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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금리 여파로 올 해 기업 인수합병(M&A) 시장은 움츠러들었지만 429건의 딜을 완료해 거래액은 61조 6000억원에 달했다. 지난해보다 기업 M&A 거래가 10조원 넘게 줄었지만 몸값이 6조 4000억원을 넘는 HMM(011200)이 새 주인을 찾는 과정에 있어 내년에는 금리 부담이 줄면서 투자가 늘어날 것이란 희망도 싹트고 있다. 국내 최대 회계법인인 삼일PwC와 최대 로펌인 김앤장은 M&A 금융 및 회계 자문과 법률 자문에서 각각 1위를 지켰다. 크레디트스위스(CS)와 JP모건 등 외국계 투자은행(IB)도 6조 원 넘는 거래를 지원하며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인했다.
서울경제신문이 29일 집계한 2023 M&A 리그 테이블에 따르면 올 해 자금 납입을 완료한 기업 M&A는 총 429건으로 거래액은 61조 5712억 원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561건의 M&A가 72조 3778억 원에 달하는 규모로 체결된 것과 비교하면 각각 23%, 15% 가량 줄어든 것이다.
글로벌 긴축 기조가 장가화 하면서 국내 M&A도 타격을 입어 올 1분기에는 21조 3247억 원의 거래가 성사됐지만 4분기에는 절반 수준인 10조 4330억 원)에 그쳤다. 대기업은 물론 사모펀드 운용사들이 고금리 여파로 자금 조달이 어려워지고 금융 부담도 커져 보수적 투자 기조를 유지한 때문으로 풀이된다.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한 이후에도 자금 납입이 지연돼 M&A가 해를 넘긴 경우도 적진 않았다.
다만 하반기 들어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한 딜들이 지난해 보다 크게 늘고 있어 내년에는 M&A 시장이 회복세를 보일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3분기 SPA 체결 M&A는 7조 7175억 원, 4분기는 5조 6103억 원을 각각 기록했는데 이는 지난해 동기와 비교할 때 336.3%, 261.5% 급증한 것이다.
삼일PwC는 M&A 금융 자문을 한 거래 규모가 7조3056억원(94건)에 달 해 올 해도 선두 자리를 지켰다. 삼일PwC는 아모레퍼시픽의 코스알엑스(7551억 원) 인수 거래에서 매각 측을 지원했고 9월 SK(034730)팜테코가 미국 세포유전자치료제 CDMO(위탁개발생산) 기업인 CBM의 경영권을 인수(5000억 원)할 때도 자문을 맡았다.
글로벌 IB들도 M&A 금융 자문에서 두각을 보여 CS는 10건의 딜을 조력해 6조 7046억 원의 자문 실적을 쌓았다. 스위스금융그룹인 UBS에 넘어간 CS는 지난해 SPA를 체결한 한화그룹의 대우조선해양 인수가 5월 완료돼 2조원의 실적을 더해 미국계 최대 IB인 JP모건(6조 1237억 원)을 추월했다. JP모건은 글랜우드 프라이빗에쿼티(PE)의 PI첨단소재 매각 거래(9732억 원) 등에서 금융 자문을 맡았다.
삼일PwC는 금융에 이어 회계 자문에서도 총 112건의 거래를 맡아 18조 8519억 원에 달하는 딜을 마무리했다. 삼일PwC는 한앤컴퍼니의 루트로닉 인수(9577억 원)를 비롯해 SK팜테코 자본 유치(6600억 원) 등 올 해 시장의 주목을 받은 주요 거래의 회계 실사를 수행했다. 4분기에는 SK엔펄스 파인세라믹 사업부를 한앤컴퍼니에 매각(3600억 원)할 때 양측 회계 실사를 수행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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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정KPMG는 총 51건을 자문해 15조 6621억 원의 자문 실적을 쌓았다. 롯데카드의 교통카드 사업 자회사인 로카모빌리티를 맥쿼리PE에 매각(3961억 원)한 것과 KT클라우드의 자본 유치(6000억 원) 등이 대표 딜로 꼽힌다.
M&A 법률 자문에선 김앤장과 광장이 각각 1·2위에 올랐고 법무법인 태평양과 세종 역시 상위권을 지키며 4대 로펌의 지위를 다졌다.
김앤장은 총 100건의 거래를 자문해 31조 원 이상의 M&A를 완료했다. 1조 1200억 원 규모의 에어퍼스트 소수지분 거래에서 매각 측인 IMM PE를 도왔고, SK쉴더스 매각에선 매각과 인수 양측의 법률 자문을 수행했다. 지난해에 이어 2위에 오른 광장은 78건(12조 7023억 원)의 거래를 자문했고 태평양과 세종은 각각 37건, 52건의 거래를 수행해 9조 원 이상의 자문 실적을 쌓았다.
투자업계는 M&A 시장이 내년에는 금리 인하 기대감으로 자금 조달이 원활해지면서 조(兆) 단위 대형 거래가 늘면서 회복될 것으로 예상했다. 올 해는 2조 원 이상 대규모 딜이 MBK파트너스와 UCK의 오스템임플란트 인수, EQT파트너스의 SK쉴더스 인수 등 2건에 그쳤다. 내년에는 당장 우선협상자가 선정된 HMM 매각이 6조 4000억원 규모로 완료될 지가 최대 관심이다. HMM 매각 하나 만으로도 자문을 맡은 삼성증권과 삼일PwC 등이 리그 테이블에서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다.
주요 기업의 사업 재편 움직임이 활발해지면서 파이어세일(급매)에 나선 매물도 쏟아질 전망이다. SK스퀘어 자회사인 11번가는 강제 매각 수순에 들어갔다. 워크아웃(기업구조개선작업)에 돌입한 태영그룹도 삼일PwC를 주관사로 선정해 레저사업 계열사인 블루원 매각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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