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결권 배분부터 험난…1월 11일 1차협의회서 채권단·워크아웃 개시 등 확정
(서울=연합뉴스) 채새롬 송은경 오지은 기자 = 산업은행이 태영건설[009410] 워크아웃과 관련해 채권단 400여곳을 추려 소집 통보를 보냈다. 태영건설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 보증채무 규모는 9조원을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1일 산업은행이 최근 태영건설 금융채권단에 보낸 제1차 금융채권자협의회 소집 통보에 따르면 태영건설의 직접 차입금은 은행·증권사·자산운용사 등 80곳, 총 1조3천7억원으로 파악된다. 여기에는 회사채, 담보대출, 기업어음,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등이 포함돼 있다.
직접 차입금 외에 태영건설이 PF 대출 보증을 선 사업장은 총 122곳, 대출 보증 규모는 9조1천816억원으로 집계된다.
이중에서는 서울 마곡지구 업무시설을 조성하는 CP4사업(차주 58곳·대출 보증규모 1조5천923억원)의 규모가 가장 크다.
이외 광명역세권 복합개발사업, 구로 지식산업센터 개발사업, 김해 대동첨단일반산업단지, 고양 향동 지식산업센터 개발사업 등 사업장에 대출보증을 했다.
직접 대출금과 PF 사업장 대출 보증채무를 다 합친 채권단 규모는 400곳이 넘는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실제 확정되는 채권단 규모는 이보다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해당 채권단 파악 및 통보는 태영건설과 관련된 모든 사업장에 대해 이뤄진 것이다. 통보를 받은 각 사가 실제 채권이 있다고 응답하면 그 응답을 기초로 채권단이 구성된다.
건설사 보증채무는 신용보강(자금보충 확약·연대보증)이나 책임준공을 제공한 사례로 나뉜다. 일반적인 신용보강은 부채 만기에 따라 상환(현금 유출)해야 하지만, 책임준공 의무는 개별사업장 사업 성과에 따라 부채 발생 가능성이 달라진다. 공정률이 높거나 분양이 마무리된 경우 태영건설이 지급해야 하는 우발채무 가능성이 작다.
앞서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태영건설 관련 익스포저는 4조5천800억원으로, 태영건설 직접 여신 5천400억원에 태영건설이 자체 시행 중인 PF 사업장 29개의 익스포저 4조300억원이었다.
금융위 관계자는 “태영건설이 시행을 겸하는 PF 사업장의 익스포저를 합친 것이 4조원가량”이라며 “연대보증 채무의 현실화 조건에 대해 각사가 판단하는 게 다를 수 있어 실제 의결권 행사 응답을 봐야 채권단 규모를 정확히 판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태영건설의 정확한 채권단 규모와 채권액 등은 1월 11일 협의회에서 확정될 전망이지만, 채권단 규모가 다소 줄더라도 사업장 대출에 지방상호금융조합, 저축은행 등까지 워낙 많은 금융사가 껴 있어 의결권 배분 과정이 험난할 것으로 예상된다.
당장 태영건설이 자구안을 내놓더라도 채권단 협의에서 각자 순위와 익스포저, 사업장 상황 등에 따라 각기 다른 셈법이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보통 워크아웃에서는 채권단이 많아야 20∼30개사 정도인데, PF 사업장이 많은 건설사의 특성상 채권단이 눈에 띄게 많아졌다”며 “11일까지 보증 채무 등에 따라 채권단을 확정하고, 의결권을 배분하는 작업 자체가 평소보다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채권단에 포함된 일부 금융사들은 실질적인 채무 관계가 없거나 미미한 수준인데도 회사 이름이 올라가 있어 당혹스러움을 나타내기도 했다.
A 증권사는 100억원의 태영건설 기업어음(CP)을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으나 실제로는 CP 인수 당일 저축은행에 모두 셀다운(매각)한 것으로 파악됐다.
B 증권사는 수백억원대의 회사채와 PF대출 보증채무 금융사로 이름을 올렸지만, 여기에는 법인에 중개하거나 분양이 완료돼 실질적인 리스크가 ‘제로’에 가까운 액수까지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수백개 금융회사에 채권단 명단이 뿌려지면서 태영건설 관련 익스포저가 있는 회사들이라고 하니 신뢰가 중요한 업계에서 평판 리스크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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