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행 비행기 두 차례 연착에 하마터면 계약 마감 기한 넘길 뻔
1박 4일의 숨 가쁜 일정에도 ‘아침 운동’ 루틴 엄수
(영종도=연합뉴스) 이대호 기자 = 미국 메이저리그(MLB)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계약한 투수 고우석(25)은 하마터면 협상 마감 기한을 넘길 뻔했다.
우린 시간으로 4일 오전 7시, 샌디에이고 현지 시간으로 3일 오후 2시가 포스팅 시스템(비공개 경쟁입찰)을 통한 협상 마감이었던 고우석은 인천국제공항에서 3일 오후 1시경에야 비행기를 탔다.
샌디에이고가 마감 직전에야 최종 협상안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우여곡절 끝에 샌디에이고와 2+1년 총액 940만 달러(약 124억원) 계약을 마치고 6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으로 돌아온 고우석은 “마감 7분을 앞두고 계약이 딱 성사되니까 기쁨보다는 안도하는 마음이 더 들었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그러면서 “저보다는 에이전시 마음고생이 심했다”는 말도 덧붙였다.
고우석의 국내 에이전시인 리코스포츠 이예랑 대표는 출국한 3일부터 돌아온 이날까지 ‘1박 4일’의 긴박했던 계약 과정을 돌아보며 고개를 내저었다.
이 대표는 “미국으로 건너가는 비행기가 두 번이나 연착되는 바람에 정말 시간이 촉박했다”고 설명했다.
고우석은 로스앤젤레스를 거쳐 샌디에이고로 가는 대신 먼저 일본 도쿄 나리타 공항으로 이동한 뒤 그곳에서 샌디에이고 직항편을 타는 일정을 택했다.
샌디에이고 공항이 덜 혼잡해 미국 입국 심사 시간을 절약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에서다.
이 대표는 “마침 (일본에 도착한) 하루 전날에는 하네다 공항 활주로에서 대형 화재가 있었다. 사고 기종인 일본항공(JAL)을 타고 샌디에이고로 갔는데, 기내에서 사고에 대한 사과 방송을 하더라”고 떠올렸다.
고우석은 샌디에이고에 도착한 뒤 다른 곳을 둘러볼 새도 없이 곧바로 샌디에이고 구단 지정 병원으로 향했다.
계약에 꼭 필요한 신체검사 과정을 거치기 위해서다.
이 대표는 “사실 마감 7분 전에 계약서에 사인을 한 것은 아니고, 병원에서 모든 신체검사를 마치고 ‘OK’ 사인을 받은 게 7분 전이었다”고 소개했다.
고우석은 어떤 일이 있더라도 매일 오전 정해진 분량의 운동을 소화하는 선수다.
지난해 결혼식 때도 오전에 운동을 마친 뒤 식장으로 향했던 건 유명한 일화다.
급박한 상황에서도 고우석은 운동 ‘루틴’은 이어졌다.
이 대표는 “3일에 갑작스럽게 샌디에이고로 떠나게 돼서 잠실에서 운동하던 고우석 선수에게 빨리 준비하고 나오라고 했는데도 10시까지 정해진 운동을 다 하고 나오더라”고 떠올렸다.
미국으로 건너간 뒤에도 고우석은 자신과의 약속을 지켰다.
이 대표에 따르면 샌디에이고 호텔에서 숙박한 건 딱 하루였는데, 고우석의 요청으로 오전에 구단과 잡은 일정을 취소했다. 고우석은 샌디에이고 펫코 파크에서 운동을 소화했다.
덕분에 고우석은 샌디에이고 투수 다르빗슈 유와 조 머스그로브, 내야수 매니 마차도 등 팀 동료와 미리 만나 인사할 기회를 얻었다.
경쟁을 이겨내고 개막 로스터에 이름을 올려야 ‘진짜 빅리거’가 되는 거라고 여러 번 강조한 고우석은 빅리거가 되기 위한 조건으로 “몸 잘 만들기”를 꼽았다.
3월 서울에서 열리는 로스앤젤레스 다저스와 개막전 출전을 목표로 잡은 고우석은 다시 자신과의 싸움에 돌입한다.
4b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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