다. 2015년, 2016년, 2019년, 2020년 그리고 2023년에 수출 역성장이 있었다. 역대 5위 역성장 경우 중 세 차례인 2019년, 2015년, 그리고 2023년도 모두 최근 10년 내에 일어난 역성장이다. 반도체 특수가 있었던 2017년과 2018년을 제외하면 2015년부터 2019년까지 연속적으로 수출이 부진했고 이어서 발생한 코로나 팬데믹으로 2020년과 2023년의 수출부진으로 이어진 셈이다. 이번 2023년 수출부진이 특별히 중요한 우려를 던지는 이유는 최근 10년 사이 수출부진이 고착되고 있다는 점이다.
 

[그림.1] 1971년 이후 수출역성장과 순위

 

 
■ 우리나라 수출부진은 세게 수출부진보다 더 심하다.
 
우리나라 수출이 역성장한 그 원인이 나라 안에만 있는 것은 물론 아니다. 2000년 이후 우리나라 수출이 역성장 했던 여덟 번 중에서 일곱 번의 경우 세계수출 또한 동반 역성장했다. 이는 세계 경제와 무역환경이 둔화되면 우리나라 수출 또한 역성장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말해 준다. 따라서 수출부진을 전적으로 우리나라 탓으로 돌릴 수는 없다. 그런데 중요한 사실은 2010년 이후 들어 세계 수출증가율보다 우리나라 수출증가율이 더 낮은 경우가 매우 잦아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2018년 이후 2023년까지 6년 동안 우리나라 수출증가율이 세계 수출증가율보다 높았던 적은 2020년 단 한 번 밖에 없고 나머지 다섯 번 모두 우리나라 수출증가율이 세계 수출증가율보다 더 낮았다. 그리고 그 격차도 5% 미만이던 과거와는 달리 거의 10%에 이를 정도로 커지고 있다. 특히 2018년 이후 수출증가율이 세계 수출증가율보다 10% 가까이 현저히 낮아지면서 고착화 되고 있는 점은 세계무역의 둔화요인 이외에 한국의 수출을 부진하게 만드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는 것을 강하게 시사하는 것이다. 그것은 급격한 임금상승으로 인한 경쟁력 약화와 노동생산성 및 기술혁신의 둔화, 강화되는 각종 규제, 그리고 경쟁국가의 출현 때문일 것이다. 빠른 임금상승, 노동생산성 증가의 둔화, 기술혁신 부재, 그리고 국내 규제강화에 따른 종합적 경쟁력 퇴보의 밑바탕 위에 강력한 수출경쟁국의 출현은 기술적 우위를 확보하지 못한 산업의 수출을 지속적으로 둔화시켜 왔던 것으로 판단된다.
 

[그림.2] 우리나라 수출증가율과 세계 수출증가율의 차이

 

■ 한두 산업을 제외하면 거의 전 산업의 수출부진이 지속되고 있다.
 
수출산업의 장기적인 경쟁력 상실에 따라 일어나는 수출실적 부진은 통계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최근 몇 년 수출실적을 보면 한두 산업을 제외하면 거의 모든 산업의 2023년 수출금액이 2018년 수준보다 못하다. 우리나라 수출 10대 품목의 경우 2018년 수출을 100으로 보면 HSK 2단위 품목번호 87(자동차 등 운송장비)이 150.2, 품목번호 27(석유류)이 111.5, 그리고 품목번호 28(무기화학제품류)이 310.0으로 증가했을 뿐 나머지 일곱 산업 수출은 100보다 낮거나 겨우 100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실정이다. 품목번호 29(유기화학품)는 82.5, 광학기기(HSK90)는 59.7, 반도체류(HSK 85)도 90.3에 불과하다. 따라서 한두 품목을 제외하면 수출부진은 상당히 오래 고착되어 왔음을 말해주고 있다. 만약 근본적인 수출 진작 정책을 수립하지 않는다면 수출부진은 더욱 고착화 될 것이며 그에 따라 일자리 부족은 물론이고 산업 불균형과 수입의존도는 더욱 커지면서 무역수지 흑자 기반의 위축과 국가경제의 안정성이 크게 저해 될 것이다.
 
 

■ 수출진작 정책은 성장률 제고 정책이 아니다.
 
수출 진작은 성장률을 높이는 정책이 아니다. 수출이 우리나라 성장률에 기여하는 정도는 생각보다 높지 않다. 예컨대 수출이 26%나 증가한 2021년의 경우 경제성장률은 4.3%였는데 순수출이 성장에 기여한 정도는 0.7%포인트에 불과했다. 2022년도 수출증가율은 6.1%였지만 순수출의 성장기여도는 0.1%포인트에 그쳤다. 수출이 크게 증가해도 경제성장률에 기여하는 정도가 낮은 이유는 크게 두 가지 이유 때문이다. 하나는 통상적으로 수출증가는 수출금액의 증가를 말하는 것이지만 경제성장률은 수출물량이 증가해야만 성장에 기여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최근 반도체 가격상승에서 보듯이 수출가격이 상승하여 수출금액이 늘어나는 경우에는 수출이 늘어나도 성장률이 상승하기는커녕 물량이 줄어들면서 성장률이 위축되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다. 다른 하나는 수출이 늘면서 부품소재 등 수입이 따라서 늘게 되면 성장에 기여하는 정도가 떨어지게 된다. 2021년이 대표적인 경우다. 수출의 성장기여도는 4.0%포인트였지만 수입 성장기여도가 –3.3%포인트가 되면서 순수출의 성장기여도는 0.7%포인트에 불과했던 것이다.
 
수출 진작이 필요한 것은 단순히 경제성장률을 높이자는 것이 아니라 근본적으로 경제와 산업의 세계적 선도성과 국가적 안정성을 확보하자는 목적 때문이다. 지금과 같이 1~2개 산업에 치중된 위태로운 수출산업 구조가 아니라 10대 수출산업이 골고루 세계적인 수출경쟁력을 갖추도록 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첫째로 질 높은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해 수출이 진작되어야 한다. 대부분의 질 좋은 일자리는 경쟁력있는 수출산업에서 창출된다. 자동차와 반도체는 물론이고 기계, 화학, 철강 등의 제조업은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용광로와 같은 산업들이다. 둘째로는 무역수지의 흑자 기반을 공고히 유지하기 위해서 수출산업의 균형적인 경쟁력 확보가 필요하다. 2022년 반도체류에서 약 800억 달러, 그리고 자동차류에서 약 540억 달러의 흑자를 이룩했지만 석유류에서만 적자가 1500억 달러였음을 생각하면 다른 수출산업에서 최소한 500억 달러 혹은 그 이상을 달성해줘야 무역수지의 흑자기조가 정착될 수 있을 것이다.
 
 
[그림.3] 2018년(100) 기준 10대 수출산업 수출금액

 

■ 균형있고 장기적이면서 근본적인 수출활성화 정책이 필요하다.
 
정부가 그동안 끊임없이 수출 활성화 정책을 추진해왔음은 모두가 주지하는 사실이다. 대통령 중심으로 수출전략위원회를 별도로 구성하여 여섯 차례 이상의 수출전략회의가 있었고 첨단산업전략회의도 여러 번 개최되었다. 매년 말 경제정책방향에서도 빠짐없이 수출 활성화 대책이 들어가 있었다. 2024년 경제정책방향에도 수출 7000억 달러 달성이라든지 해외수주 570억 달러 전략이 포함 되어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핵심 대책이라는 것이 수출목표를 더 높여서 설정하고 무역금융을 확대하는 것 말고는 뾰족한 대책이 없다. 2023년 경제정책방향에서 상반기 중에 발표하기로 약속했던 5대 분야(주력산업, 해외건설, 중소벤처기업, 관광콘텐츠부문, 디지털 및 우주산업) 수출경쟁력방안도 어떤 내용인지 찾아보기 힘들다. 무역금융이나 수출 바우처 확대만으로 수출이 활성화 되지는 않을 것이다. 첨단 산업은 물론이고 과거 우리나라의 전통 수출 주력 상품이던 품목과 산업을 중심으로 이들의 경쟁력이 퇴보, 낙오되지 않고 디지털 기술과 융합하여 첨단 수출품목으로 발돋움할 수 있도록 인프라, 인력양성, 해외협력, 기술이전 등 장기적이고 근본적이며 균형 잡힌 수출육성정책이 마련되어야만 할 것이다.

 신세돈 필자 주요 이력

▷UCLA 경제학 박사 ▷한국은행 조사제1부 전문연구위원 ▷삼성경제연구소 금융연구실 실장 ▷숙명여대 경제학부 교수
 

아주경제
content@www.newsbe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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