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건설 워크아웃 무산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금융당국이 건설·금융권 ‘부실 도미노’를 우려해 8일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점검 회의를 긴급 소집한다. 롯데건설과 신세계건설 등 ‘제2의 태영건설’이 나올 수 있다는 우려가 커자자 시장 불안감을 잠재우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7일 금융권 등에 따르면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8일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에서 금융지주 PF 담당 임원들과 은행연합회 관계자들을 소집해 부동산 PF 현황 및 대응 방안을 논의한다. 최근 태영건설 워크아웃 이슈와 맞물려 롯데건설과 신세계건설 등도 PF 우발채무 우려가 제기되면서 건설업계발(發) 구조조정 우려가 확산되고 있어서다.
한국신용평가는 주요 건설사 가운데 △롯데건설(212.7%) △현대건설(121.9%) △HDC현대산업개발(77.9%) △GS건설(60.7%) △KCC건설(56.4%) △신세계건설(50.0%) 등이 지난해 9월 말 기준 자기자본 대비 PF 보증 규모가 50%를 넘어섰다고 지적했다. 한신평이 신용등급을 평가하는 건설사 20여 곳 중 장기 신용등급 전망이 ‘부정적’이라고 명시한 곳은 롯데건설, 신세계건설, GS건설, HDC현대산업개발 등 4곳이었다.
아울러 프로젝트파이낸싱 자산유동화기업어음(PF-ABCP) 거래량이 크게 감소하면서 유동성 경색 우려도 고개를 들고 있다. PF 구조조정이 본격화할 것이라는 전망 속에 건설업 전반에 대한 투자 기피 심리가 강해져 PF-ABCP 차환 등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신한투자증권 등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달 넷째 주 A1급 및 A2급 PF-ABCP 거래량은 약 2조1600억원, 3400억원으로 각각 집계됐다. 지난해 11월 넷째 주 A1급 거래량이 약 6조1600억원, A2급은 6500억원 수준이었음을 감안하면 한 달 사이에 약 65%, 47% 급감했다.
여기에 주요 건설사들이 올해 대규모 회사채 만기를 맞는 점도 관련 우려를 키우는 요소다. 올해 상반기 중 만기가 도래하는 주요 건설사의 회사채 규모는 약 2조3700억원 수준이다. 우발채무와 달리 회사채는 직접적인 채무로 분류된다.
금융권도 긴장하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태영건설 사태 파장 추이에 따라 증권, 캐피털,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 건전성 하락 우려 및 자금 조달 부담이 커질 수 있어서다. 최근 한신평의 ‘저축은행 업계 사각지대 점검’ 보고서에 따르면 47개 저축은행의 부동산 PF 고정이하여신비율은 2021년 말 1.3%에서 지난해 6.5%로 약 5배 상승했다. 고정이하여신은 회수 가능성이 극히 낮은 악성 부채를 뜻한다. 이들 47개 저축은행의 자기자본 대비 부동산 PF 비중은 67.9%나 됐다. 증권업계가 신용공여를 한 PF-ABCP 등 PF 채무보증 규모는 지난해 3분기 기준 21조7000억원이었다. 이 중 올해 만기가 도래하는 PF-ABCP 규모는 20조3000억원인데 16조7000억원(82%)이 1분기 만기를 맞는다.
금융권 관계자는 “태영건설 법정관리가 확정되면 추가적인 외적 자금 지원이 사실상 불가능해져 수많은 건설 협력업체의 피해가 잇따를 것”이라며 “아울러 해당 리스크가 금융권 전반으로 전이되는 것은 시간문제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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