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는 최근 도쿄와 수도권 가정들을 중심으로 아이들 교육을 위해 지방 소도시로 이주하는 이른바 ‘교육이주’가 유행하고 있다. 엔저와 고물가로 해외 유학을 보내기 빠듯한 부모들이 이주를 결심하고, 인구 감소로 지방소멸 문제가 대두되는 일본 지자체들도 적극적인 유치에 나서면서 향후 중장기적인 인구분산 효과가 나올지 관심이 주목되고 있다.
28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니케이)은 최근 도쿄 주오구에서 가나가와현 즈시시로 이주한 40대 가족의 인터뷰를 인용, 학구열이 높아 경쟁이 심한 도쿄에서 벗어나 지방 소도시로 ‘교육 이주’를 떠나는 학부모가 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주를 결심한 히라타 마리씨는 “아이의 초등학교 입학식을 앞두고 학교 앞에서 중학교 수험을 위한 학원 전단을 나눠주고 있었다”며 “초등학교 3학년까지 80~90%가 학원에 다니는 도쿄의 학구열 과열에 교육관의 차이를 느꼈다”고 니케이에 전했다. 히라타씨는 이후 후쿠오카현이나 나가노현 등 교육 시스템이 갖춰져 있으면서도 방과 후 산이나 바다에 가기 쉬운 동네를 찾았고, 결국 가나가와현 즈시시 시로 이주했다.
원래 일본에서 아이 교육을 위해 거처를 옮기는 ‘교육 이주’는 부유층만의 선택지로 꼽혔다. 여기에 최근 심화된 엔저와 고물가로 교육을 위한 해외 이주는 쉽게 고려하기에는 그 부담이 컸다. 이에 자연이 좋은 소도시로 보내는 국내 유학이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른 것이다.
특히 고속열차로 30분 정도 거리의 가나가와현 등은 최근 제2의 교육 도시로 태어나는 중이다. 지난 9월에는 영국 명문 국제학교 럭비 스쿨 재팬이 개교했다. 학비가 연 450~550만엔(4000만~5000만원)으로 고액이지만, 해외에 보내는 것보다는 훨씬 싸다는 이유로 도쿄 등 인근 도시의 전입 희망자가 줄을 서고 있다.
소도시 이주에 대한 장벽을 낮추기 위해 ‘1주일 유학 체험’을 내거는 곳도 생겼다. 사이타마현과 인접한 도쿄 북서부 오메시에서는 지난 10월부터 부모와 미취학아동이 함께 1주일간 현지에서 지내면서 아이를 시내 어린이집에 보낼 수 있는 ‘어린이집 유학’을 선보이는 중이다. 아이들을 위한 쌀 탈곡 체험, 강변 산책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인기를 끌고 있다.
저출산과 고령화로 인한 인구감소가 심각한 일본에서는 이 교육이주가 지방 소멸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도 나오고 있다. 일본에서는 이미 국내 이주를 추진하는 기관인 ‘JOIN’이 창설돼 목적에 맞는 교육 이주 정보, 지역별 정보, 부모를 위한 일자리나 빈집 등의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도 적극 나서고 있는데, 사이타마현의 경우 2021년부터 어린이집 정보와 더불어 아이를 위해 이주한 부모들의 재택근무 등을 상담할 수 있는 ‘이주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와카야마현에서는 지난 6월 폐교한 학교를 리모델링해 제2외국어를 전문으로 하는 명문 초·중·고교를 만들겠다고 발표했다. 산으로 둘러싸인데다, 인근에 순례길로 유명한 구마노고도가 지나가는 곳이다. 현에서는 기숙사는 설치하지 않지만, 학생 절반 이상을 와카야마현 외의 ‘국내 유학자’로 받겠다고 선언했다. 지역 직접 이주를 적극 장려하겠다는 뜻이다. 그간 와카야마현의 사립 초등학교는 단 2곳뿐이었으나, 이번 개설로 교육을 위한 인구가 몰려들며 지역이 다시 활기를 찾게 될 것이라는 기대가 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며 재택근무가 늘고, 일과 삶의 균형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문화가 바뀌면서 일본의 교육이주 현상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니케이는 “최근에는 회사 중심에서 자기 가족을 소중히 여기는 삶의 방식이 중시되고 있다. 지역과 상생하면서 부모와 자녀가 함께 성장하는 지역은 앞으로 그 인기가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전했다.
전진영 기자 jintonic@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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