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조용운 기자]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PL)가 공식 선정한 2023-24시즌 전반기 베스트 일레븐에 손흥민(토트넘 홋스퍼)이 어김없이 포함됐다.
프리미어리그 사무국은 9일(한국시간)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전설 앨런 시어러의 의견을 빌려 이번 시즌 전반기 빼어난 활약을 펼친 11명을 선정했다. 평소에도 손흥민에게 칭찬을 아끼지 않았던 시어러답게 왼쪽 공격수 자리에 손흥민을 선택했다.
시어러는 “손흥민은 정말 특별한 재능을 가지고 있다. 그가 골문 앞에서 볼을 잡으면, 나는 골을 넣을 것으로 확신할 정도”라고 특급 공격수로 인정했다. 시어러의 말처럼 손흥민은 전반기 20경기에서 12골 5도움으로 득점과 공격포인트 부문에서 상위권에 올라있다.
손흥민은 전반기 절정의 골 감각을 자랑하며 득점왕 경쟁에 뛰어들었다. 생애 두 번째 프리미어리그 득점왕을 향한 도전이다. 이미 두 시즌 전 아시아 선수 최초로 프리미어리그 골든부츠를 들어올려 역사를 쓰기도 했다. 그때 결정력을 다시 되찾은 손흥민은 현재 12골로 모하메드 살라(리버풀), 엘링 홀란드(맨체스터 시티•이상 14골)에 뒤를 잇고 있다. 도미닉 솔란케(본머스)와 함께 공동 3위에 오르며 후반기 추격할 발판을 마련했다.
화려하게 부활한 전반기였다. 손흥민은 프리미어리그 득점왕에 오른 뒤 다소 부침을 겪었다. 지난 시즌 몸상태가 좋지 않은 게 부진의 원인이었다. 전반기에는 안와골절 부상을 입어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 본선까지 영향을 미쳤다. 마스크를 벗어던지고 살아날 법하던 후반기에도 스포츠 탈장으로 괴로운 시간을 보냈다.
이런 악재에도 손흥민은 프리미어리그 10골을 넣는 저력을 발휘하며 아시아 선수 최초로 프리미어리그 100골 고지를 밟기도 했다. 그럼에도 스스로 실망을 감추지 못한 손흥민은 여름 휴식기에 스포츠 탈장 수술을 받으며 절치부심했다. 이번 시즌을 명예 회복의 장으로 삼은 손흥민은 일찌감치 부활을 예고했었다. 시즌 전 호주에서 열린 프리시즌에서 “다가오는 시즌이 기다려진다. 지난 시즌에는 손흥민의 진짜 모습이 아니었다. 올 시즌에는 모두에게 손흥민을 증명하려고 한다. 나는 물론 구단에도 다시 보여주고 싶다”라는 약속을 지켜냈다.
손흥민은 이번 시즌 앙제 포스테코글루 감독 체제에서 스트라이커로 포지션을 옮겼다. 지난 시즌까지 토트넘의 최전방을 책임지던 해리 케인이 바이에른 뮌헨으로 떠나면서 생긴 득점력 감소를 손흥민을 통해 메우는데 성공했다. 최근에 다시 주 포지션인 왼쪽 윙어로 옮겼으나 스트라이커로도 빼어난 활약을 펼쳐 상황에 따라 다양한 활용도를 보여주고 있다.
원톱의 옷을 입으나 왼쪽 윙포워드로 뛰나 손흥민의 득점 일관성은 탁월하다.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 출전으로 클린스만호에 합류하기 전까지 토트넘의 득점을 책임졌다. 특히 일정이 빡빡한 연말 박싱데이에서 이름값을 톡톡히 했다. 시어러가 말한 볼을 잡았을 때 득점이 기대되는 공격수의 면모를 제대로 과시했다.
손흥민은 14라운드 맨체스터 시티전에서 1골 1도움을 올린 걸 시작으로 뉴캐슬 유나이티드와 16라운드에서는 1골 2도움의 원맨쇼를 펼쳤다. 호조를 이어가 에버턴전(1골), 브라이튼전(1도움), 본머스전(1골)까지 3경기 연속 공격포인트를 이어갔다. 아주 뜨거운 12월을 보내면서 프리미어리그 사무국이 선정하는 이달의 선수 후보 8인에도 이름을 올렸다.
손흥민이 전반기 베스트 일레븐에 이름을 올린 건 비단 득점력 뿐만이 아니다. 손흥민의 진짜 장점은 킬러의 수비 헌신에 있다. 지난해 연말 국제축구연맹(FIFA) 산하 국제스포츠연구센터 축구연구소(CIES)가 유럽 5대리그(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독일 분데스리가, 이탈리아 세리에A, 프랑스 리그앙)를 기준으로 스트라이커 중에 전방압박을 많이 한 선수들을 나열한 결과 손흥민이 1위였다.
이 부분은 이미 영국 언론 ‘스카이스포츠’가 10월 중순 먼저 조명했었던 부분이다. 지표가 시즌 초반이긴 하나 10월 중순까지 손흥민은 프리미어리그 8경기 동안 스프린트 거리가 1,314m로 1위를 차지했다. 압박할 때 얼마나 강도 높게 활동량 넘치는 모습을 보여줬는지 잘 증명했다.
스카이스포츠는 “손흥민의 운동 능력은 여전히 놀랍다. 이번 시즌 프리미어리그 선수들 중 누구보다도 상대 수비수를 막으려고 전력질주를 했다”며 “손흥민은 상당한 거리를 커버하고 있다. 이것이 토트넘의 초반 분위기를 만들었다”고 칭찬했다.
손흥민은 올 시즌 앞만 보고 뛰고 있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라인을 올려 상대 진영에서 볼을 가로채 빠른 마무리를 선호한다. 손흥민은 문전 침투에 전방 압박도 강하게 하는 스타일이라 딱 어울리는 원톱이다. 스카이스포츠도 손흥민 원톱 카드가 성공한 이유로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스트라이커가 상대 수비 뒤에서 출발하는 걸 선호한다. 케인은 밑으로 깊숙하게 내려와 움직이는 스타일이기에 오히려 현재 체제에서는 손흥민이 더 자연스러울 수 있다”라고 바라봤다.
자연스레 전반기 베스트 일레븐을 고려할 때 손흥민이 첫 선에 꼽힌다. 앞서 영국 매체 ‘골닷컴’은 “손흥민은 PL 레전드로 오랫동안 확고한 위상을 보여줬다. 아시아 역대 최고의 선수로 PL 9시즌 중 첫 시즌을 제외하고 모두 10골 이상 득점에 성공했다”고 설명했다. 매체의 말처럼 손흥민은 8시즌 연속 두 자릿수 득점을 일궈냈다.
이어 글로벌 스포츠 매체 ‘ESPN’이 2023년 프리미어리그(PL) 베스트11을 공개한 자료에서도 손흥민은 홀란드, 살라, 마르틴 외데고르(아스널), 데클란 라이스(아스널), 로드리(맨체스터 시티), 댄 번(뉴캐슬 유나이티드), 애즈리 콘사(아스톤 빌라), 윌리엄 살리바(아스널), 카일 워커(맨체스터 시티), 에밀리아노 마르티네스(아스톤 빌라)와 함께 이름을 올렸다.
2023년을 정리할 때도 늘 빠지지 않았다. 스포츠전문매체 ‘스코어90’에 따르면 손흥민은 올해의 베스트 플레이어 50위 중 30위에 랭크됐다. 이름값이 상당한 프렌키 더 용(46위•바르셀로나), 요슈아 키미히(45위•바이에른 뮌헨), 버질 반 다이크(32위•리버풀)보다 높았다.
이런 평가가 쌓여 손흥민은 프리미어리그 레전드로 자리잡고 있다. 시어러도 언제나 긍정적인 평가를 내려왔다. 프리미어리그 최다골 보유자인 시어러의 눈에 손흥민은 부족함이 없다.
그는 지난달 ‘프리미어리그 프로덕션’을 통해 “손흥민은 정말 놀랍다. 프리미어리그를 바라보는 어린 유망주들에게 손흥민이야말로 완벽한 롤모델이 될 수 있다”며 “난 손흥민이 아파하거나 불평하는 모습을 본 적이 없다. 그만큼 훌륭한 태도와 프로페셔널한 마음가짐을 가지고 있다”라고 칭찬했었다. 그 연장선으로 이번 전반기 베스트 일레븐에도 손흥민을 택했다.
손흥민과 함께 프리미어리그를 수놓은 전반기 스타플레이어에 토트넘의 비중도 크다. 늘 고민거리였던 왼쪽 수비를 책임지는 데스티니 우도기가 뽑혔다. 시어러는 우도기에 대해 “어리지만 흥미롭다. 스피드가 좋아 토트넘이 높은 수비 라인을 구축할 수 있게 도움을 준다. 공격력도 아주 효과적”이라고 칭찬했다.
골키퍼에는 굴리엘모 비카리오가 선택을 받았다. 이번 시즌 새로이 토트넘의 주전 수문장이 된 비카리오는 동물적인 반사신경으로 놀라운 선방을 자주 펼친다. 시어러도 “포스테코글루 감독의 위험을 감수하는 전술로 비카리오는 상대의 많은 슈팅을 막아야 한다. 그리고 후방 플레이의 비중도 크다. 그런데 비카리오는 두 가지 모두 훌륭하게 해내고 있다”라고 극찬했다.
토트넘이 세 명을 배출한 가운데 현재 2위를 달리며 이변을 연출하고 있는 아스톤 빌라도 재러드 보웬, 올리 왓킨스, 더글라스 루이스 등이 뽑혔다. 선두 리버풀도 살라, 반 다이크, 트렌트 알렉산더-아놀드가 높은 평가를 받았다. 끝으로 아스널도 라이스와 살리바가 전반기 베스트 일레븐에 이름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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