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에서는 미국 기술주에 투자하는 상품의 성과가 두드러졌다. 특히 인공지능(AI) 열풍이 불면서 엔비디아 등 주요 반도체 기업을 많이 담은 상품일수록 성과가 높았다.
반면 중국 증시에 투자하는 ETF는 손실을 입었다. 태양광, 전기차 등 친환경 기업의 주가가 계속해서 하락한 영향이 컸다.
운용역량 중요성이 높은 액티브 ETF에서도 미국 반도체 관련 ETF가 우수한 성과를 기록했으며, 중국 기술주 ETF는 부진했다.
미국 투자자 웃고, 중국 투자자 울었던 한 해
올해 가장 우수한 성과를 낸 ETF는 ‘TIGER 미국필라델피아반도체레버리지(합성)로 170.96%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미국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 움직임의 2배를 추종하는 상품이다.
올해 AI 기술이 발전하면서 AI와 관련한 반도체 기업들의 주가가 고공행진 했다. 이에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의 주요 구성종목인 엔비디아, AMD, 브로드컴 등의 주가가 상승하면서 ETF 수익률도 덩달아 올라갔다.
2~3위는 나스닥100지수에 투자하는 레버리지 ETF가 차지했다. ‘TIGER 미국나스닥100레버리지(합성)’는 139.27%의 성과를 올렸으며, ‘KODEX 미국나스닥100레버리지(합성 H)’도 126.26%의 수익을 거뒀다.
두 상품 모두 나스닥100 지수를 토대로 레버리지 투자하는 전략을 가졌지만, 환율 변동 방어 유무에 따라 성과가 나뉘었다.
4위도 미국 기술주 ETF가 차지했다. ‘KODEX 미국FANG플러스(H)’가 주인공으로 96.54% 수익률을 올렸다. 메타(옛 페이스북, F), 애플(A), 아마존(A), 넷플릭스(N), 구글(G) 등 미국을 대표하는 기술주에 집중 투자하는 상품이다.
5위는 국내 증시에 투자하는 ETF가 자리를 잡았다. 코스닥150 지수에 레버리지 투자하는 ‘KOSEF 코스닥150선물레버리지’가 89.16%의 수익을 올렸다. 에코프로그룹주 등 2차전지주들의 상승세와 함께 연말 HLB, 알테오젠 등 바이오주가 급등하면서 코스닥150 ETF가 우수한 성과를 보였다.
올해 미국과 한국의 기술주가 높은 상승세를 기록한 반면 중국 기술주의 성과는 부진했다. 특히 친환경 사업과 관련한 종목의 성과가 좋지 못했다.
2023년 가장 낮은 성과를 기록한 ETF는 ‘SOL 차이나태양광CSI(합성)’으로 41.82%의 손실을 냈다. 다음으로는 중국 전기차 관련 종목에 투자하는 ‘TIGER 차이나전기차SOLACTIVE’가 37.3% 손실을 기록했다.
홍콩 항셍지수(HSCEI) 움직임의 2배 수익을 추구하는 ‘KODEX 차이나H레버리지(H)’도 37.14% 하락했다.
코스닥150 지수가 상승하자 해당 지수 하락에 베팅하는 ‘ARIRANG 코스닥150선물인버스’는 36.81% 뒷걸음질 쳤다.
국내 유일의 팔라듐 투자 ETF인 ‘KBSTAR 팔라듐선물(H)’도 올해 36.44% 하락했다. 내연차에서 전기차로 전환하면서 내연차 매연저감장치의 재료로 활용하는 팔라듐의 수요가 줄어들며 가격이 떨어졌다.
운용사 실력 볼 수 있는 액티브 운용 성과는?
액티브 ETF도 미국 기술주에 투자한 상품이 가장 우수한 성과를 냈다.
액티브 ETF는 기초지수를 그대로 따르는 일반적인 ETF와 다르게 운용역의 판단에 따라 기초지수를 넘어서는 수익을 내는 것을 목표로 하는 상품이다. 다만 기초지수와의 상관계수를 어느 정도 유지해야 해 기초지수가 높게 상승한 ETF들의 성과가 우수했던 것으로 보인다.
국내에 상장한 총 175개 액티브 ETF 중 2023년 가장 높은 수익을 낸 종목(연내 상장종목 제외)은 ‘ACE 글로벌메타버스테크액티브’로 78.22%의 수익을 올렸다. 해당 ETF는 유니티 등 메타버스 관련 기업과 엔비디아 등 인프라 산업에 투자하는 상품이다.
해당 상품이 추종하는 기초지수는 60.16% 상승했으나 액티브 운용을 통해 18%포인트의 추가 성과를 거두며 수익률 1위를 차지했다.
한국투자신탁운용 관계자는 “상반기에는 엔비디아 상승 수혜를 받아 수익을 높였고 3분기에는 엔비디아 비중을 줄이고 반도체 공급망 기업 비중을 늘렸다”며 “4분기 중순부터는 유니티 등 소프트웨어 업종 비중을 확대하며 주가 상승을 ETF에 반영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다음으로는 ‘SOL 한국형글로벌반도체액티브’가 74.76%의 수익을 올리며 뒤를 이었다. 해당 ETF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국내 대표 반도체 기업과 엔비디아, TSMC 등 글로벌 반도체 기업에 투자하는 상품이다. 다만 추종하는 기초지수 수준에서 움직이면서 초과 수익을 거두지는 못했다.
3위는 타임폴리오자산운용의 ‘TIMEFOLIO 미국나스닥100액티브’로 74.69%의 수익을 올렸다. 올해 나스닥100 지수가 60% 상승한 가운데 초과 수익을 얻는 데 성공했다.
다음으로 ‘KBSTAR 비메모리반도체액티브’와 ‘에셋플러스 글로벌플랫폼액티브’가 각각 74.02%, 65.43%의 성과를 올리며 4~5위에 위치했다.
손실을 기록한 종목은 4개에 불과했다. 가장 부진한 성과를 기록한 종목은 ‘SOL 차이나육성산업액티브(합성)’로 15.17% 하락했다.
해당 ETF는 중국판 나스닥으로 불리는 과창판(STAR50)을 기초지수로 투자하는 상품이다. 올해 중국 기술주의 하락세가 이어지자 성과가 부진했다. 기초지수 하락분 14.6%보다 더 큰 낙폭을 보였다.
KCGI자산운용의 ‘MASTER 스마트커머스액티브’도 6.05% 하락했다. 해당 ETF는 성장성이 높은 유통 인프라, 브랜드 및 콘텐츠 산업에 투자한다. 구성종목은 네이버, 하이브, 아모레퍼시픽, 영원무역 등이 있다.
지난해 기초지수가 1.56% 하락한 가운데 6%가량 손실을 내며 기초지수보다 못한 성적을 기록했다.
상장리츠에 분산 투자하는 ‘히어로즈 리츠이지스액티브’도 수익률 하위권에 자리잡았다. 국내에 상장한 리츠주 중 10종목을 선별해 투자하는 ETF다. 지난 2022년에 이어 올해도 고금리가 이어지면서 상장리츠 주가가 부진을 면치 못한 탓으로 보인다.
‘KODEX 차이나메타버스액티브’도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했다. 해당 ETF는 중국, 홍콩, 대만의 메타버스 관련 기업에 투자한다. 미국 메타버스 관련 기업에 투자하는 ETF가 수익률 1위를 기록한 것과 비교되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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