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첫 타자 ‘외계+인’ 2부
기쁨과 아쉬움이 공존했던 2023년을 뒤로하고 2024년 새해가 밝았다. 2023년은 기대작들의 연이은 흥행 실패로 한국 영화의 위기라 뚜렷이 드러났던 해였다.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11월까지 극장을 찾은 관객 수는 1억 844만명이었고, 이 중 한국 영화 관객 수는 4707만명이었다. ‘범죄도시3’가 천만 관객 돌파로 활로를 여는가 했지만, 오래가지 않았다. 텐트폴 기대작들이 줄줄이 쓰러지면서 업계는 충격을 받았다. 다행히 11월 개봉작 ‘서울의 봄’이 천만 관객을 돌파했고, 12월 개봉한 ‘노량: 죽음의 바다’가 선전하면서 한국 영화의 희망으로 떠올랐다.
갑진년에는 어떤 영화가 ‘서울의 봄’의 흥행 열기를 이어갈 수 있을까. 국내 5대 배급사인 CJ ENM, 롯데엔터테인먼트, NEW(넥스트엔터테인먼트), 쇼박스, 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의 신작들은 관객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을까.
◆ 지난해 ‘우울했던’ CJ ENM, ‘베테랑2’→’하얼빈’ 풍성한 라인업으로 반격
지난해 CJ ENM은 흥행 참패를 거듭하면서 악몽 같은 시간을 보냈다. ‘유령’이 66만, ‘카운트’가 39만, ‘더 문’ 51만, ‘소년들’이 47만 명을 동원하면서 손익분기점에 한참 모자라는 성적표를 받았다. 국내 최대 투자 배급사라는 체면이 구겨졌고 한 때는 영화 사업을 접을 것이라는 소문이 나돌기도 했다. 이에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CJ ENM 구창근 대표는 “CJ가 영화 투자를 그만둔다는 소문은 사실이 아니다. 양질의 영화가 세상에 나오도록 건강한 투자 생태계를 만드는 일이 CJ ENM의 중요한 사명이라는 생각은 바뀌지 않았다”라면서 팬데믹 여파로 위축된 한국 영화가 활성화 될 수 있도록 업계 리더로서 노력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이 같은 선언 뒤, 새해의 포문을 여는 작품은 1월 10일 개봉하는 최동훈 감독의 ‘외계+인’ 2부다. 2022년 여름 성수기 텐트폴로 나섰던 ‘외계+인’ 1부는 ‘타짜’, ‘전우치’, ‘도둑들’ ‘암살’의 최동훈 감독의 7년 만의 신작이라는 점과 700억 원의 제작비, 그리고 류준열, 김태리, 김우빈, 염정아, 조우진 등 쟁쟁한 배우들의 출연으로 기대를 한 몸에 받았다. 그러나 최종 성적표는 153만명 관객 동원으로, 손익분기점 730만명에 한참 모자라는 숫자였다.
‘외계+인’ 2부는 치열한 신검 쟁탈전 속 숨겨진 비밀이 밝혀지는 가운데 현재로 돌아가 모두를 구하려는 인간과 도사들의 이야기로 1부의 떡밥을 완벽하게 수거하겠다는 계획이다. 1부는 극장 흥행에 실패했지만 OTT에서는 좋은 반응을 얻은 바 있어, 전편보다 관객들을 더 끌어들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도 있다.
최동훈 감독은 “후반 작업을 1년 반 동안 했다. 편집을 오래 한 이유는 여러 가지 실험을 했다. 이 영화는 2부가 있어야만 서로 좋은 짝이 된다. 1부가 너무 외로웠지 않았나라는 생각도 든다”라며 “만일 1부를 보지 않은 관객이라면 2부를 볼 것인가 그런 점들을 생각했다. 연결돼 있는 것 같기도 하지만, 독립적인 느낌을 주기 위해 시간을 많이 들였다”라고 심혈을 기울였다고 강조했다.
‘외계+인’ 2부에 이어 셀린 송 감독 연출작 ‘패스트 라이브즈’가 2월에 개봉한다. ‘패스트 라이브즈’는 지난 1월 제39회 선댄스국제영화제에서 월드 프리미어로 첫 선을 보인 후, 단숨에 화제작으로 급부상한데 이어 세계 3대 영화제 중 하나인 제73회 베를린 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됐다. 특히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의 유력한 경쟁작으로 떠오르고 있는 작품이다. CJ ENM과 미국의 A24가 공동으로 투자 배급에 참여했다.
수상 이력도 화려하다. 고담 어워즈 최우수 작품상, 미국영화연구소 ‘올해의 10대 영화’에 선정됐을 뿐 아니라, 전미 비평가 위원회, LA 비평가 협회상, 뉴욕 비평가 협회상 등 다수의 권위 있는 협회와 시상식에서 존재감을 발휘했다.
영화는 한국에서 만나 어린 시절을 보낸 두 남녀가 20여 년이 흐른 후 뉴욕에서 재회해 벌어지는 이야기로, 유태오가 남자 해성 역을, 그레타 리가 여자 노라 역을 맡았다.
류승완 감독의 천만 흥행작 ‘베테랑'(2015)의 후속편 ‘베테랑2’도 2024년에 만나볼 수 있다. ‘베테랑2’는 더욱 노련해진 서도철 형사(황정민 분)와 베테랑 강력범죄수사대에 닥친 새로운 위기를 그린 범죄 액션으로, 1편에 이어 황정민, 오달수, 장윤주 등이 그대로 출연하며 정해인이 빌런으로 합류해 기대감을 높였다.
‘내부자들’, ‘남산의 부장들’ 등의 히트작을 내놓은 우민호 감독은 올해 현빈의 손을 잡고 ‘하얼빈’으로 컴백한다. ‘하얼빈’은 1909년 조국과 떨어진 하얼빈에서 일본 제국에게 빼앗긴 대한민국을 되찾기 위해 목숨을 걸었던 독립 투사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한국의 현대사를 장르물로 긴장감 있게 풀어내는 우민호 감독과 현빈을 필두로, 박정민, 조우진, 박훈, 유재명 등 믿고 보는 충무로 배우들의 만남으로 제작 단계부터 화제가 됐다. ‘하얼빈’의 시나리오의 완성도는 이미 업계에서 유명하다. 여기에 ‘서울의 봄’, ‘노량: 죽음의 바다’가 역사극이라는 점에서 ‘하얼빈’ 역시 사회적인 관심을 이어나갈 수 있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나온다.
2019년 데뷔작 ‘엑시트’로 942만명의 관객을 동원하고 그 해 각종 영화제 신인상을 휩쓴 이상근 감독도 차기작 ‘2시의 데이트’로 2024년의 문을 두드린다. ‘2시의 데이트’는 모두가 잠든 새벽 2시, 상상초월 비밀을 가진 아랫집 여자와 동네 대표 백수 윗집 남자가 만나 기상천외한 데이트를 벌이는 로맨틱 코미디로, 윤아와 안보현이 주연을 맡았다. 당초 김선호가 남자 주인공으로 캐스팅 됐으나 사생활 이슈로 하차하고 안보현이 투입됐다.
기대되는 신예 감독도 출격한다. ‘그녀를 모르면 간첩’, ‘브라보 마이 라이프’, ‘인천상륙작전’, ‘그것만이 내세상’, ‘영웅’의 조연출 및 조감독이었던 김덕민 감독은 상업 영화 데뷔작 ‘도그 데이즈’를 선보인다.
성공한 건축가와 MZ 라이더, 40대 싱글 남녀까지. 특별한 단짝 덕분에 예기치 못하게 엮인 이들의 기분 좋은 갓생 스토리를 그린 영화로, 윤여정, 유해진, 김윤진, 정성화, 김성화, 다니엘 헤니, 이현우, 탕준상이 전 세대를 아우르는 캐스팅이 돋보인다.
지난해 칸 국제영화제 미드나인 부문에 초청됐던 故 이선균의 유작 ‘탈출: 프로젝트 사일런스’는 올해 라인업 명단에 포함되지 않았다.
◆롯데엔터테인먼트, ‘대가족’·’부활남’·’데몬 헌터스’ 대기 중
롯데엔터테인먼트가 준비한 기대작도 쟁쟁하다. ‘변호인’, ‘강철비’ 시리즈의 양우석 감독은 4년 만에 신작 ‘대가족’을 선보인다. ‘대가족’은 스님이 된 아들 때문에 대가 끊긴 만두 맛집 평만옥 사장에게 세상 본 적 없던 귀여운 손주들이 찾아오면서 생각지도 못한 기막힌 동거 생활을 하는 이야기로, 김윤석, 이승기가 출연한다. 이승기는 스님 역할을 위해 삭발까지 감행해 관심을 모았다.
2021년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됐던 ‘행복의 나라로’도 드디어 관객들 앞에 나선다. ‘바람난 가족’, ‘하녀’, 돈의 맛’, ‘나의 절친 악당들’ 등을 선보인 임상수 감독의 신작으로 최민식, 박해일이 주연을 맡았다.
부산국제영화제 외에도 피렌체 한국영화제, 런던한국영화제, 홍콩 아시아영화제 등에 줄줄이 초청되며 일명 ‘영화제 인증’을 마친 작품이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독전2’로 쓴 맛을 봤던 백종열 감독은 ‘부활남’으로 부활을 노린다. 2016년 네이버 웹툰에 연재돼 개성 넘치는 캐릭터와 탄탄한 스토리, 시원한 전개로 화제를 모은 웹툰 ‘부활남’이 원작이다. 영화는 초월적인 능력과 그 뒤에 숨겨진 비밀을 둘러싼 다양한 인물들의 이야기를 구교환과 신승호가 강렬한 액션과 비주얼로 흥미롭게 그려낼 예정이다.
‘와니와 준하’, ‘불꽃처럼 나비처럼’ 등을 만든 김용균 감독은 황혼기의 사랑과 우정 이야기로 감동을 선사한다. 나문희와 김영옥, 박근형이 주연을 맡았다.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 ‘한국영화의 오늘-파노라마 섹션’에 초청돼 호평 받았다.
롯데엔터테인먼트의 라인업에는 충무로의 젊은 감독들이 여럿 이름을 올렸다. 마동석 주연으로 기대를 모으는 ‘거룩한 밤: 데몬 헌터스’는 임대희 감독의 상업 영화 데뷔작이며 ‘가장 보통의 연애’의 김한결 감독은 조정석 주연의 두 번째 신작 ‘파일럿’을 선보인다.
류승룡, 박해준, 옹성우가 출연하는 ‘정가네 목장’ 역시 신예 김지현 감독의 데뷔작이다.
◆ NEW, 강동원 차기작으로 화제성 선점
NEW는 현재까지 2024년 개봉 예정작이 총 4편이다. 오컬트 장르물 ‘검은 사제들’의 여성판으로 알려진 ‘검은 수녀들’이 권혁재 감독의 손에서 만들어진다. 송혜교와 전여빈이 출연을 검토 중으로 알려져 화제를 모은 바 있다.
강동원, 이미숙 주연의 범죄 드라마 ‘엑시던트’도 대기 중이다. 살인을 우연한 사고로 조작하는 이들이 예상치 못한 사건에 휘말리며 벌어지는 영화로, ‘범죄의 여왕’ 이요섭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험상궂은 두 남자가 새로 들어간 집에서 겪는 이상한 일을 그린 남동협 감독의 ‘핸섬 가이즈’, 송승헌, 조여정의 재회작인 김대우 감독의 ‘히든 페이스’도 올해 관객들과 만난다.
NEW 역시 故 이선균이 촬영을 마친 ‘행복의 나라’의 개봉 일정을 올해 라인업에 넣지 않았다.
◆ 쇼박스, ‘파묘’·’사흘’ 오컬트 장르 맛집 예약
쇼박스는, 2024년 1월과 2월 각각 박영주 감독의 ‘시민덕희’와 장재현 감독의 ‘파묘’를 새해부터 바짝 레이스를 이어간다.
‘시민덕희’는 보이스피싱을 당한 평범한 시민 덕희에게 사기 친 조직원 재민의 구조요청이 오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박영주 감독은 단편 ‘1킬로그램’으로 칸 영화제 씨네파운데이션 부문 초청, 중편 ‘선희와 슬기’로 국내외 유수의 영화제에 초청되며 영화계의 뉴 제네레이션이다. 여기에 라미란, 염해란, 공명, 안은진, 이무생 등이 실화를 바탕으로 한 통쾌한 추적극을 완성했다.
‘파묘’는 ‘검은 사제들’, ‘사바하’로 한국 오컬트 장르의 한 획을 그은 장재현 감독의 신작이라는 점에서도 주목 받고 있다. 거액을 받고 수상한 묘를 이장한 풍수사, 장의사, 무속인에게 벌어지는 기이한 일을 그린 오컬트 영화로, 최민식과 김고은, 유해진, 이도현이 주연을 맡았다.
박신양의 7년 만의 스크린 컴백작 ‘사흘'(가제)도 쇼박스의 야심작이다. ‘사흘’은 딸의 장례를 치르는 사흘간 죽은 딸의 심장에 악령이 깃들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리는 오컬트 장르물로, 이민기가 합류해 박신양과 호흡을 맞춘다. ‘제니 주노’ 연출부, 단편 ‘최종 면접’을 만든 현문섭 감독의 상업 데뷔작이다.
◆ 작년 흥행 날개 단 플러스엠, ‘범죄도시4’로 기세 이어간다
2023년, ‘범죄도시3’와 ‘서울의 봄’ 두 편의 천만 영화를 내놓으며 기세가 남다른 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는 올해도 알찬 7편의 상차림을 준비했다.
먼저 쌍 천만 시리즈를 달성한 ‘범죄도시’ 네 번째 시리즈 ‘범죄도시4’가 돌아온다. ‘범죄도시4’는 1편부터 3편까지 무술 감독을 맡았던 허명행이 메가폰을 잡았다. 마석도(마동석)의 업그레이드된 범죄 소탕작전을 그리며, 배우 김무열과 이동휘가 윤계상, 손석구, 이준혁을 잇는 빌런으로 새롭게 합류했다.
‘무뢰한’의 오승욱 감독도 7년 만에 다시 전도연과 재회한 ‘리볼버’로 스크린에 컴백한다. 여기에 넷플릭스 ‘더 글로리’로 전성기를 맞은 임지연과 ‘최악의 악’으로 새로운 얼굴을 보인 지창욱이 이름을 올렸다.
‘삼진그룹 영어토익반’, 웨이브 오리지널 ‘박하경 여행기’의 이종필 감독은 이제훈, 구교환, 홍사빈 주연의 ‘탈주’를 출격 시킨다. 군사분계선 너머의 삶을 꿈꾸는 북한군 병사 규남(이제훈 분)과 그를 막는 보위부 장교 현상(구교환 분)의 목숨 건 탈주와 추격전이다.
로맨틱 영화도 기다리고 있다. ‘미씽: 사라진 여자’, ‘탐정: 리턴즈’의 이언희 감독이 김고은, 노상현의 손을 잡고 ‘대도시의 사랑법’으로 돌아온다. 세계 3대 문학상 중 하나인 부커상과 함께 국제 더블린 문학상 후보에 오른 박상영 작가의 동명의 베스트셀러를 원작으로 한다.
뿐만 아니라 황병국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강하늘 유해진의 ‘야당’, 하준원 감독의 ‘데드맨’도 올해 관객과 마주한다. 조진웅, 김희애, 이수경이 주연을 맡았다.
황정민, 염정아 주연의 액션 오락 영화 ‘크로스’는 설 시즌 개봉을 확정했지만, 연기를 결정했다. 이유를 밝히지 않았지만 출연 배우 전혜진의 남편 이선균이 세상을 떠나면서, 개봉 시기를 미룬 것으로 보인다. 구체적인 개봉 시점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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