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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가 인공지능(AI) 개화로 주목받는 고대역폭메모리(HBM) 신규 제조 장비 개발에 착수했다. 한화는 차세대 반도체 장비 분야를 신규 먹거리로 점찍고 회사 역량을 한 곳으로 모으는 등 사업 강화에 박차를 가하는 모습이다.
9일 업계에 따르면 한화의 반도체 기계 제조 계열사인 한화정밀기계는 자사 홈페이지 제품 소개란에 반도체 후공정용 장비 라인업으로 ‘하이브리드 본더’를 새롭게 추가했다. 제품 실물은 아직 공개하지 않았다. 시장에서는 한화정밀기계가 이 장비를 개발하고 있다는 소문이 있었지만 회사가 공식 채널을 통해 이 사실을 공개한 적은 처음이다.
한화가 고대역폭메모리(HBM) 제조용 하이브리드 본더 개발에 뛰어든 이유는 HBM과 차세대 패키징 시장의 잠재력을 내다봤기 때문이다.
HBM은 인공지능(AI) 반도체를 대표하는 제품이다. 그래픽처리장치(GPU) 등 데이터 연산 장치 바로 옆에 장착돼 필요한 정보를 기억하고 보조하는 역할을 한다. 기존 D램 대비 가격이 5~6배 이상 비싸지만 속도가 탁월해 AI 데이터 연산에 제격이라는 평가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에 따르면 세계 HBM 시장은 2022년 11억 달러였지만 2027년에는 51억 7700만달러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HBM은 여러 개의 D램을 쌓아서 만든다. D램 회사들은 6세대 HBM(HBM4)에서 현존 최대인 12단 제품과 똑같은 두께인 720㎛(마이크로미터)를 그대로 구현하면서 4개 D램을 더 얹어야 하는 과제에 봉착했다. 이에 D램과 D램 사이를 연결하는 범프(가교)를 없애고 아예 D램을 포개어버릴 수 있는 ‘하이브리드 본딩’ 제조 기술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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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정밀기계와 하이브리드 본딩 개발을 협력하는 회사는 HBM 세계 1위 SK하이닉스다. SK하이닉스는 5세대 HBM(HBM3E) 제조에 어드밴스드 매스 리플로우-몰디드언더필(MR-MUF)라는 공정 기술을 세계 최초로 도입해 승기를 잡은 자신감을 토대로 하이브리드 본딩 선점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이미 지난해 12월 미국에서 열린 ‘IEDM 2023’이라는 학회에서 하이브리드 본딩 기술로 8단 HBM2E 제품 테스트를 통과했다고도 발표했다. 업계에서는 이 테스트 제품을 한화정밀기계 장비로 만들었을 것으로 추정한다.
이미 한화정밀기계와 SK하이닉스는 반도체 후공정 분야에서 끈끈한 협력을 이어왔다. 지난 2020년 두 회사는 반도체 칩과 인쇄회로기판(PCB)를 결합하는 후공정 장비 ‘다이 본더’를 국산화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IR52 장영실상을 수상한 이력이 있다. SK하이닉스는 하이브리드 본더 강자 네덜란드 베시보다 국내 업체인 한화정밀기계와 먼저 협력하고 HBM용 하이브리드 본더 개발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정밀기계가 HBM 제조용 하이브리드 본더 개발에 성공하면 향후 가격 협상이나 장비 수급이 원활해질 수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HBM 1위 SK하이닉스의 뒤를 바짝 쫓는 삼성전자의 반도체 장비 자회사 세메스도 하이브리드 본더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어 시장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는 추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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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는 하이브리드 본더 개발은 물론 반도체 장비 분야 역량 강화를 위한 ‘선택과 집중’도 마다하지 않고 있다. 한화는 김동관 부회장이 이끄는 ㈜한화의 반도체 전공정 장비 분야를 올 1월 한화정밀기계로 결집해 분야 간 시너지를 높이는 데 집중하고 있다. 하이브리드 본더 외 고급 증착 기술인 원자층증착(ALD) 장비 등을 개발해 신사업을 준비할 것으로 보인다. 이성수 한화정밀기계 대표는 “반도체 전공정 사업의 양수를 통해 오랜 시간 축적해 온 장비 시장에 대한 노하우와 기술을 적극 활용해 반도체 시장에서의 사업을 지속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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