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창원, 신원철 기자] “야구가 점점 투수들에게 불리한 스포츠가 되는 것 같다.”
통산 500경기에 출전했고, 이제 1000이닝 투구를 눈 앞에 둔 베테랑 이용찬(NC 다이노스)이 새로운 도전을 맞이한다. 야구에 대해 알 만큼 안다고 생각했는데 지금까지와는 다른 규칙 아래 공을 던져야 할지도 모른다. KBO가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볼/스트라이크 기계판정(ABS)과 피치클락 때문이다.
이용찬은 2008년 두산 베어스 유니폼을 입고 프로야구 1군에 데뷔해 지난해 NC 다이노스의 정규시즌 마지막 경기까지 꼬박 500경기에 등판한 베테랑이다. 선발투수로는 한 시즌 10승을 경험했고(2012년 10승 11패) 마무리로는 구원왕(2009년 26세이브)에 오른 적도 있다. 통산 998⅓이닝을 던져 큰 부상만 아니라면 개막 직후 1000이닝을 달성할 가능성이 크다.
이렇게 산전수전 다 경험한 베테랑 이용찬이지만 아직은 새로운 규칙이 낯설게만 느껴진다. 이용찬은 8일 NC 구단 신년회를 마친 뒤 인터뷰에서 ABS와 피치클락에 대한 생각을 솔직하게 밝혔다. 경계심이 느껴졌다.
이용찬은 새 규칙이 적용될 수 있다는 얘기에 “생각을 많이 해봤는데 투수들이 많이 힘들어질 것 같다. 피치클락도 피치클락이지만 스트라이크존 기계판정이 처음 해보는 거라…투수들이 많이 힘들어질 것 같다. 솔직히 모든 기록이 다 안 좋아질 것 같다”고 우려했다.
또 “타자들, 주자들이 유리할 것 같다. 견제 제한도 투수들에게 불리할 것 같고. 점점 야구가 투수들에게 불리해지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며 씁쓸한 듯 웃었다.
야수이면서 투수와 가장 밀접한 포지션인 포수들이 생각은 조금 달랐다. 포수 김형준도 투수들의 투구 템포를 걱정한 것은 마찬가지였다. 김형준은 “기계판정은 공평할 것 같다. 적응하면 괜찮지 않을까 싶다”면서 “그보다 피치클락이 더 걱정이다. 템포가 빨라져야 한다. 투수들이 원래 가진 템포가 있는데 빨리 해야한다는 압박감을 느낄 것 같다”고 했다.
그래도 “캠프부터 준비해서 적응하면 괜찮을 것 같다. 크게 걱정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일단은 새 규칙에 적응해 보겠다고 했다. 타자들도 전보다 빨리 타석에 들어가 타격을 준비해야 한다. 김형준은 “나는 타석 루틴이 거의 없는 편이다. 많으면 힘들 것 같아서. 그래서 상관 없을 것 같다”고 얘기했다.
포수 박세혁은 새로운 스트라이크존에 맞춰서 준비를 하겠다면서 ‘프레이밍’에 대한 의견을 밝혔다. 박세혁은 “(ABS와 피치클락 도입이)이번주에 결정이 된다고는 들었다. 거기에 맞게 준비해야 한다. (포수의 기술로)속일 수 있는 게 아니니까,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고 했다.
프레이밍은 여전히 필요하다고 봤다. 선수들만이 느낄 수 있는 차이 때문이다. 박세혁은 “그래도 프레이밍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스트라이크 콜을 위해서가 아니라)투수들이 포구 동작을 봤을 때 느끼는 기분이 있다. 성의없게 잡으면 자신이 던진 공에 문제가 있다고 잘못 생각하는 경우도 있다. 그걸 막기 위해서라도 잡는 동작은 똑같이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KBO는 2024년 신년사에서 “공정한 경기 진행을 위해 ABS를 KBO리그에 도입한다. ABS를 통해 모든 투수와 타자가 동일한 스트라이크 존 판정 속에 경기를 치른다. 신뢰가 주는 큰 힘이 그라운드에서 함께 할 수 있도록 KBO는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또한 “경기 시간 단축을 위해 피치클락 시행을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다. 속도감 있고 박진감 넘치는 경기를 팬들께 선보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심판위원회는 지난달부터 ABS와 피치클락 적응 훈련을 시작했다. 그런데 KBO가 밝힌 것처럼 ABS와 달리 피치클락 적용은 신중하게 도입될 가능성도 있다. 다가온 1월 실행위원회(단장 회의)에서 결정될 예정이다. 10개 구단 선수들은 이 결정에 따라 스프링캠프에서 새로운 규칙에 적응해야 한다.
피치클락은 지난해 메이저리그에 도입돼 경기 시간 단축에 큰 효과를 가져왔다. 메이저리그 평균 경기 시간은 정규이닝 기준 2022년 3시간 4분에서 2023년 2시간 39분으로 줄었다. 여기에 베이스 크기를 한 변에 15인치에서 18인치로 키워 적극적인 베이스 러닝을 유도했다. 내야 수비 시프트에는 제한을 둬서 인플레이 타구가 늘어나도록 했다. KBO리그는 이 가운데 먼저 피치클락과 더 큰 베이스 도입을 점진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ABS는 메이저리그 사무국도 실험만 하고 있는 방식인데, KBO가 선진적으로 도입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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