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1일 주요 종합일간지들이 올해에도 1면에 삼성 광고를 실었다. 경향신문, 국민일보, 동아일보, 서울신문,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한국일보 등 1월1일자 1면 하단은 모두 삼성의 광고로 채워졌다.
아침신문들은 올해 첫 1면에 무슨 사진을 실었을까. 한겨레는 대구 동구에 위치한 협력 마을공동체 ‘안심마을’의 발달장애인 주민과 비장애인 주민들의 송년회 사진을 실었다. 한겨레는 사진 설명에 “‘안심마을 사람들’은 이날 뷔페식으로 차린 음식을 함께 먹고 장기자랑을 하며 기쁨과 슬픔의 한해를 보내고, 새해에도 자신들만의 꿈을 향해 나아가기를 바라며 ‘안심마을 파이팅’을 외쳤다”고 적었다.
동아일보는 1면에 다문화 대안학교인 서울 구로구 지구촌학교 학생들의 사진을 담았다. 학생들이 교내 체육관에서 물감 묻은 손바닥으로 태극기를 칠한 후 누워 환하게 웃고 있는 모습이다. 동아일보는 “한국은 올해 인구 5% 이상이 외국인으로 채워지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 ‘다인종·다문화 국가’에 진입할 것으로 보인다”며 “저출생 고령화 시대에 이민자들과 공존 상생하는 사회를 만들어야 하는 과제가 새해 대한민국 앞에 놓여 있다”고 했다.
한국일보는 신년 여론조사 결과를 담고 국회 앞에 펼쳐진 무지개색 ‘협치의 길’ 사진을 1면에 담았다. 국민의힘부터 기본소득당까지 각 정당의 대표 색상을 LED 조명으로 그래픽화한 길이다. 한국일보는 사진 설명에서 “작년 정치권은 대통령의 장관 임명 강행과 연이은 거부권 행사, 야권 단독 법안 통과 등 타협 없는 대치 일변이었다”며 “변화의 의미를 지닌 청룡의 해를 맞아 새해에는 국민을 위해 화합하는 국회가 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서울신문은 가정위탁 제도의 한계와 대안을 제시하는 기획 사진으로 위탁부모 가정의 모습을 실었다. 중앙일보는 지난해 7월 경기도 부천에서 태어난 베트남 부부의 세쌍둥이 사진을 실었다. 초극소 저체중아로 태어난 세쌍둥이가 뇌출혈과 장폐색 등의 고비를 넘기고 새해를 맞았다는 기사의 사진이다.
언론사별 신년 여론조사…“현 정부 검찰 공화국이 문제” 58% 공감
신문들은 새해를 맞아 각 사에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를 1면에 실었다. 총선 투표 정당, 김건희 특검법 거부권 행사, 한동훈 비대위 체제에 대한 생각 등 중복되는 여론조사 질문이 많았다.
경향신문이 윤석열 대통령의 ‘김건희 여사 특별검사 도입 법안’ 거부권 행사에 대한 생각을 물은 결과 국민 10명 중 6명은 거부권 행사가 부적절하다고 생각했다. 대구·경북(TK) 지역에서도 ‘부적절’이 ‘적절’ 의견보다 많았다. 경향신문이 지난 7월 수해 복구 작업 중 사망한 해병대 채 상병 순직의 원인 규명과 당시 대통령실, 국방부가 수사에 관여했다는 의혹을 조사하기 위해 특검 도입이 필요하다고 물은 결과, 10명 중 7명은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동아일보는 ‘내년 총선에서 어느 정당에 투표할 것인가’를 질문했다. 그 결과 서울 유권자의 34.6%가 국민의힘에, 33.5%가 민주당에 투표하겠다고 밝혔다. 경기 유권자 조사에선 국민의힘 후보 지지가 30.0%, 민주당 후보 지지가 40.7%로 집계됐다. 동아일보가 실시한 지난해 6월 여론조사에서는 국민의힘과 민주당 후보 지지가 각각 30.6%, 37.4%로 격차는 오차범위 이내였다.
중앙일보의 ‘국민의힘이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 체제에서 1당이 될 수 있느냐’는 여론조사 질문에 될 수 없다고 답한 이는 51%였다. 될 수 있다는 응답은 34%로 격차는 17%포인트였다. ‘더불어민주당이 이재명 대표 체제에서 1당이 될 수 있느냐’는 질문에도 될 수 없다고 답한 이는 45%로, 될 수 있다(41%)는 응답보다 오차범위 내에서 더 많았다.
이를 두고 중앙일보는 “‘1당이 될 수 있느냐’는 총선 승리를 뜻한다. 이번 조사 결과는 여야 어느 쪽도 유권자의 마음을 온전히 얻지 못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며 “특히 국민의힘의 ‘1당 달성’에 대한 부정응답이 민주당보다 높은 것은 국민의힘이 처한 현재 상황과 관련이 깊다는 분석이 나온다. 4년 전 총선에서 103석을 얻는 데 그쳐 180석을 얻은 민주당에 완패했으며, 현재 대통령 국정 운영 지지율이 40% 미만에 머물러 있고, 내년 총선과 관련해 정부 견제 여론이 정부 지원 여론보다 앞서고 있는 점 등이 작용해서”라고 했다.
‘현 정부의 요직을 검찰 출신들이 장악한 검찰 공화국이 된 것이 문제라는 주장에 얼마나 공감하느냐’는 중앙일보 질문엔 ‘공감한다’는 답변이 58%, ‘공감하지 않는다’는 답변이 37%였다. 윤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대한 평가는 긍정 37%, 부정 60%였다. ‘권력 특권층이 된 80년대 운동권 출신 정치인들을 청산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선 ‘공감한다’는 의견이 52%, ‘공감하지 않는다’는 의견이 38%였다.
한국일보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정권심판론은 52%, 야당심판론은 48%를 기록했다. 다만 지역구 출마자 가운데 국민의힘 후보에게 표를 주겠다는 응답은 29%로, 더불어민주당 후보지지 의견(25%)보다 높았다. 한국일보 여론조사에서 응답자들은 내년 총선을 앞두고 가장 신경써야 할 정책으로 ‘저출생 및 고령화’를 꼽았다. 일자리 및 고용, 주거 및 부동산 등이 뒤를 이었다. 한국일보는 “인구 감소로 국가의 미래가 위협받는 상황에서 민생과 직결된 분야에 어떤 대안을 내놓으냐가 4월 총선 표심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했다.
발달장애인과 비장애인 구분 없는 ‘안심마을’ 찾은 한겨레 신년기획
신문마다 눈에 띄는 신년기획도 많았다. 한겨레는 대구 동구 끝자락 ‘안심지역’에서 발달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주민으로 어울려 마을공동체를 일궈가는 네트워크 ‘안심마을’을 취재한 기획기사를 1면에 실었다. 발달장애인 자립을 지원하는 사회복지법인 한사랑의 대표이사 윤문주는 “비장애인이 일하는 직장에서 함께 일하는 발달장애인, 비장애인이 누리는 시간과 공간을 함께 누리는 발달장애인을 상상해보자. 그게 바로 마을 아닐까”라는 말로 안심마을을 정의했다.
한겨레는 “그들이 누구인지 압축해 설명하긴 쉽지 않다. 흔히 ‘공동체’라는 표현에서 떠오르는 경건하고 결사적인 이미지와는 거리가 멀다. 모여 놀기 좋아하고, 단단한 조직도 없다. 설명의 어려움은 그들이 우리 사회의 지배적인 이분법을 가로지르고 있다는 방증”이라며 “지금 한국 사회의 위기가 다중적이라고 복합적이라면, 대의제 정치의 한계 또한 분명하다. 새해를 맞아 안심마을 이야기를 꺼내는 이유”라고 했다.
서울신문은 신년 기획 <잠시만 부모가 되어주세요>을 통해 위탁부모 170명의 이야기를 전한다. ‘가정위탁’은 친부모가 양육하지 못하는 아이를 대신 맡아 일정 기간 양육하는 제도다. 친인척이 맡는 경우를 제외하면 아이들을 품는 위탁가정은 2022년 기준 974가구, 이들에게 맡겨진 아이는 1126명이다. 서울신문은 위탁부모 170명을 대상으로 한 실태조사와 함께 24명의 위탁부모를 직접 만나 들은 이야기와 제도적 한계를 전하고 대안을 제시한다.
경향신문은 1면에 <중도, 그들은 누구인가> 기획기사 첫 편을 실었다. 경향신문은 “중도에 대한 정치권의 구애와 사회적 관심에 비해 이들에 대한 본격적인 탐구와 분석은 상대적으로 빈약했다”며 “중도는 단일한 집단인가. 중도는 정치와 사회에 관해 어떤 의견을 갖고 있는가. 중도는 어떤 투표 행태를 보이는가. 과연 중도는 균형추 역할을 할 수 있는가” 등에 대한 답을 찾아간다고 밝혔다. 시작을 여는 <한 지붕, 두 햄릿> 편에선 설문조사를 통해 중도층의 정치 관심도, 정치 효능감, 투표율과 투표성향, 정치 이념에 대한 유연성과 개방성 들여다보고 분석했다.
동아일보 “윤석열 대통령 올해는 신년 기자회견 열어야 한다”
동아일보가 1월1일 사설에서 윤석열 대통령에게 신년 기자회견을 주문했다. 동아일보는 “윤 대통령이 대국민 소통에서는 후한 점수를 받기 어렵다는 데는 이론이 크지 않을 것이다. 대표적인 게 실종된 기자회견”이라며 “취임 100일 회견을 한 2022년 8월 이후 정식 기자회견이 없었다. 그해 11월 도어스테핑 중단 후로는 정상회담 공동 기자회견을 제외하면 공개된 자리에서 취재기자의 질문을 받지 않았다. 정식 회견은 직선제로 선출된 대통령 가운데 빈도가 가장 낮은 쪽”이라고 지적했다.
동아일보는 “윤 대통령은 1월 중 신년 기자회견을 열어야 한다. 그동안 북한 도발 등 안보 상황, 한일 한중 관계, 물가 및 부동산 정책에 이르기까지 설명을 못 들은 의제가 산적해 있다. 더 미룰 여유가 없다”며 “찬성 여론이 높음에도 대통령이 특검법을 백지화하려는 이유를 국민은 궁금해한다. 대통령은 기자들의 질문, 추가 질문을 받아가며 생각과 심경을 밝힐 기회를 가질 필요가 있다. 국민들은 대통령의 발언과 표정은 물론이고 단호함과 머뭇거림까지 지켜보며 대통령의 진심을 판단할 것”이라고 했다.
강준만 교수 “증오와 혐오를 파는 언론…팬덤 정치 뒤이은 팬덤 언론”
강준만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명예교수가 한겨레 <강준만 칼럼>에서 ‘팬덤 정치’의 뒤를 잇는 ‘팬덤 언론’ 현상을 비판했다. 정파성을 기반으로 해 정치를 증오·혐오의 발산 기회로 이용하는 언론을 지적하는 내용이다.
강 교수는 정파성이 두드러지는 주요 언론사들의 유튜브 채널을 지적했다. 강 교수는 “대부분 정치 투쟁이다. 정당에서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각 언론사의 색깔에 따라 정파성이 두드러진다”며 “물론 유튜브 소비의 최강 실세인 강성 지지층을 염두에 둔 전략이겠지만, 이 전략은 유튜브가 아닌 언론사 몸통의 콘텐츠와 논조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 같다. 기사 제목들부터 유튜브의 선정주의를 추종하는 기색이 역력하다”고 했다.
강 교수는 “독자들을 그런 식으로 길들이면 이성적인 논의와 주장이 들어설 자리는 위축되기 마련이다. 이에 못지않은 문제는 이미 ‘정치 과잉’인 상황에서 정치의 비중이 더 커질 가능성”이라며 “국익과 민생을 위한 정책 중심의 정치 기사라면야 바람직하겠지만, 강성 독자들은 그런 걸 좋아하지 않는다. 언론은 그 어떤 명분을 둘러대건 증오와 혐오를 팔아야 한다. 이건 ‘팬덤 정치’의 뒤를 이은 ‘팬덤 언론’ 현상이라 할 만하다”고 했다.
강 교수는 “정치를 증오·혐오의 발산 기회로만 이용하지 말고, 언론 자신의 문법을 의심해 보자. 지금 언론은 사회적 불행과 비극의 예방은 포기한 채 이미 엎질러진 물이 돼버린 불행과 비극을 증폭시키는 역할에만 충실한 건 아닌지 돌아보자”며 “팬덤을 존중하면서도 ‘팬덤 정치’와 ‘팬덤 언론’의 길로 나아가지 않는 건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다. 지금 우리가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뜨거운 열정”이라고 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