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박효령 기자】 ‘노동개혁 원년’이었던 지난해 주 69시간 노동시간 개편안 논란부터 노란봉투법에 대한 대통령 거부권 행사로 인해 심화된 노정갈등이 지속될 전망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올해 신년사를 통해 노동 등 3대 구조개혁은 흔들림 없이 추진하겠다는 뜻을 거듭 강조하면서 갈등을 극복하고 성과를 낼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2일 정부 발표를 종합하면 집권 3년 차를 맞은 윤석열 대통령은 전날 신년사에서 “흔들림 없는 3대 구조개혁(노동·교육·연금) 추진하겠다”며 “노동개혁의 출발은 노사법치”라며 기존 정부 방침을 재차 언급했다. 이와 함께 다양한 근무 형태 확산, 직무·성과급제 개편 등 구체적인 방향도 주문했다. 고용노동부 이정식 장관 역시 “올해는 노동규범 현대화 등에 더욱 속도를 내겠다”고 강조했다.
당초 계획대로 노동 개혁을 추진할 것으로 전망되는데, 먼저 오는 27일 시행 예정인 50인 미만 사업장 중대재해법 적용 2년 추가 유예 논의를 둔 노사갈등이 증폭될 예정이다.
앞서 정부는 지난 2021년 1월 법 제정 뒤 3년 유예 중인 50인 미만 기업 전면 확대 재유예를 추진하고 있다. 그 일환으로 지난달 27일 ‘중대재해 취업분야 기업 지원대책’을 제시했지만, 당시 노동계는 기존 정책을 반복하는 ‘재탕’ 정책이라며 소규모 사업장의 위험을 막을 수 없다고 거세게 반발했다.
앞서 지난달 1일 윤 대통령이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2·3조 개정안)등에 대한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하면서 노정갈등이 본격화된 바 있다. 정부는 노란봉투법이 노사관계를 크게 저해하고 산업현장에 갈등과 혼란을 야기시킬 것으로 판단했다. 반면 노동계는 헌법에 명시돼 있는 노동권을 함부로 침해했다며 격하게 항의했다.
윤 정부는 올해 수정된 근로시간 제도개편안을 공개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지난해 3월 일명 ‘주 최대 69시간’ 노동시간 개편안을 발표했다가 역풍에 맞은 바 있다. 당시 주무부처였던 고용노동부는 현행 주 52시간제의 연장근로 총량과 비교해도 근로시간이 증가하지 않을 것이라며 근무시간 유연화를 강조했지만, 노동계는 법 제도 사각지대에 있는 중·소규모 사업장에서는 오히려 이를 악용할 수 있다며 우려를 드러냈다.
사태가 악화하자 급기야 윤 대통령까지 나서 ‘주 69시간’은 무리라고 지적하며 수정을 지시했다. 이에 고용노동부는 지난해 11월 사상 최대 규모 설문조사를 진행했고, 현재 개편안 수정 작업 중이다.
이런 와중에 지난달 7일 대법원이 연장근로시간을 판단할 시 ‘1주간 40시간’을 초과한 근로시간을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하지만 노동계는 대법원이 명문에만 집중해 현실을 무시한 판단을 내놓았다며 “시대착오적”이라고 비판하고 있는 상태다.
이주 노동자 확대 도입을 둘러싼 갈등도 첨예하다. 특히 정부가 올해 비전문 취업비자(E-9) 규모를 역대 최대인 16만5000명까지 늘리면서 음식점업 이어 호텔·콘도업까지 취업 허용 업종을 확대했다. 이를 두고 노동계는 내국인 기피 업종을 중심으로 일하게 될 이주노동자에 대한 노동권과 안전 보장 방안 마련이 뒤따르지 않은 것은 물론 전반적인 일자리 질을 떨어뜨릴 것이라고 우려했다.
여기에 올해에는 정년 연장 논의가 구체적으로 추진돼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지난해 0.7명 수준이던 합계출산율이 더욱 감소할 확률이 높은 것뿐만이 아니라 노인빈곤율 역시 지난 2021년 기준 37.6%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의 3배에 달해 이를 대응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경제사회노동위원회는 지난 7월 ‘초고령사회 계속 고용 연구회’를 구성해 관련 안건에 대해 논의해 온 바 있다. 지난해 5개월 동안 중단됐던 사회적 대화가 지난해 11월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이 복귀하면서 해당 논의에 대한 물꼬가 트일 것으로 전망된다.
고용노동부 이정식 장관도 전날 신년사를 통해 “사회적 대화가 복원된 만큼 근로시간, 임금체계, 법적 보호의 사각지대 등 노동시장의 산적한 문제를 국민의 관점에서 논의하고 지혜를 모을 수 있도록 대화를 적극 추진하겠다”며 “그간 전문가 논의 결과를 기초로 지역·업종·미조직 근로자 등으로 사회적 대화의 층위를 넓히고 다양화하겠다”고 약속했다.
한편 지난해 정부는 ‘노사법치주의’ 기조를 바탕으로 노조 회계 공시제도를 의무화하는 데 성공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 10월부터 지난달까지 노조 회계공시 접수를 마감한 결과 1000인 이상 노조·산하조직 739개 가운데 675개(91.3%)가 회계를 공시했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가맹 노조의 공시율은 각각 94%, 94.3%로 파악됐다.
이에 더해 현 정부 출범 이후 파업과 노사분규로 인한 근로 손실 일수도 역대 정부 평균의 36.8% 수준으로 감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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