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뺏기면 안 된다…전기차 새 격전지로 떠오른 ‘이 나라’

데일리안 조회수  

‘아세안 최대 자동차 생산국’ 태국에 한·중·일 전기차 업체 투자 가속

현대차·기아, 현지법인 설립하고 생산공장 구축 검토

일본 텃밭 속에서 중국 전기차 시장 장악력 확대

태국, 아세안 전기차 생산허브 목표로 전기차 보조금 정책 펼쳐

현대차 아이오닉 5. ⓒ현대자동차
현대차 아이오닉 5. ⓒ현대자동차

글로벌 자동차 제조사들의 발길이 아세안의 핵심 시장인 태국으로 향하고 있다. 태국은 내연기관 자동차에서는 오랜 기간 일본 업체들의 텃밭이었지만 전기차만큼은 중국 업체들의 공격적 진출에 의해 장악되며 기존 일본 업체들과의 주도권 싸움이 치열하다. 이런 흐름에 현대자동차그룹도 합류하면서 태국 전기차 시장을 두고 한·중·일전이 펼쳐질 전망이다.

3일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에 따르면 지난해 1~10월 누적 태국 전기차 신규등록 대수는 7만7741대로 집계됐다. 지난해 글로벌 전기차 시장 규모(1400만대)를 감안하면 아직 판매량 자체가 많은 것은 아니지만 태국은 아세안의 최대 자동차 생산국이기에 그만큼 성장 잠재력이 큰 시장으로 주목 받고 있다.

지난해 1분기 동남아시아 전기차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약 10배가 증가한 가운데 태국 전기차 판매량은 동남아시아 전체 판매량의 75% 이상 차지할 정도로 가파른 성장세를 보여주고 있다.

태국이 전기차 부흥지로 떠오르자 글로벌 시장을 확장 중인 현대차그룹도 도전장을 냈다. 현대차는 지난해 태국 현지법인을 세웠으며 기아도 태국에 연간 25만대 자동차를 생산할 수 있는 공장 설립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에는 전기차 체험 공간을 열고 아이오닉 5 등을 내세워 전기차 진출을 본격화했다.

토요타. ⓒ연합뉴스
토요타. ⓒ연합뉴스

현재 태국 자동차 시장은 일본 업체들이 80% 차지하고 있어 압도적인 시장 지배력을 갖고 있다. 일본 업체들은 일찌감치 1960년대부터 태국에 진출해 터줏대감으로 자리 잡고 있다.

하지만 태국 전기차 시장에서는 중국 업체들이 약 81%의 점유율로 선두를 달리고 있다. 지난해 1~10월 누적 기준 태국 내 전기차 시장에서 중국 업체들이 나란히 1, 2, 3위를 석권했다. 여기에 중국 1위 전기차 업체인 BYD도 지난해 현지 생산라인 구축에 나서 중국 업체들의 입지는 더욱 공고해지고 있다.

중국 업체들은 미국, 유럽의 견제로 기존 주요 전기차 시장 진출이 어려워지자 인도·아세안 등 신시장으로 눈을 돌렸다. 특히 중국은 아세안과의 자유무역협정으로 전기차 수입 관세를 면제받을 수 있다. 토요타 등 일본 브랜드들이 전기차 전환에 대해 소극적인 대응을 하는 사이 중국 업체들은 적극적으로 전기차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고 있다.

최근 토요타와 혼다, 이스즈, 미쓰비시 등 일본 업체들도 태국 내 전기차 대규모 투자를 발표하며 반격에 나서는 모습이다. 일본 업체들은 향후 5년 동안 6200억엔(약 5조6600억원)을 투입해 생산체계를 구축할 예정이다.

순수 전기 스포츠 세단 ‘BYD 씰’. ⓒBYD
순수 전기 스포츠 세단 ‘BYD 씰’. ⓒBYD

글로벌 자동차 제조사들의 태국 진출 배경에는 태국 전기차 시장 성장성 자체만이 아니라 태국이 생산 능력과 수출용 생산기지로서 유리하다는 점도 작용한다.

태국 정부는 태국을 아세안 전기차 생산 허브로 만들기 위한 정책들을 추진하고 있다. 태국 정부는 2030년까지 30%를 전기차로 생산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아세안 지역 내 1위 전기차 생산국, 세계 10위 전기차 생산 거점으로 만들 방침이다.


이런 목표를 위해 태국 정부는 전기차 보조금 정책 ‘EV3.0’을 승인했다. 승인을 받은 전기차 제조업체들은 2022년부터 2025년까지 전기차 보조금과 수입 관세·소비세 면제 또는 감면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지난해 EV3.0 정책 신청기한이 종료되자 2024년부터 2027년까지 적용될 ‘EV3.5’가 승인됐다.

새로운 정책의 보조금은 이전보다 축소되고 태국 내 생산 의무 조건은 강화됐지만 여전히 주요 거점으로서의 이점 때문에 글로벌 업체들의 진출은 가속될 전망이다.

또한, 태국은 지정학적 위치 때문에 최대 전기차 소비·생산 시장인 중국과 인도 시장의 교두보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도 이점이다.

한편, 일각에서는 현대차그룹이 태국 전기차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원가절감 노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짚었다. 태국 시장은 고가보다는 저가 전기차 중심으로 시장이 형성되기에 가격 경쟁력이 관건이 될 것이란 의견이다.

하지만 중국 업체의 생산량은 현대차그룹의 배에 달하는 수준으로, 규모의 경제 면에서 가격 경쟁력 확보가 쉽지 않다.

이항구 자동차융합기술원 원장은 “중국이 미국·유럽의 대체 시장으로 진출한 아세안·인도 등 신흥국에서 우위를 갖고 있다”며 “연간 기준 중국은 수출 포함 1000만대 생산체제라서 50만대 생산체제인 현대차그룹으로서는 부품 원가에서도 경쟁 열위일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현재 현대차그룹이 전기차 시장에서 일본 업체들보다 물량으로는 앞서고 있지만, 그 차이가 크지 않고 빠른 속도로 추격하고 있어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 원장은 “중국·일본 업체 뿐만 아니라 태국 업체도 간과할 수 없다”며 “현지 업체들까지 가세하면 태국 전기차 시장의 구도는 4파전으로 펼쳐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덧붙였다.

데일리안
content@www.newsbe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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