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장범준이 팬들을 위해 오랜만에 공연을 기획했다가 돌연 취소하는 일이 발생했다. 이유는 암표 때문이다. 해당 공연은 관객 50명 정도의 소규모 형태로 기획됐다. 문제는 기존 티켓 가격보다 몇 배는 더 비싼 암표 값이 성행하자 장범준은 공연을 취소하는 결단을 내렸다.
지난 1일 장범준은 자신의 유튜브 채널 커뮤니티를 통해 “암표 문제를 해결할 수 없어 일단 공연 티켓 예매를 전부 취소하기로 결정했다”라며 “다음에 좀 더 공평하고 좋은 방법을 찾아서 다시 공지하도록 하겠다. 죄송하다”라고 밝혔다. 해당 공연은 지난달 25일 장범준이 평일 소규모 공연을 개최하겠다고 밝히면서 화제가 됐다.
당시 장범준은 “앨범이 미뤄져서 좀 오래 쉬고 있다. 앨범이 언제 나올지는 저도 잘 모른다. 보통 저는 앨범이 나와야 신곡하고 같이 활동을 시작하는 편인데 내향적인 성격이라 몇 년 쉬다 갑자기 활동하면 힘들 거 같아서 앨범 발매가 되기까지 작은 공연을 가끔 해볼까 한다”라고 전했다. 이후 공연 일정은 1월 3, 4일에 진행되며, 공연 이틀 전인 1월 1일 티켓 오픈을 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오후 8시 매표가 시작되자 바로 전석 매진됐다. 문제는 암표였다. 이후 암표가 성행했다.
소식을 접한 장범준은 “작은 규모의 공연이다. 암표가 너무 많이 생겼다. 방법이 없으면 공연 티켓을 다 취소시키겠으니 표를 정상적인 경로 외에는 구매하지 말아달라. 최대한 방법을 찾아보겠다”라며 “혹시라도 급한 마음에 되파는 티켓을 사시는 분이 생길까 봐 글을 남긴다”라고 유튜브 커뮤니티를 통해 당부했다. 하지만 끝내 암표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장범준은 공연 취소를 알렸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장범준의 티켓 가격은 정상 판매 가격 5만5000원의 세배 가까운 가격이 요구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한 암표상은 장범준 공연 표 두 개를 판매하며 “티켓값 제외 30만원을 받겠다”라고 밝히기도 했다. 누리꾼은 “진정한 팬이라면 암표를 사지 말아야 한다”, “현장에서 본인인증 안 되나”, “법적으로 방법을 찾는 게 필요할 듯싶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각종 콘서트와 공연 등을 놓고 사기와 암표 기승
암표 문제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지난 연말에도 각종 콘서트와 공연 등을 놓고 사기와 암표가 기승을 부렸다. 단순히 되파는 것을 넘어 매크로 프로그램 등을 이용해 조직적으로 이뤄지는 등 사기의 위험성도 있다. 일각에선 엄벌 등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성탄절 엑스(옛 트위터) 등 사회연결망서비스(SNS)에는 “SBS 가요대전에 입장하려고 했는데, 티켓 자체가 가짜였다”는 내용이 쏟아졌다. 이들은 ‘판매자로부터 정상 티켓이라고 해서 40만원이나 주고 구매했는데 입장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해당 공연은 사전 응모를 통해 한정된 무료입장권만 풀렸던 만큼 수요가 높았고 외국인 케이팝(K-POP) 팬들을 포함해 다수의 피해자가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가요대전 티켓 사기’의 용의자는 지난 27일 인천 중부경찰서에 체포돼 조사받고 있다.
이처럼 연말연시 공연, 콘서트 등이 몰리면서 암표 및 관련 사기가 끊이지 않고 있다. 각종 중고 거래 사이트, SNS에서는 ‘임영웅 대전 공연 취소 표를 구해주겠다’며 7만원~10만원가량의 웃돈을 제시하거나 정가가 13만원대인 S석 표를 40만원에 양도하겠다는 글 등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암표 거래 수단 또한 다양해졌다. 실물 티켓의 배송지를 변경하거나 현장에서 거래하는 것 외에도 ‘아옮'(아이디 옮기기)이라는 방식도 주로 이용된다. 아옮은 암표 여부 검증을 위해 티켓 구매자가 본인이 맞는지 이뤄지는 현장 인증을 피하기 위한 것이다. ‘아옮’을 위해서는 판매자의 아이디로 구매한 티켓을 취소 후 취소된 순간을 노려 구매자가 이를 다시 구매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이 경우 제때 취소가 되지 않아 사기를 당했다는 후기도 상당수다.
실제 암표 관련 신고는 코로나19 이후 대형 공연 등이 늘어남에 따라 증가세를 보인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2020년 359건에 그쳤던 공연 암표 신고는 2021년 785건, 2022년에는 4244건까지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암표 신고는 늘어나고 있지만 마땅한 처벌이 어려워 아티스트나 소속사 등에서 나서 암표 제보를 받거나, 적발될 경우 대응을 예고하는 것이 전부다.
현재 암표와 티켓 사기 처벌은 오프라인에 한해서만 경범죄처벌법에 근거, 2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온라인에서 조직화하고 전용 중고 플랫폼까지 끼고 이뤄지는 최근 거래에 대해서는 실질적인 처벌이 어려운 상황이다. 지난 3월 매크로 구매를 불법으로 정의한 공연법 개정 외에도 스포츠 경기 등 다양한 영역에서의 암표를 방지할 수 있는 법제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방제일 기자 zeilis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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