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가 밝았지만, 여전히 부동산 시장의 부실 우려는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지난달 태영건설의 워크아웃(기업구조개선작업) 신청으로 인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문제가 현실화되고 있고, 전세사기는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이런 부동산 부실을 주택도시보증공사(HUG)나 한국주택금융공사가 떠안으면서 급증한 공적보증 문제에 대한 대책 마련도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지난달 28 ‘태영건설 워크아웃 신청 관련 대응방안’을 통해 태영건설 PF 사업장과 수분양자 보호를 위해 HUG와 주금공의 ‘PF 사업자보증’, HUG 분양보증을 지원할 것이라고 했다.
이에 HUG의 부담이 커지면서 자본건전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HUG는 태영건설 사업장 14곳에 보증을 섰다. 이들 사업장에 대한 사업 진행이 곤란한 경우 수분양자들은 HUG 주택분양보증을 통해 납부한 분양대금(계약금 및 중도금)을 환급받을 수 있다.
문제는 태영건설을 시작으로 더 많은 부동산 PF 부실이 터질 수 있다는 점이다. 이렇게 되면 HUG나 주금공의 공적보증에 대한 지원도 더 커질 수밖에 없다.
과거 신용도가 낮은 중소기업에 대한 정책금융 수단으로 주로 활용된 공적보증은 2015년 이후 분양, 전세 및 주택구입 자금 보증 등이 크게 늘어나면서 부동산 시장에서 그 역할이 커졌다. 한국은행의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말 기준 공적보증 잔액은 869조8000억 원으로, 2014년 말(293조3000억 원)보다 약 3배 증가했다. 이 중 부동산 관련 보증의 비중이 2014년 말 73.3%에서 2022년 말 82.8%로 확대됐다.
이처럼 부동산 관련 공적보증이 늘어난 데는 주택분양시장 활성화, 전셋값 상승 등에 따른 보증수요 증가, 정부의 임대사업자 정책 등이 주로 기인했다.
2022년 이후에는 부동산 경기 둔화로 인해 부동산 관련 공적보증의 건전성 지표들이 악화되면서 공적보증기관의 재무상황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특히 전세대출보증, 전세금반환보증 잔액이 급증했는데, 최근 전세사기 등으로 인해 이 같은 피해를 고스란히 금융공기관에서 부담을 떠안고 있는 상황이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오기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융감독원과 보증사업 금융공공기관·공기업 13곳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10월 이들 보증기관의 대위변제액은 10조1529억 원에 달한다. 이는 2022년 연간 합산 대위변제액(5조8297억 원)보다 74.2% 증가한 것이다. 대위변제액은 2019년 6조4514억 원, 2020년 5조8102억 원, 2021년 5조3230억 원으로 줄다가 2022년부터 상승 전환했다.
특히 HUG는 지난해 1~10월 보증잔액 549조6421억 원 중 대위변제액이 3조5742억 원에 달했다. HUG의 전세보증금반환보증 대위변제율은 2022년 1.7%에서 지난해 10월 4.5%로 급증했고, 임대보증금보증(개인) 역시 같은 기간 0.1%에서 7.8%로 뛰었다.
일각에서는 부동산 시장에서의 문제를 지나치게 공적보증으로만 해결하려고 나서는 것이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정부는 HUG의 지난해 순손실이 3조 원 이상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자 전세보증보험 가입이 중단되는 사태를 막기 위해 HUG의 법정자본금을 현행 5조 원에서 10조 원으로 늘리고, 자기자본의 70배인 보증한도를 90배까지 확대하는 내용의 주택도시기금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공적보증 비중을 높아져 손실이 발생하면 결국 국민 세금에서 떠안게 되는 부분이기 때문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며 “HUG와 같은 공기관의 손실과 리스크를 최소화할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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