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용의 해, 갑진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사실 해가 바뀌었을 뿐, 평소와 다를 바 없는 나날임에도 어쩐지 새해에는 무언가 새로운 일을 해내야 할 것만 같은 기분에 사로잡히곤 하는데요. 여행도 여기에서 비롯한 일 중 하나입니다. 신년을 맞아 새로운 여행지로 떠나기를 계획하는 사람은 물론 낯선 장소에서 새로운 시작을 앞둔 사람도 있습니다.
이에 여행을 책으로 읽고 여기저기 둘러보고 싶은 사람을 위한 ‘여책저책’은 올해의 시작점에서 해외에서의 새로운 일상을 그린 신간 3권을 소개합니다. 당장 긴 여행을 생각하고 있지 않더라도 좋습니다. 미리 가본 이의 경험과 조언을 읽고 올 한 해의 여행을 계획해 보는 건 어떨까요.
한 달의 후쿠오카
오다윤 / 세나북스
여행을 다니다 보면 때로는 보다 오랜 기간 머물고 싶다는 생각이 들곤 한다. 이는 주로 여행지에서의 시간이 너무 만족스럽지만, 더 많은 명소를 방문하지 못해 생긴 아쉬움에서 비롯하는 경우가 많다. ‘한 달의 후쿠오카’는 이러한 아쉬움을 해소해 줄 책이다. 작가는 일본 후쿠오카에서 2023년 1월 중순부터 2월 초까지, 한 달 동안 머물며 보고 느낀 이야기를 담았다.
후쿠오카는 일본에서도 우리나라 여행객이 많이 찾는 지역이다. 인천공항에서 비행기를 타고 1시간이면 도달할 수 있음은 물론 짧은 일정으로 방문해도 유명한 관광지를 무리 없이 둘러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러한 점 때문일까. 작가가 후쿠오카로 한 달 살기를 한다고 하자, 주위에선 너무 긴 기간이 아니냐며 우려를 표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작가가 후쿠오카를 택한 이유는 간단하다. 후쿠오카에선 행복을 찾을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고 싶은 것도 먹고 싶은 것도 너무 많다. 만약 후쿠오카에 짧은 비행을 왔다면 무엇을 먹고 무엇을 포기할지 고민하느라 아까운 시간을 다 버렸을지 모른다. 하지만 나에게는 무려 한 달의 시간이 더 남아 있다. 한 달이라는 시간이 있는 것만으로도 마음의 여유가 생기고 무언가를 못 해도 나중을 위해 아껴놓는다는 편한 느낌이 들었다.
_본문 25쪽
작가는 맛있는 음식과 좋은 사람이 있는 곳을 행복한 도시라고 여겼다. 그리고 후쿠오카가 그랬다. 돈코츠 라멘, 우동, 모츠나베부터 가이세키 요리 등 후쿠오카에선 돈이 많지 않아도 맛있는 음식을 먹을 수 있다. 도시 가까이에 산과 바다가 있어 언제든 놀러 갈 수도 있으며, 무엇보다 정을 나눌 수 있는 따뜻한 사람이 있다. 이에 작가는 별다른 계획 없이 그저 마음 가는 대로 먹고 놀았음에도 다시 나아갈 수 있는 용기를 얻을 수 있었다고.
그렇다고 책이 작가의 감정뿐인 이야기만 담고 있진 않다. 책은 시간에 따른 작가의 여정을 풀어내고 있다. 이때, 작가가 방문한 명소에 대해서도 설명한다. 후쿠오카를 대표하는 관광지뿐 아니라 현지인이 더 사랑하는 레스토랑, 카페를 비롯한 다양한 장소에 관한 정보를 세세히 담았다. 처음 후쿠오카 여행을 떠나는 사람은 물론 n 회차 여행객이 읽어도 좋다.
낯선 계절이 알려준 것들
노현지 / 있다
이름도 잘 모르는 낯선 지역에서 1년을 보내야 한다면 어떨까. 한 번도 겪지 않은 일에 대한 설렘과 두려움이 공존할 것이다. 특히 여행이 아닌, 삶을 꾸려야 한다면 이 기간은 마냥 낭만적이지만은 않다는 생각이 든다. 영국에 간 작가의 일 년이 그랬다. 작가는 영국 잉글랜드 남서부의 작은 도시, 바스(Bath)에서 가족과 함께 1년간 살았다.
이전까지 바스라는 도시를 몰랐던 작가는 직접 머물며 도시의 역사와 매력을 알아간다. 물론 어려움도 있었다. 생활을 위한 첫 번째 필요조건인 ‘집 구하기’부터 바스에서의 1년은 삐걱대며 난항에 빠져들곤 했다. 그렇지만 이를 상쇄할 만한 기쁨도 컸다. 영국 작은 도시의 낯선 계절을 직접 경험하며 작가는 많은 것을 보고 느끼고 깨닫는다. 그렇게 바스에서 겪은 모든 이야기와 느낀 점을 엮은 여행 에세이가 바로 ‘낯선 계절이 알려준 것들’이다.
영국에서의 시간이 익어갈수록 나 역시, 영국의 하늘에 회색 구름이 걷히고 눈부신 파랑이 나타나면, 하던 일을 멈추고 창문을 열었다. 밖으로 나갔다. 귀찮음을 핑계로 뭉그적대거나, ‘나중’을 위해 ‘지금’을 등한시했다가는 눈앞에 나타난 맑은 하늘이 금세 사라져 버린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그리고 찬란히 맑은 지금, 현재의 순간을 흠뻑 들이켰다. 언제 신기루처럼 사라질지 모를 찬란한 현재의 의미를.
(p.316)
런던 같은 대도시가 아닌 일상에서 흔히 마주할 일 없는 소도시를 묘사하고 있다는 점 역시 책의 매력 포인트다. 작가는 런던보단 생활하기 불편하지만, 한국과 확연히 다른 바스만의 개성을 솔직하게 기록했다. 덕분에 책은 더욱 특색 있다. 여기에 직접 경험한 일을 생생하게 전하니, 독자는 이를 통해 낯선 세상을 더욱 쉽게 이해할 수 있다.
꿈꾸던 해외, 잠시만 살아볼까
김민욱 / 헝그리북스
인생을 살다 보면, 혹은 여행하다보면 한국에서의 삶 대신 해외 생활이 궁금해질 때가 있다. 이에 주관적인 감상을 담아 녹여낸 이야기보다 자세한 설명이 필요한 사람이라면 집중하자. ‘꿈꾸던 해외, 잠시만 살아볼까’는 이민, 워킹 홀리데이를 비롯한 해외살이를 계획하고 있는 사람을 위한 안내서다.
저자는 20대의 절반을 뉴질랜드와 호주에서 지냈다. 이에 누구보다 외국 생활의 즐거움과 고충을 잘 알고 있다. 그는 해외 생활을 원하고 있지만 막연한 두려움에 망설이는 사람을 위해 책을 썼다고 했다. 그만큼 책은 해외살이에 관한 내용을 세세하게 구성했다. 해외로 나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부터 머물 숙소나 일자리를 구하는 과정까지, 해외에서의 삶을 준비하며 생길 수 있는 의문점을 친절히 해결해 준다.
인생에 있어서 이미 확고한 방향성이 있거나 저처럼 늦은 나이에 떠나게 되어 무언가 경쟁력을 획득하고 싶다면
다른 사람이 바라보는 시선이 아니라 자기의 시선과 생각에 맞게 나아가면 됩니다.
타인이 뭐라 하든 본인이 스스로를 응원하면 됩니다.
_책 속으로
길든 짧든 한 번이라도 해외에서의 삶을 꿈꾼 적 있는 사람이라면 책을 읽어보길 추천한다. 물론 잠깐의 해외 생활로 삶이 완전히 변할 수는 없다. 그렇지만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은 바뀔 것이다. 작가의 인생에서 해외 생활이 가치 있는 경험이었던 만큼, 책을 통해 그의 조언을 듣고 새로운 여정을 계획해도 좋다.
글=이가영 여행+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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