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인터페이스로 꼽히는 컴퓨트 익스프레스 링크(CXL)가 올 상반기 본격적인 상업화의 길을 연다. CXL 규격을 적용한 첫 중앙처리장치(CPU)인 인텔 5세대 제온 프로세서(코드명: 에메랄드 래피즈) 출시가 시작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인공지능(AI) 관련 수요 증가로 최근 살아나고 있는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 CXL이 가세할 경우 삼성전자, SK하이닉스의 수익 회복 시점은 더욱 빨라질 전망이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인텔은 올 상반기 CXL 규격에 맞는 첫 CPU 5세대 제온 프로세서를 출시할 방침이다.
현재 CXL 메모리는 인텔 CPU 4세대 제온 프로세서(사파이어 래피즈) 등 일부 제품에 탑재돼 있긴 하다. 하지만 CXL의 특성인 ‘확장성’은 다소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는다. CXL 1.1을 지원하기 때문이다. CXL 1.1은 CPU마다 CXL 지원 메모리가 대칭되는 형태로, CPU 1개당 사용할 수 있는 D램 수가 제한돼 있다. 일반적으로 CPU는 1개당 최대 16개의 D램 모듈을 사용할 수 있다.
반면 5세대 CPU에선 CXL 2.0 D램을 지원하는 만큼, 본격적인 확장이 가능하다. 인터페이스를 하나로 통합해 장치 간 직접 통신을 가능하게 하고 메모리를 공유할 수 있게 돼 용량을 대폭 늘릴 수 있다. 설비투자와 비용 효율을 모두 높일 수 있다는 얘기다. 특히 인텔은 세계 서버용 CPU 시장에서 80% 이상 점유율을 보이고 있어 에메랄드 래피즈를 통해 CXL 2.0 생태계는 빠르게 확장될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 업계에선 인텔 CPU 출시 이후 CXL 2.0을 지원하는 CPU가 속속 나올 것으로 보고 있다. AMD 역시 비슷한 규격을 지원하는 CPU나 각종 프로세서들을 만들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CXL 시장 확대는 더욱 속도를 낼 전망이다.
올 상반기 CXL 2.0이 상업화를 시작하면 D램 수요는 더욱 늘어나게 된다. 시장정보회사 욜그룹은 세계 CXL 시장이 2028년 150억달러(약 20조원) 규모가 될 것으로 보고 있는데, 이 가운데 80% 규모인 120억달러가 CXL D램 시장이 차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욜그룹은 “2027년 이후엔 업계의 모든 CPU가 CXL과 연동되게끔 설계되면서 CXL 전용 D램이 더욱 각광을 받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CXL D램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경쟁도 격화될 전망이다. 20조원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선 인텔에서 최초 검증을 받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두 회사는 이미 지난 연말부터 CXL 2.0 메모리 양산에 박차를 가하는 중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각각 128GB CXL 2.0 메모리와 96GB CXL 2.0 메모리를 양산한다. 삼성전자는 최근 서버용 운영체계(OS) 기업 레드햇과 함께 D램 호환성 검증에 성공하기도 했다.
실적 기대감 역시 높아지는 상황이다. 저점을 찍은 D램과 낸드플래시(낸드) 가격이 회복세를 타고 있고,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 증가에 이어 CXL D램으로 고부가 메모리 판매량을 대폭 늘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 DS 부문과 SK하이닉스의 올해 합산 영업이익은 20조원 규모로 전망된다.
한예주 기자 dpwngk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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