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고금리 여파로 이자 부담을 버티지 못한 부동산 소유주가 늘어나면서 서울 부동산 경매 시장의 매각가 총액이 2조원을 넘어서는 등 활황을 보였다. 전년보다 매물 수 자체도 늘었을 뿐 아니라 고액 매물도 많아진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올해도 활황이 이어질지 미지수라는 관측이 나온다. 지난해 12월 부동산 가격이 하락세로 전환되면서 경매 시장의 매각 대금도 연초 대비 절반 이상 줄었다는 진단에서다.
4일 부동산 경·공매데이터 전문업체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해 부동산 경매 시장에서 서울 지역의 매각가 총액이 2조422억원으로 지난 2022년 1조2502억원 대비 63.36% 늘었다.
지난해 유독 서울 지역의 고액 매물이 늘어난 덕이다. 이 기간 성사된 매각도 2481건에서 3342건으로 34.7% 늘어났으며, 건당 매각가도 2022년 5억38만원에서 지난해 6억1109만원으로 22.13% 늘었다.
지난해 부동산 경매 시장에서는 유독 많은 매물이 나오면서 참가자(응찰자)들의 선택지가 크게 늘었다는 진단도 나온다. 실제 경매가 진행된 건수는 1만9167건으로 지난해 9708건 대비 두 배 이상 늘었다. 다만 응찰자들이 고액 매물에 집중하면서 매각율 자체는 2022년 25.56%에서 지난해 17.44%로 8.12%포인트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고액 매물이 쏟아진 것은 고금리 영향으로 이자 부담을 버티지 못한 부동산 소유주가 많았던 결과로 분석된다. 국내 한국은행 기준금리는 지난해 1월부터 3.5%를 유지하고 있다. 이는 2022년 1월 1.25%였던 것에 비해 2.25%포인트 격차가 있다. 기준금리가 상향 조정되면서 부동산 담보 대출 금리와 이자 부담도 크게 늘어난 것으로 파악된다.
다만 고금리 환경이 지속되는 올해도 부동산 경매 시장이 지난해의 활기를 이어갈 수 있을지 미지수라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연말 부동산 가격이 하락세로 전환된 흐름이 이어지고 있는 탓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달 첫째 주 서울 아파트 가격이 하락세로 전환된 이후 마지막 넷째 주까지 4주 연속 하락세를 이어갔다.
지난달 부동산 경매 시장에서 매각가 합계도 1183억원에 그쳐 1월 2541억원 대비 53.44% 줄었다. 지난 2022년에는 1월(507억원)보다 12월(739억원) 매각대금이 훨씬 많았던 것을 감안하면 계절적 요인은 크지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부동산 경매 관계자는 “지난해 예년에 비해 시장이 활기를 보였지만 연말이 다가올수록 유찰이 늘어나는 등 분위기가 좋지는 않았다”며 “올해는 연초 부동산 시장 하락세가 경매 시장에 더욱 크게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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