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에너지솔루션은 잠정실적 공시를 통해 2023년 연간 매출이 33조7455억 원, 영업이익은 2조1632억 원을 기록했다고 9일 밝혔다. 매출은 전년 대비 31.8% 늘었고 영업이익은 78.2% 증가한 수치로 역대 최대 실적을 거뒀다.
매출과 영업이익 증가율만 보면 전반적인 수익성이 개선된 모습을 보인다. 하지만 면면을 살펴보면 수익성은 여전히 개선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작년 영업이익 실적에는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 Inflation Reduction Act) 관련 세액공제 혜택(AMPC 45X)인 텍스크레딧이 포함됐다. 작년 1분기부터 IRA가 시행되고 배터리업체들이 제품 생산을 본격적으로 확대하면서 IRA 혜택이 영업이익 실적에 추가되기 시작했다.
분기별로 1분기 1003억 원, 2분기 1109억 원, 3분기 2155억 원, 4분기 2501억 원 등 총 6768억 원이 미국 정부 보조금 개념으로 LG에너지솔루션 영업이익 실적에 더해졌다. 해당 텍스크레딧 규모를 통해 LG에너지솔루션 미국 내 배터리 제품(셀·모듈) 생산 물량이 지속적으로 늘어났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배터리 셀이나 모듈을 많이 생산할수록 IRA 텍스크레딧 혜택도 증가하기 때문이다.
LG에너지솔루션이 받은 IRA 텍스크레딧을 제외한 영업이익은 1조4864억 원이다. 미국 정부 혜택을 제외한 실적을 LG에너지솔루션의 ‘진짜 실력’으로 볼 수 있다. 텍스크레딧 혜택이 없었던 2022년 연간 영업이익(1조2137억 원)과 비교하면 성장률은 22.5%에 불과하다. 매출이 30% 넘는 증가율을 기록하는 동안 영업이익은 20%대 성장에 그친 것이다. 여전히 수익성 개선이 필요한 이유다. 특히 작년 4분기에는 수익성 크게 훼손된 모습이다. 매출은 1분기부터 4분기까지 줄곧 8조 원대를 유지했지만 영업이익은 크게 감소했다. 텍스크레딧(2501억 원)을 제외하면 영업이익은 881억 원으로 1000억 원을 넘지 못했다. 텍스크레딧을 제외하고도 5000억 원대 영업이익 실적을 기록한 3분기와 비교하면 실적 부진이 더욱 두드러진다.
영업이익 실적 부진 주요 이유로는 지속적인 메탈가 하락에 따른 원재료 가격 투입 시차(래깅, lagging) 영향 확대와 전기차 생산 물량 조정으로 가동률 저하에 따른 고정비 부담 증가 등이 꼽힌다. 다만 북미 시장 전기차 수요는 여전히 높은 수준으로 배터리 셀과 모듈 생산은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를 보였다.
이번 실적에 대해 LG에너지솔루션 관계자는 “작년 하반기부터 유럽과 중국지역 전기차 수요 둔화를 비롯해 글로벌 고금리 기조 등 녹록치 않은 경영여건 속에서 유의미한 성장을 이어갔다”고 자평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어려운 경영여건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압도적인 경쟁 우위를 확보할 수 있는 ‘질적성장’에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지난달 취임한 김동명 LG에너지솔루션 신임 CEO 사장은 취임사를 통해 초격차 제품과 품질 기술력, 구조적 원가 경쟁력 확보, 압도적 고객 충성도 확보, 미래기술과 사업모델 혁신 등을 제시한 바 있다. 이에 따라 프리미엄 제품인 하이니켈 NCMA 제품부터 미드니켈 NCM, 중저가 LFP까지 다양한 시장을 공략할 수 있는 포트폴리오 강화를 가속화한다는 계획이다. 설비의 경우 올해 GM 합작공장 2기와 인도네시아 현대자동차 합작공장 등이 가동을 앞두고 있어 양적 성장도 기대되는 상황이다.
배터리업계 관계자는 “경기침체와 함께 글로벌 전기차 수요 부진이 이어지고 있지만 일시적인 현상으로 보고 있다”며 “LG에너지솔루션이나 SK온처럼 높은 기술력과 탄탄한 글로벌 생산기반, 다변화된 고객 포트폴리오를 확보한 기업들은 위기 상황으로 여겨지는 올해가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김민범 동아닷컴 기자 mb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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