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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경제의 성장 엔진으로 칭송받던 독일이 ‘유럽의 병자’라는 칭호를 넘어 ‘일본화(Japanification)’되고 있다는 평가까지 받고 있다. 고령화 속도가 매우 빠른 데다 미래 신산업에서는 뒤처져 잠재성장률이 둔화하면서 일본과 같이 장기적으로 경제 활력이 사라지는 문제에 직면했다는 것이다.
최근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독일 앞에 경제가 장기적으로 정체 국면에 빠지는 일본화 문제가 기다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독일 경제는 2010년대부터 승승장구했다. 2000년대 초 게르하르트 슈뢰더 총리가 실업자 보호에서 취업 촉진으로 노동시장, 사회보장 부문의 방향을 전환한 이른바 ‘하르츠 개혁’을 단행하면서 경제구조 개혁에 성공했다. 유로존의 단일 통화인 유로 덕도 봤다. 경제 여건에 비해 저평가된 유로화를 쓰게 됨으로써 수출도 날개를 달았다.
하지만 수출은 중국에, 에너지는 러시아에 과도하게 의존한 탓에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하자 부메랑을 맞기 시작했다. 중국의 성장률이 둔화하고 서방과 중국·러시아 간 신냉전 구도로 교역이 위축된 데다 에너지 수급도 불안정해졌다. 더 큰 문제는 잠재성장률이 급격하게 둔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독일 경제자문위원회에 따르면 잠재성장률은 2010년대 1%대를 이어가고 2015년에는 2.13%를 찍기도 했지만 2020년대부터 0%대로 떨어졌다. 경제자문위의 추산에 따르면 2026년에는 0.31%까지 둔화해 50년래 최저를 기록할 것으로 보이며 향후 10년 이상 1%도 회복하지 못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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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재성장률을 끌어내리는 가장 큰 요인은 노동력 부족이다. 전체 인구에서 65세 이상의 비율을 나타내는 고령화율이 22%로 일본(29%) 못지않은 상황이다. 하르츠 개혁으로 여성 및 고령층 이민자들이 대거 노동시장에 참여했지만 이제는 고령층이 줄줄이 은퇴하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100만 명 규모의 피란민을 받아들였지만 경제자문위는 “이민으로도 노동력 부족을 상쇄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현재 독일 경제에서 180만 개의 일자리가 채워지지 않고 있다.
내연기관차 등 전통 제조업에만 안주해 반도체, 배터리, 인공지능(AI) 등 첨단산업에 대한 투자를 게을리한 것도 한몫하고 있다. 일례로 2022년 AI에 대한 민간투자 규모는 23억 5000만 달러(약 3조 1000억 원)에 그쳐 1위인 미국(473억 6000만 달러)의 20분의 1에 그쳤다. 노동력이 부족하면 디지털화로 간극을 메울 수 있지만 이 역시 뒤처져 있다. 닛케이는 “독일은 현금 선호 성향이 여전히 강해 식당이나 택시에서 카드 사용을 거부하는 일이 자주 있다”고 전했다. 2020년 현재 독일에서 카드로 비용을 지불하는 비율은 21%에 불과해 현금을 주로 사용하기로 유명한 일본의 33%(2021년 기준)보다도 낮다.
이에 독일은 시민권 취득 요건 대폭 완화를 추진하는 등 반전을 시도하고 있다. 이전에는 8년 동안 독일에 합법적으로 거주를 해야 시민권 신청 자격이 주어졌지만 이를 5년으로 단축하고 이민자의 이중국적도 허용하는 방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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