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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피탈사, 연체율 급등·부동산PF 위기까지…저축은행사태 데자뷔

비즈워치 조회수  

건설·부동산업 대출 취급액을 지나치게 확대한 캐피탈사들의 건전성에 비상등이 켜졌다.

최근 태영건설 워크아웃을 시작으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리스크가 커지는 가운데 캐피탈사들의 유동성 위기 우려와 함께 연체율마저 급등하고 있기 때문이다. 캐피탈업계는 손실흡수능력이 충분하다고 해명에 나섰지만, 부동산 경기가 회복되기 전까지는 안심하기 이르다는 지적이 나온다.

건전성에 불켜진 캐피탈사…연체율 급등 

상위 5개 캐피탈사 연체율 추이 / 그래픽=비즈워치

8일 금융권에 따르면 상위 5개 캐피탈사의 평균 연체율이 2022년 3분기 0.89%에서 지난해 3분기 1.57%로 0.68%포인트 급등했다. 일부 회사에선 더욱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업계 3위 KB캐피탈은 연체율이 2022년 3분기 1.50%에서 지난해 3분기 2.66%로 1.16%포인트 높아졌다. 같은 기간 우리금융캐피탈은 0.81%에서 1.90%로 1.09%포인트 상승했다. 그 외에도 신한캐피탈이 0.68%에서 1.02%로, 하나캐피탈이 0.57%에서 1.28%로 올라서면서 0.06%포인트 상승, 0.97%를 기록한 현대캐피탈을 제외한 상위 4개 사가 1%를 넘겼다. 

캐피탈사들의 연체율 상승은 부동산 관련 대출의 부실이 증가한 원인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캐피탈사들은 전통적으로 할부 금융으로 수익을 얻었는데 카드사의 할부 시장 진출 이후 포토폴리오 확대를 위해 기업 대출 확장에 나섰다. 특히 기업 대출 중에서도 건설·부동산업 대출과 고위험·고수익 사업인 부동산 PF 대출의 취급액을 늘렸다. 이에 최근 부동산 시장이 위축되면서 급격하게 부동산 사업을 늘렸던 캐피탈 사의 연체율이 급등한 것이다. 

특히 캐피탈 업계는 저축은행 사태 이후 저축은행 업계가 강화한 부동산 PF 대출 규제를 받게 되자 그 틈새를 파고들어 PF 사업을 크게 늘렸다. 현재 저축은행과 상호금융조합은 여러 규제를 통해 부동산 관련 대출이 일정 이상 증가하지 못하도록 통제를 받고 있다. 부동산 PF 대출의 한도는 총여신의 20%, 건설·부동산업과 부동산 PF를 합친 대출의 한도는 총여신의 50%로 제한된다. 하지만 캐피탈사는 부동산 PF 대출이 총여신의 30%만 넘지 않으면 되고 건설·부동산업 한도 규제는 따로 적용받지 않는다.

태영건설이 시작?…확산·전이될라

태영건설의 워크아웃이 당장 캐피탈사의 유동성에 영향을 주진 않을 것으로 전망되지만 이번 사태의 영향으로 부동산 PF 위험이 확산, 전이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국신용평가가 지난달 29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태영건설 관련 익스포저(위험노출액)는 총 4조5800억원으로, 이 중 캐피탈사의 익스포저는 7292억원(15.92%)에 달한다.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증권업권(1조1422억원) 다음으로 큰 금액이다. 다만 캐피탈사의 경우 태영건설이 직접 금융권에서 대출을 받은 직접 채무가 보증 채무이다. 보증 채무는 시공사인 태영건설이 아니라 시행사가 받은 PF대출이지만 태영건설이 보증을 서 사실상 태영건설의 익스포저로 분류된다.

한국신용평가사는 “캐피탈사가 태영건설에 대해서 보유하는 직접 익스포져 잔액은 없고 각 캐피탈사의 손실흡수력으로 감내가능한 수준으로 예상된다”면서도 “본 PF 중 57.9%가 20% 이하의 공정률(미착공 사업장 포함)을 보이고 있어 향후 개별 사업장에 대한 사업 진행 현황 및 회수 가능성에 대해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평가했다. 

업계 괜찮다지만…”중소형사 유동성 위기 가능성”

캐피탈업권 부동산PF비율 및 연체율 추이 / 그래픽=비즈워치

캐피탈사를 둘러싼 우려가 커지자 업계는 진화에 나섰다. 최근 여신금융협회는 “지난해 9월 말 기준 캐피탈 업계 총자본은 33조2000억원으로 부동산 PF 손실흡수능력이 충분하고 유동성도 양호하게 관리되고 있다”고 해명한 바 있다. 

하지만 지난해 9월 말 기준 캐피탈사의 PF대출 연체율은 4.4%로 2022년 말(2.2%) 대비 2.2%포인트 급등했다. 특히 선순위 채권자로 들어가 사업이 중단돼도 원금과 이자를 건질 수 있는 은행·보험 등 다른 업권과 달리 캐피탈사는 대체로 후순위 채권자라 원금 손실 가능성도 크다. 

캐피탈사 관계자는 “모든 캐피탈사가 후순위 채권으로 들어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일부 중소형 캐피탈사가 재작년부터 부동산 PF 대출을 크게 늘리며 본격적으로 연체율이 상승하고 있다”며 “최근 캐피탈사들의 신용등급이 하락한 원인 대부분이 부동산PF”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달 26일 한국신용평가는 OK캐피탈의 무보증사채 신용등급을 ‘BBB+(안정적)’에서 BBB+(부정적)으로 변경한 바 있다. 신용평가사는 “브릿지 여신을 비롯한 부동산금융의 비중이 상당한 가운데, 부실이 현실화되면서 건전성 및 수익성 지표 저하세가 지속되고 있는 점을 반영했다”며 “부동산금융 위주의 영업자산 구성으로 사업 안정성 저하 위험이 내재되어 있다”고 내다봤다. 

캐피탈업권의 유동성비율과 대손충당금 적립 비율도 일제히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은행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캐피탈업권의 유동성비율은 2022년 4분기 202.0%에서 지난해 3분기 158.3%로 대폭 줄었다. 손실흡수능력 지표인 대손충당금 적립 비율은 같은 기간 146.7%에서 129.3%로 떨어졌다. 총자산수익률(ROA) 또한 2022년 4분기 1.64%에서 올해 3분기 1.55%로 내렸다.

한국은행은 금융안정보고서를 통해 “여신전문금융사의 부동산PF 대출잔액은 지난해 들어 감소세로 전환했지만 대부분을 차지하는 캐피탈사 대출을 중심으로 건전성이 저하되면서 고정이하여신비율의 상승 폭은 확대되는 모습”이라고 지적했다.

강경훈 동국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업계 평균적으로 보면 문제가 없을 수는 있지만 중소형사 위주로 부실이 발생하면 결국 연쇄 부실로 이어질 수 있다”며  “부동산 PF 부실 사태로 인해 시장이 위축되면 자금 회수가 안 되면서 중소형사 캐피털사부터 유동성 위기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비즈워치
content@newsbe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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