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정이하여신 2811억…1년 새 54%↑
글로벌 상업용 부동산 시장 침체 여파
“PF發 위험 신호…리스크 확대 주의”
국내 4대 은행의 해외 부실대출 규모가 한 해 동안에만 빠르게 늘어나 3000억원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금리 충격에 연체액도 급증하며 해외 건전성 관리에 경고등이 켜졌다. 국내외에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화 우려가 커지는 만큼, 해외 신용위험이 확대되지 않도록 경계감을 늦추지 말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4대 은행의 해외 고정이하여신은 2811억원으로 전년 동기(1529억원) 대비 54.4% 늘었다. 고정이하여신은 3개월 이상 연체된 대출로 통상 금융사에서 부실채권을 구분하는 잣대로 쓰인다.
은행별로 살펴보면 ▲우리은행 1184억원 ▲하나은행 833억원 ▲신한은행 649억원 ▲국민은행 145억원으로 집계됐다. 조사 대상 기간 증가율은 적은 곳은 55%에서 많은 곳은 370%까지 나타났다.
같은 기간 4대 은행의 해외 대출 연체액도 1466억원에서 1989억원까지 73.7% 늘었다.
이들 은행의 부실채권이 총 여신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0.1%도 안되는 수준이지만, 부실 대출 규모가 빠른 속도로 확대되고 있다는 점은 우려스런 대목이다. 특히 이들 부실 대출 대부분이 고금리 기조 속 글로벌 상업용 부동산 시장 침체에 따른 것으로 은행들도 모니터링을 강화하는 상황이다.
2022년 3월부터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잇따른 정책금리 인상이 기폭제가 되면서 전 세계적으로 대출 이자 부담이 높아졌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재택근무 증가로 사무실 공실률이 치솟아 상업용 부동산 담보 대출 연체율이 증가했다는 분석이다. 미국, 유럽 등 비슷한 상황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코로나19 이후 재택근무 증가 등으로 해외부동산의 주요 임차인들이 임대차 계약을 해지하면서 담보 자산가치가 하락, 대출 연장이나 상환이 어려워졌다”며 “3분기 해외 연체액은 대부분 상환됐지만 부실 리스크 관리에 만전을 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은행 관계자도 “대부분 담보부 여신으로 현지 금리 상승에 따른 연체율 증가가 원인이며, 자산 건전성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통화정책을 주도하는 기관장들도 최근 태영건설발 부동산 PF 부실 우려에 금융권 건전성 관리를 당부하고 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전날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범금융 신년 인사회 신년사에서 “국내 경제는 부동산 PF, 가계·기업부채, 성장동력 정체 등 많은 위험과 불확실성에 노출돼있는 상황”이라며 “장단기 이슈를 아우르는 입체적인 정책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1일 신년사를 통해 “주요 선진국에서는 상업용 부동산 대출의 부실화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며 “국내서도 부동산 PF를 중심으로 일부 위험신호가 감지되고 있어 우리 경제의 약한 고리를 중심으로 신용위험이 확대되지 않도록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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