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공화국’ 완성 단계…민주당 사법리스크가 명분 제공해”
“도덕성 상실 민주당, 민주화세력 명예 실추…죄지어도 뭉개 국민들 질려”
‘원칙과 상식’ 신당 합류 가능성엔 “어느 단계 가면 그럴 것”
(서울=연합뉴스) 김남권 설승은 기자 = 신당 창당의 길로 나선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전 대표는 2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탈당 시점에 대해 “금명간 거취를 표명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재명 대표가 자신의 탈당을 만류하며 “무엇보다 중요한 건 단합”이라고 강조한 데 대해선 “단합 자체는 소중한 가치지만 나쁜 단합은 해악”이라고 했다.
당내 현역 의원들의 신당 합류 전망에 대해선 “당사자들에겐 굉장히 고통스러운 선택”이라며 “남이 함부로 재촉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지만 시기에 따라서 합류하는 인사들이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이 전 대표와 일문일답.
— 이 대표와 회동 후 ‘제 갈 길 가겠다’고 했다. 탈당 결심 굳혔나.
▲ 그렇다. 혁신과 통합, 단합을 주문하고서 여러 달 기다렸는데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회동에서도 그런 의지가 전혀 확인되지 않았다.
— 탈당 날짜는.
▲ 금명간 거취를 표명하겠다. 당원들에게 인사도 하고 사과할 게 있으면 하겠다.
— 현 민주당의 가장 큰 문제는.
▲ 도덕성 마비다. 윤석열 정부가 법무부 장관을 끌어다 여당을 책임지는 비상대책위원장으로 만들면서 ‘검찰 공화국’이 완성 단계에 온 것 같다. 민주당의 ‘사법 리스크’가 거기에 명분을 일부 제공하고 있다. 범죄 혐의가 많다 보니 검찰 공화국이 존재할 이유를 가진 것처럼 비칠 수 있다. 서로 ‘방탄’과 검찰권 남용의 수렁에 빠져 적대적 공생으로 가고 있다. 도덕성 마비가 민주당이 정부의 실정에도 대안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이유 아니냐. 죄를 지어도 죄책감 없이 뭉개니 국민들은 여기에 질린다. 덩달아 국민들 죄의식도 둔화하니 당의 불행을 뛰어넘은 국가적 불행이다.
— 구체적으로 말하면.
▲ 당이 저지른 뼈아픈 잘못 중 하나는 민주화 운동 세력의 명예를 실추한 것이다. 어찌하여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처럼 민주화에 기여한 적도 없는 사람에게 표적이 될 정도가 됐나. 더 정의로운 방향으로 간 게 아니라 그 반대였다. 그래서 운동권이 해악처럼 돼 있고 한 위원장에게 청산 대상이 됐다.
— 한 비대위원장의 운동권 청산론을 평가하면.
▲ 집권당다운 선거 전략은 아니다. 민주당의 나쁜 일면을 표적으로 삼겠다는 건데, 여당으로 의미 있는 선거 결과를 얻기는 태부족일 것이다.
— ‘한동훈호’가 순항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인가.
▲ 한 위원장이 대통령의 신뢰로 내부 장악은 할 수 있겠지만 좋은 선거 결과를 얻기는 상당히 어렵게 가고 있다. 부분적 차별화를 시도했다면 훨씬 더 선거에 좋았을 것이다. 내가 한 위원장이라면 윤석열 대통령에게 양해를 구하고 홍범도 장군 흉상 문제를 원복하고 여성가족부 폐지를 무기한 연기하겠다고 선언했을 것이다. 하지만 김건희 여사 특검에 우물쭈물하며 ‘윤석열 아바타’ 이미지만 강화하고 있다.
— 민주당에 ‘획기적 변화’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여러 번 했다.
▲ 여당은 ‘한동훈 비대위원장’ 카드로 변화하고 있지 않나. 그에 대한 당의 대응이 가장 큰 리스크다. 총선이 다가올수록 ‘돈 봉투 사건’ 연루 의원들이 소환될 것이다. 이 대표도 주 2∼3회 재판을 받는다. 그런 모습이 선거에 도움이 될 리 없는데도 내부 문제 제기가 없다. 기이한 침묵이다.
— 측근 남평오 전 국무총리실 민정실장이 ‘대장동 의혹’을 언론에 제보했다. 친명(친이재명)계는 대장동 의혹 제기가 대선 패배 원인이라고 주장한다.
▲ 가치관의 전도다. 무엇이 옳은가 판단 기준이 뒤집혀 있다. 제보와 하소연을 듣고도 덮었어야 옳은가. 나중에 21명이 구속되고 수사를 받던 3명이 목숨을 끊을 정도의 엄청난 사건인 건데 덮었어야 하는 게 맞나. 왜 그렇게까지 억지를 부려야 하나. 그런 사람들에게 국민 신뢰가 가겠나.
— 당 대표까지 지내놓고 신당을 추진하는 것에 당내 비판도 나온다.
▲ 굉장히 긴 기간 고민했고 신당론을 거부도 했지만, 생각을 달리했다. 잘못된 방향으로 단합하는 건 해악이다. 민주당이 이대로 가선 안 된다고 생각하면서도 입 다물고 ‘닥치고 단합’만 한다? 그게 무슨 의미가 있나.
— 분열은 호재는 아니라는 지적이다.
▲ 분열이 아닌 민주 세력 확대다. 양당 모두 싫지만 그래도 민주당이 대안이라고 생각하던 분들도 지금은 민주당에 마음 두고 싶어 하지 않는다. 그분들을 다시 정치 과정으로 모셔 오는 건 분열이 아니라 잃은 표를 되찾아 오는 것이다. 양당 다 싫다는 분들에게 선택의 여지를 봉쇄해 기득권을 유지하는 것이야말로 이기주의다. 민주당은 다당제를 지향하며 소수정당 세력을 우군화해왔지만, 어느 순간부터 우군을 배척하며 선택의 여지를 봉쇄하고 있다. 민주당이 지킬 건 간판이 아니다. 김대중·노무현 정신과 민주화 세력들이 추구했던 순수한 정의다.
— 이낙연계 의원 중 함께 한다는 인사들은 많은가.
▲ 많지는 않다. 그분들도 선거를 해야하니 대처 방법이 여러 가지다. 제가 그걸 탓하고 있진 않다.
— ‘원칙과 상식’도 탈당 카드를 만지작대고 있다.
▲ 거기는 날짜까지 정한 것 같다. 그분들은 그분들 나름의 활동 계획이 있을 것이다.
— 신당에 합류하지 않나.
▲ 어느 단계에 가면 그러겠지만 처음부터 그러는 건 아니다. 그들은 국민들에게 명분과 배경을 충분히 설명하고 싶어 한다. 그들이 매번 내게 설명해주는 건 아니지만 ‘그랬다더라’ 식의 사후 보고가 들어올 때가 있다.
— 당내 다른 의원 중 신당을 함께 할 사람들은.
▲ 당장은 그런 건 아닌데, 조금씩 합류 가능성을 보여주는 분들이 계시다.
— 창당하면 ‘이준석 신당’과 연대도 고려할 수 있나.
▲ 일엔 순서가 있다. 아직 연대를 논할 단계가 아니다. 지금은 우리가 무엇을, 어떻게, 왜 하려고 하는가를 국민에게 설명해 드리는 게 중요하다. 세력 간 연합 이야기가 선행되면 다분히 공학적으로 보일 것이다.
— 최근 이 대표가 임명한 임혁백 공관위원장에 대해 비명(비이재명)계가 ‘친명 공관위’라고 비판하는데.
▲ 난 한 번도 공천에 대해 우려한 적이 없다. 내 관심에서 꽤 멀어져 있기 때문이다. 또, 무슨 말을 해봤자 다 부질없다는 것도 잘 안다.
se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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