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래에셋·한국투자·삼성·KB·메리츠증권이 새 사령탑을 맞이했지만, 연초부터 각종 리스크들이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이들 증권사 CEO(최고경영자)의 어깨를 무겁게 하고 있다.
미래에셋·한국투자·메리츠증권의 경우 부동산 투자 및 익스포져 규모가 커 지속적인 건전성 관리가 필요하다. 삼성·KB증권도 부실채권이 늘고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더구나 미래에셋·한국투자·KB증권은 랩·신탁 채권 돌려막기 관련 검사도 받고 있어 대응책을 강구해야 하는 상황이다. 홍콩 H지수 ELS(주가연계증권) 불완전판매 조사에선 메리츠증권을 제외한 4개 증권사 모두가 포함돼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이에 새로 임기를 시작한 CEO들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모습이다. 그간 미흡했던 내부통제 및 리스크 관리를 개선하라는 미션을 안고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금융당국도 지속적으로 금융권을 향해 손실흡수능력 강화와 조직 내 리스크 대응체계를 고도화할 것을 강조하며, 선제적인 리스크 관리를 주문하고 있다.
이에 이들 증권사 CEO들도 리스크 관리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관측된다. 향후 건설사들의 부실 우려가 커질 경우, 추가적인 충당금 적립 등을 통해 재무건전성 확보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내부통제와 관련해서도 상품 판매·운용 등의 통제시스템을 보완하고, 불완전 판매에 대한 고객 대응체계 마련에도 심혈을 기울일 것으로 예상된다.
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해 증권업계가 직면하고 있는 주요 리스크는 부동산 PF 손실 확대와, 채권형 랩·신탁 돌려막기 관련 내부통제 부실, 홍콩 H지수 ELS 불완전판매 등이다.
증권업계는 작년 한 해 동안 해당 리스크로 인해 재무적 손실은 물론 시장의 신뢰도 잃었다. 이에 증권사들은 책임경영 차원에서 CEO 교체를 단행했고, 리스크 관리 역량이 출중한 CEO를 새로 선임했다.
특히 미래에셋·한국투자·삼성·KB·메리츠증권 등 대형 증권사 수장이 바뀌었다. ‘리스크 관리’라는 책임을 안고 임기를 시작하게 된 것이다.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신청으로 부동산 PF 부실 우려가 커지면서 증권사들도 긴장의 고삐를 조이고 있다. 태영건설만 놓고 보면 증권사들의 손실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지만, 건설사들의 추가적인 부실이 현실화된다면 대규모 손실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작년 3분기 기준 증권업계의 부동산 PF 대출 연체율은 13%로 금융권 중 유일하게 두 자릿수를 기록하고 있다.
특히 미래에셋·한국투자·메리츠증권의 경우 부동산 관련 투자를 포함한 전반적인 부동산 익스포져 규모가 상대적으로 크다. 향후 추가적인 손실 발생과 건전성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 삼성·KB증권 역시 지난해부터 부실채권이 늘고 있어 주의가 요구되고 있다. 이들CEO에게 부동산 투자에 대한 보수적 운용과 함께 재무건전성 관리가 올해 주요 과제로 꼽히는 이유다.
채권형 랩·신탁 돌려막기 이슈도 올해 증권업계의 주요 리스크 중 하나다. 9개 증권사가 특정 고객의 랩·신탁계좌로 기업어음 등을 고가에 매수해 주는 방식으로 다른 투자자에게 손실을 전가한 것으로 밝혀졌다. 손실 전가 금액은 증권사별로 수백에서 수천억원 규모이며, 여기에 관여한 일부 CEO들은 중징계 처분 대상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미래에셋·한국투자·KB증권이 불법 운용에 대한 조사를 받고 있다. 이에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해당 상품 판매와 운용에 대한 통제시스템 강화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이번 사태가 자산관리(WM) 부문에서 발생한 만큼, WM 전문가로 불리는 허선호 미래에셋증권 각자 대표이사와 이홍구 KB증권 각자 대표이사의 역량이 주목된다.
홍콩H 지수 폭락으로 관련 ELS의 대규모 원금 손실 가능성이 높아지자, 증권을 비롯한 금융사들의 불완전판매 논란도 커지고 있다. 이에 금감원은 작년 12월 ELS 주요 판매사에 대한 현장 조사를 실시했으며, 관리 체계상 문제점이 있음을 밝혔다. 미래에셋·한국투자·삼성·KB증권 등이 조사 대상에 포함됐다.
이복현 금감원장이 조사 결과를 두고 판매사의 책임 부담이 불가피한 점을 지적하면서, 일부 증권사들의 손실 발생도 점쳐지고 있다. 이에 따라 조사 대상에 포함된 증권사들을 중심으로 투자자들의 손실 가능성에 대비해 고객 대응체계 마련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나아가 향후 리스크 관리를 위해 ELS 판매 의사결정 과정, 인센티브 정책 등도 집중적으로 점검할 것으로 전망된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부동산 PF, 랩·신탁 돌려막기, ELS 불완전판매 등을 조사하고 있다는 측면에서 업계에서 제일 큰 리스크 요인들이라고 볼 수 있다”라며 “각 CEO들이 신년사를 통해서도 리스크 관리 및 내부통제를 강조한 만큼, 전사적으로 이를 올해 과제로 삼고 나아갈 것 같다”라고 밝혔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