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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째 빈 ‘상암DMC’ 랜드마크 땅, 누가 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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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마포구 상암 디지털미디어시티(DMC)에 잠실 롯데월드타워를 뛰어넘는 초고층 건물이 들어설 수 있을까? 2004년부터 추진됐던 서울지의 ‘상암DMC 랜드마크용지’ 매각이 이번에 6번째 시도에 나섰다..

서울시는 매각 성사를 위해 사업조건 규제를 일부 완화했다. 사업에 관심을 보이는 예비 입찰자들은 까다로운 조건을 충족하면서도 사업성을 확보할 방안이 있을지 고민에 몰두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상암이 서울의 외곽이라는 입지적 한계가 있지만, 랜드마크가 들어선다면 지역 차원에서도 긍정적인 변화가 나타날 것으로 기대했다.

상암 DMC 랜드마크 부지 위치도 /그래픽=비즈워치

‘최고 133층’ 랜드마크용지 8365억원

서울시는 지난 3일 서울 마포구 DMC첨단산업센터에서 ‘상암DMC 랜드마크용지’ 매각을 위한 용지공급 설명회를 열었다. 이날 건설사와 증권사, 신탁사, 시행사 등 100여명의 사업자가 현장을 찾았다. 

서울시는 상암DMC 랜드마크용지(F1, F2 필지) 매각을 통해 첨단복합비즈니스센터 건립을 추진해 왔다. 용적률 1000%를 적용해 최고 656m(133층)까지 가능한 이 용지의 가격은 8365억원이다. 서울의 랜드마크가 될 건축물을 세울 수 있도록 한 땅이라 적어도 건축법상 초고층 건물(50층 이상)을 지어야 한다.

서울시는 꼬박 20년 전인 2004년부터 지난해까지 5차례 용지 매각을 시도했으나 실패했다. 지난해 6월 5차 매각이 유찰되자 전문가들은 ‘특수목적법인(SPC) 설립기간 및 총사업비의 10%에 해당하는 자본금 확보’, ‘주거비율 확대’ 등의 사업성 제고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다.

이번 6차 매각에서 서울시는 이를 반영해 지구단위계획과 공급조건을 완화했다. 제한 조건 중 사업성 높은 주거용도 비율은 연면적 기준 20%에서 30%까지 확대 허용했다. 여기엔 아파트뿐 아니라 오피스텔도 연면적 10%까지 넣을 수 있다.

반면 의무 조건에서 숙박시설(20%→12%)과 문화 및 집회시설(5%→3%) 비율은 축소했고, 상대적으로 임대사업 등에 유리한 기타 지정용도(업무, 방송통신시설, 연구소) 비율은 20%에서 30%로 높였다. 

상암DMC 랜드마크용지 매각조건 주요 변경 내용 /그래픽=비즈워치

서울시 “꼭 100층 원하는 건 아냐”

설명회장에는 땅값 규모도 크지만 입찰조건이 까다로운 만큼 높은 문턱을 걱정하는 참석자들이 많았다. 한 신탁사 관계자는 “입찰보증금이 입찰가격의 10%로 책정돼 최소 836억원”이라며 “사업제안에 부담되는 요소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에 서울시는 “공급지침을 만들기 전에 많은 전문가와 시장 의견을 수렴했는데, ‘SPC 설립자본금 제한을 줄이는 거라면 모를까 입찰보증금을 줄이긴 어렵다’는 결론에 이르렀다”며 “사업을 원만하게 진행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에서 보증금은 유지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둘 이상의 사업자가 나서지 않아 경쟁이 없는 경우 입찰이 무산되는 점도 사업제안 리스크로 꼽혔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경합이 없는 경우 절차를 진행하지 않는다면 수십억원을 들여 제안서를 제출한 컨소시엄 입장에선 불합리하다”며 “제안서를 낸 업체에 대한 혜택이나 매몰비용에 대한 보전방법을 검토할 계획이 있냐”고 질의했다.

그는 “제안을 준비하는 사업자는 수십억원의 비용과 많은 인력을 투입해야 하는 부담이 있다”며 “경합자가 있는지 눈치 봐야 하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1개 업체가 참여하면 경쟁입찰이 성립되지 않아 법적으로 무효로 할 수밖에 없다”며 “좋은 기획안을 가진 건실한 사업자라 하면 재공고를 통해 수의계약을 할 순 있겠지만 금전적 보전은 불가하다”고 답했다.

되파는 방식에 대한 고민들도 나왔다. 또 다른 건설사 관계자는 “개발 5년 후 제3자에 양도할 때 서울시가 우선매수권을 사용하면 사업자가 원하는 가격보다 낮게 넘겨야 하는 리스크가 있는 것 아니냐”며 “가격 차이에 대해 사업자를 보호할 장치나 절충안이 있나”라고 물었다.

서울시는 “그간 상암DMC의 49필지를 매도하는 과정에서 서울시가 우선매수권을 행사한 사례가 없었다”라며 “그만큼 쉬운 일이 아니다”라며 행사 가능성이 작다는 점을 강조했다.

설명회를 찾은 한 참석자는 “랜드마크로 사업성을 확보하려면 사업비 규모를 6조원 이상으로 확대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며 “인허가 변경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나”라고 질문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세부 내용은 협상 과정에서 변경될 수 있고 층수에 따라 사업비가 달라질 순 있겠지만, 용적률이 대폭 확대되진 않을 것”이라며 “서울시는 100층 이하라도 랜드마크적인 건물을 원하고 있다. 오해하지 않길 바란다”고 답변했다.

서울주택도시공사(SH) 의뢰로 무영건축이 2008년 설계한 상암DMC 랜드마크 빌딩 조감도 /자료=무영건축 홈페이지

상암에 초고층 건물? 사업성은 ‘글쎄’

도시공학 전문가들은 상암이 주요 업무지구로 성장하긴 했지만 랜드마크 건물의 입지로는 서울의 외곽이라는 한계가 분명하다고 지적했다. 현대차그룹의 강남구 삼성동 옛 한국전력 부지 초고층 개발도 지지부진한 상황이라서다.

서울시는 상암이 인천공항과 가까워 국제비즈니스에 유리하고, 마곡·여의도·홍대 등 인프라를 활용할 수 있는 지리적 이점을 갖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하지만 건설업계에서는 중심 지역에 비해 매력도가 다소 떨어질 수 있다는 점을 리스크로 보고 있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서울 전체를 보면 상암이 중심보다는 외곽에 떨어져 있는 곳이라 강한 흡입력을 갖는 업무 활동을 담기엔 한계가 있는 곳”이라며 “토지가 가진 흡입력과 가치 자체가 높아야 고층 빌딩을 세울 수 있는데 상암은 그만큼의 위상를 갖고 있지 않은 곳이라 쉽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업성이 높지 않아 초고층 건물을 올리는 게 부담스러울 수도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방송국 등 업무지구가 형성된 곳이지만 호텔이나 상업시설로 높은 수익률을 기대하기 어려워 주택에서 수익성을 내야 할 것”이라며 “오피스텔도 입지 면에서나 규모를 볼 때 이익을 극대화하긴 힘들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고층 건물은 공간에 비해 공사비가 비싸질 수밖에 없다. 고층화한다는 게 ‘남는 장사’가 아닐 수 있다”며 “랜드마크가 꼭 고층일 필요는 없다. 굳이 100층 이상 건물을 지어야 하는지 근본적인 질문을 던져야 하는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송 대표는 “도심 내 도시정비사업도 수주하지 않는 상황에서 부지를 매입해 개발하는 게 쉽진 않을 것”이라면서도 “서울시가 월드컵공원에 서울링 제로 등 명소화 사업을 추진 중인 만큼 이와 연계되면 복합적으로 긍정적인 가능성은 있다”고 봤다.

이번에 입찰 예정이라는 시행사 관계자는 “지난해 5차 입찰에 나섰지만 업황 부진으로 건설사들이 확약을 못 해줘서 응찰하지 못했다”며 “올해는 건설경기가 바닥을 찍고 반등할 것으로 보이는 만큼 무난히 응찰할 수 있으리라 본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상암DMC 랜드마크용지를 매입하려는 사업자로부터 오는 5월28일까지 신청서 및 사업계획서, 입찰보증금을 받는다. 이어 6월중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하고 9월중 매매계약을 체결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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