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정 발표에 시민사회 ‘비판’…”건보료 수입 감소로 보장성 약화할 것”
“소득보다 자산 격차 큰 나라에서 소득 중심 부과는 문제”
(서울=연합뉴스) 김병규 기자 = 정부와 국민의힘이 건강보험 지역가입자의 자동차에 부과하는 보험료를 없애겠다고 발표한 것과 관련해, 혜택이 부유층에 쏠릴 것이라는 비판이 시민사회에서 제기됐다.
보건의료단체연합, 참여연대, 민주노총, 한국노총 등 40여 개 단체가 참여하는 무상의료운동본부는 9일 논평을 내고 “정부가 형평성과 공정성을 제고한다며 모든 자동차에 대한 건보료 부과를 폐지하겠다고 밝혔지만, 이런 개편 내용은 부유층에게 이득”이라고 강조했다.
운동본부는 “건강보험료가 부과되는 자동차 대수는 2022년 개편으로 이미 179만대에서 12만대로 줄었는데, 이 12만명의 차량 소유주들도 이번 개편으로 혜택을 입게 됐다”며 “1천400만명이 넘는 지역가입자 중 이 12만명은 부유층”이라고 지적했다.
당정은 지난 5일 잔존가치가 4천만원 이상인 자동차(영업용 차량과 장애인 보유 차량 제외)에 대해 부과하던 자동차 보험료를 폐지하고, 지역가입자의 재산에 대한 보험료 부과 시 공제금액을 현행 5천만원에서 1억원으로 확대해 재산보험료 부담도 완화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보건복지부는 이런 개편안을 발표하며 지역가입자 333만 세대의 건보료가 평균 월 2만5천원 낮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얼핏 보면 가입자들이 골고루 혜택을 입는 것처럼 보이나 실제로는 고가의 자동차를 보유한 일부 부유층에게 이익이 될 것이라는 게 운동본부의 지적이다.
운동본부는 재산보험료 공제금액 확대와 관련해서도 “부유층과 함께 서민의 부담도 줄어들겠지만, 재산이 적은 취약계층은 추가적인 혜택을 받지 못하게 됐다”고 비판했다.
2018년과 2022년 두차례의 건보료 부과 체계 개편으로 연 소득 336만원 이하인 취약계층이 월 1만9천780원을 부담하는 최저보험료가 신설됐는데, 이 제도가 그대로인 상황에서 저소득자는 공제금액을 늘려도 보험료 부담이 변함없다는 설명이다.
운동본부는 “부과 체계 개편으로 연간 9천831억원의 보험료 수입이 감소하는 문제도 있다”며 “수입이 감소하면 건강보험 보장률이 줄어들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소득 격차보다 자산 격차가 더 큰 나라에서 소득 중심으로 (건보료를) 부과하는 것은 문제”라며 “소득 중심 부과 체계로 지속 개편하겠다는 정부의 방침은 폐기돼야 한다”고 밝혔다.
당정의 건보료 부과 체계 개편과 관련해서는 국민건강보험공단 노조도 전날 논평을 통해 “재산 축소와 자동차 보험료 폐지는 ‘소득 중심 부과’라는 일관된 정책 실행의 일부분인데 당정이 4월 총선을 앞두고 생색내기식 발표를 했다”고 비판했다.
노조는 “건강보험 부과제도 개선은 법에 따라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와 보험료부과제도개선위원회에서 논의할 일이지, 여당과 정부에는 결정할 권한은 없다”며 “부과 체계 개편을 여당이 준비했다는 발표는 건강보험 제도의 숙의 과정과 가치를 망가뜨린 것”이라고 지적했다.
bk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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