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인구의 미혼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노동 공급이 제약되고 있는 가운데 혼인율을 높이고 시장 환경을 개선하는 등 적절한 정책 대응에 나설 필요가 제기된다.
8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미혼인구 증가와 노동공급 장기추세’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핵심연령층(30~54세) 내 미혼 인구 수는 지난 2000년 129만명에서 2020년 464만명으로 335만명 증가했다. 이에 따라 같은 기간 전체 인구에서 미혼이 차지하는 비중은 7.4%에서 24.7%로 17.3%포인트(p) 확대됐다.
미혼 인구 증가가 노동 공급에 미치는 영향은 성별로 상반된 모습을 보였다. 우선 남성 미혼 인구 증가는 노동 공급의 총량을 감소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실제 기혼 남성의 경제활동참가율과 고용률(2013~2023년 평균)은 미혼 대비 각각 13%p, 16%p 높았고, 실업률은 4%p가량 낮았다.
또한 기혼 남성은 미혼에 비해 시간제 근로 비중이 낮아 1인당 근로시간이 더 길었다. 이에 따라 혼인율 하락으로 남성 미혼 인구가 증가하면 남성의 경제활동참가율(고용 하락·실업 증가)과 평균 근로시간 모두 줄어들면서 경제 전체의 노동 공급량을 줄인다는 분석이다.
반면 여성 미혼 인구가 증가하면 노동 공급이 증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기혼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과 고용률은 미혼 대비 각각 19%p, 16%p 낮았다.
또한 기혼 여성은 미혼에 비해 시간제 근로 비중이 높아 1인당 근로시간이 더 짧은 것으로 나타났다. 미혼 인구 비중의 증가는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과 평균 근로시간을 높여 경제 전체의 노동 공급을 늘린다는 것이다.
한은은 “학력 수준, 가장 여부, 나이 등 노동 공급에 영향을 주는 다른 요인들을 통제하고 분석한 결과에서도 결혼 여부는 여전히 남녀 모두에서 노동 공급에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를 가져오는 것으로 확인된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상황 속 안정적 노동 공급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혼인율을 높이고 노동 환경을 개선하는 방식의 정책 대응이 필요하다는 진단이 나온다.
한은은 “청년층의 장기 취업난, 고용 불안정, 높은 주거 비용, 높은 경쟁과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은 결혼에 대한 기회비용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한다”며 “청년기의 자립을 지원하는 정책은 결혼 의사가 있는 경제 주체들이 결혼을 선택할 수 있는 여건을 확보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봤다.
이어 “기혼 여성이 출산을 위해 경제 활동을 포기해야 하는 상황은 결혼의 기회비용을 높여 미혼 여성들이 결혼을 늦추거나 독신을 선택하는 데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며 “고용과 주거 등 출산을 둘러싼 경제·사회적 환경을 개선하고, 일과 가정 간 균형을 유지할 수 있는 문화를 조성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미혼 인구가 노동시장에 적극 참여하도록 시장 환경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진단도 나온다.
한은은 “미혼 근로자는 가족 부양에 대한 부담이 낮아 상대적으로 시간과 장소에 대한 유연성이 높고, 교육 투자 여력도 높아 인적 자본을 축적하는 데 유리한 측면이 있다”며 “미혼 근로자들의 노동 공급 성향이 높아진다면, 이는 노동의 양적인 측면뿐 아니라 질적인 부분에서도 노동 공급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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