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등 불씨 되는 것 안타까워…사법부 독립 위협 가능성 유념”
김명수 퇴임 후 70여일 동안 대법원장 권한대행…후임 없이 퇴임
(서울=연합뉴스) 이대희 기자 = 안철상(66·사법연수원 15기) 대법관이 6년 임기를 마치고 대법원을 떠나며 “법관은 부단한 성찰을 통해 중립성을 유지하면서 보편타당하고 공정한 판단을 해야 하고, 주관적 가치관이 지나치게 재판에 투영되는 것을 늘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안 대법관은 29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퇴임식에서 “사법부의 판단은 최종적인 것으로 분쟁을 종식시키는 것이 돼야 마땅함에도 새로운 갈등의 불씨가 되기도 하는 안타까운 상황이 발생할 때도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최근 일부 판사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발언 등이 외부에 알려져 법원 판결에 대해서까지 정치적 편향성을 의심받은 사례가 발생한 것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해석된다.
안 대법관은 이어 “사법부에 대한 국민 신뢰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법관이 외부의 부당한 영향이나 내부의 간섭을 받지 않고 오직 헌법과 법률에 따라 독립해 심판하는 것이 필수적”이라며 “민주화가 이뤄진 오늘날에도 사법권의 독립이 위협받을 수 있음을 유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우리 헌법은 사법부가 선출되지 않은 기관으로서 정치적 영향력에서 벗어나 본연의 역할을 수행할 것을 기대하면서, 스스로를 지키기 위한 칼도 지갑도 주지 않고 국민의 지지와 신뢰를 바탕으로 존립하도록 정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38년 동안의 법원 생활에 대해 “국민을 처리할 일의 대상이 아닌 주권자인 주인으로 받들겠다고 다짐해왔지만 수많은 사건에 매몰돼 소홀함이 없었는지 자책감이 들 때도 많았다”며 “밤낮으로 고심하면서 법 너머에 있는 법을 발견하기 위해, 현실 너머에 있는 진실을 밝히기 위해 끊임없이 애써왔다”고 돌아봤다.
2018년 1월 임기를 시작한 안 대법관은 같은 달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에 따른 법원행정처 쇄신 작업의 일환으로 법원행정처장에 임명됐다.
의혹에 대한 법원의 3차 내부조사를 맡은 특별조사단의 단장직도 겸직했지만 격무로 1년 만에 자리를 내려놨다.
지난 9월 24일 김명수 전 대법원장이 퇴임한 후 이균용 전 대법원장 후보자의 임명동의안 부결을 거쳐 조희대 대법원장이 임명될 때까지 70여일 동안 선임 대법관으로서 대법원장 권한대행을 맡았다.
안 대법관과 이날 퇴임하는 민유숙(58·18기) 대법관은 후임 없이 물러난다. 대법원장 공백 상황에서 권한대행이 대법관 제청 절차를 밟는 것이 적절하지 않아 조 대법원장 취임 후인 이달 8일부터 후임자 선정 절차가 시작됐기 때문이다.
경남 합천 출신인 안 대법관은 1986년 마산지방법원 진주지원 판사를 시작으로 각급 법원에서 민사·형사·행정 등 각종 재판 업무를 두루 담당했으며 대전지방법원장 시절 김명수 전 대법원장이 제청하고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임명했다.
건국대 법대를 졸업한 ‘비서울대’ 법관으로, 임명 당시 ‘서울대·50대·법관’이라는 남성 대법관의 전형적인 틀을 벗어났다는 평가를 받았다.
대법관으로서 판결 성향은 중도·보수로 평가받는다.
2019년 8월 ‘국정농단’ 사건 상고심에서 안 대법관은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씨 측에 대한 삼성의 승마지원에 대해 두 사람이 뇌물수수죄의 공동정범에 해당한다는 다수의견에 동의하지 않았다.
2020년 7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경기도지사 시절 공직선거법 위반 전원합의체 판결에서는 이 대표를 유죄로 봐야 한다는 소수의견을 냈다.
2vs2@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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