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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발선물 대신 과자 꾸러미만”…경기 침체에 기부율도 ‘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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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 문제를 겪는 보육원 아동들이 많이 생겨서 치료비가 필요한데 올해는 기부가 줄어 걱정이에요.”

28일 서울 마포구의 한 아동 보육시설 원장 A씨는 올 연말 후원자 기부가 예년보다 대폭 줄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통상 크리스마스와 연말이 되면 단체 기부자들이 하루에 3~4팀씩 방문했지만, 올해는 발길이 뚝 끊겼다. 더욱이 코로나19 이후 언어발달에 어려움을 겪는 아동들이 늘면서 해당 보육원은 더 많은 운영비를 마련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A씨는 발달 지연 아동들을 위한 치료비 마련 생각에 막막할 뿐이다.

고물가와 경기침체 여파로 올 연말 사회 복지시설에도 기부의 손길이 줄어들고 있다. 복지단체들은 팬데믹 종료 이후 경기가 되살아나면서 후원도 늘어날 것으로 기대했지만 좀처럼 늘지 않는 기부에 울상을 짓고 있다.

서울 강동구의 한 아동보육시설도 후원자 기부가 줄어들면서 시설 운영이 녹록지 않다. 해당 보육시설에서 근무하는 사회복지사 B씨는 “오랜 기간 시설과 인연을 맺어온 장기 후원자들도 최근에는 연락이 많이 끊겼다”며 “경기침체로 경제적 상황이 어려워진 후원자들이 미안한 마음에 전화하지 않고 계신다”고 밝혔다.

최근에는 후원자들이 보육원 아동들에게 후원하던 선물의 종류마저 소액 위주로 바뀌었다. B씨는 “매년 연말이 되면 기부자들이 보육원 아동들에게 옷이랑 신발을 선물했는데 올해는 유독 과자 꾸러미 선물이 많다”며 “연말 보육원에 들어오는 선물 종류를 보면 경기 침체가 실감이 난다”고 말했다.

경기침체 여파로 올 한해 기부를 했다고 응답한 시민들의 수도 코로나19로 경기가 한창 어렵던 시기보다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청의 ‘2023년 사회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 1년간 기부를 했다고 답한 응답자는 전체의 23.7%로 나타났다.

이는 코로나19가 확산하기 이전인 2019년(25.6%)에 비해 1.9%포인트 줄어든 규모다. 기부하지 않은 이유로는 ‘경제적 여유가 없어서’라고 답한 응답자가 46.5%로 가장 많았다.

기부자가 대폭 줄어든 상황에서 물가까지 치솟으면서 물품 기부에 의존하던 단체들은 더 큰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종로 탑골공원에서 무료급식소를 운영하는 사회복지단체 ‘사회복지원각’ 관계자는 “수입산 김치가 올해 초 1만2000~1만3000원 하던 게 지금은 1만6000원까지 뛰었다”며 “물가가 뛰면서 지난해보다 하루에 5만원씩, 월 150만원가량 식비가 더 나온다”고 토로했다.

이어 그는 “그간 농장주들이 식자재로 쓰라며 종종 A급 농산물을 기부해주셨는데 요즘은 B급 농산물이 기부 물품으로 많이 들어온다”고 덧붙였다.

경기 불황에 연탄 기부가 줄어들면서 연탄은행도 예상 기부 목표치를 하향 조정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연탄은행이 내년 3월까지 목표로 하는 연탄 배달량은 총 370만장이지만 지난 15일까지 집계된 배달량은 약 246만에 불과하다. 허기복 연탄은행 대표는 “고물가 여파로 연탄 가격이 뛸 것을 예상해 지난해 약 423만장에서 올해 목표를 300만장으로 낮췄는데도 목표치에 도달하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전문가들은 향후 경기침체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사회복지단체들이 이전과는 다른 기부금 모집 방식을 통해 상황을 타개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한다.

아름다운재단 기부문화연구소 이영주 연구파트 파트장은 “이전에는 전단지를 돌리거나 텔레비전 광고를 많이 했지만,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 기부자와 소통하는 방법들을 달리해야 한다”며 “코로나19 이후로 기존의 방식을 전환해야 한다는 인식이 생기면서 복지단체들을 중심으로 기부금 모집 교육 등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조언했다.

이지은 기자 jelee042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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