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수 응찰을 제외하고 단순 계산하면 매년 약 50만 명이 부동산 경매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국내 경매시장이 커지는 만큼 민간 경매를 활성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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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명주 지지옥션 회장이 26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미술품·한우도 조각투자를 하는 시대에 단 100만 원을 가지고 건물에도 투자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법원이 아닌 일반 기업이 진행하는 민간 경매는 미국 부동산 거래 시장의 약 30%를 차지하지만 국내에서는 생소한 개념이다. 지지옥션이 15년 전인 2008년 민간 경매에 도전했지만 경매 물건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은 데다 법원 경매와 달리 강제력이 없는 탓에 집주인들이 10원도 손해 보지 않으려 하면서 결국 사업을 접을 수밖에 없었다.
경매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전자 입찰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현재 한국자산관리공사가 시행하는 공매는 전자 입찰 시스템이 도입됐지만 경매는 참여자가 직접 법정에 출석해야 입찰할 수 있다. 강 회장은 “시공간 제약 때문에 경매 참여자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며 “경매시장을 활성화해 채권 채무를 원활하게 해결하기 위해서는 전자 입찰 시스템을 통해 진입장벽을 낮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지옥션에 따르면 연간 경매 진행 건수는 약 14만 건, 진행 건당 평균 응찰자는 약 4명이다. 한 사람이 여러 번 응찰하는 것을 고려하지 않고 단순 계산하면 매년 52만 명이 경매에 참여하고 있다. 강 회장은 경매의 매력으로 ‘가성비’를 꼽았다. 그는 “경매가 시작되는 가격인 감정가는 보통 시세의 80% 수준이고 한 번 유찰될 때마다 20~30%씩 가격이 내린다”며 “자본금이 부족한 젊은 층이나 노후자금을 운용해야 하는 장년층에는 좋은 재테크 수단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경매에 참여하기 전 관련 분야에 대한 공부는 필수라고 강조했다. 그는 “경매가 위험한 것은 잘못하면 망한다는 것”이라며 “권리 분석을 잘 못해 선순위 세입자에게 돌려줘야 하는 금액을 고려하지 못하는 등 실수를 하면 되돌리기가 어렵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집 주변에 나온 경매 물건부터 직접 권리분석과 시세를 조사하고 부동산 가치에 대한 평가를 해보면서 시각을 넓히는 것을 추천한다”고 덧붙였다.
강 회장은 내년에도 경매 물건 증가세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특례보금자리론 등 낮은 고정금리로 갈아탈 기회가 내년부터 없어지는 데다 고금리가 한동안 이어지며 이자를 버티지 못한 물건이 경매시장에 나올 것이라는 분석이다. 실제 지난달 전국 주거용 부동산인 아파트·빌라·오피스텔 및 상가 경매 진행 건수는 총 9015건을 기록했다. 이는 2013년 10월(9861건) 이후 가장 많은 수준이다. 그중 아파트 경매 진행 건수는 2829건으로 전년 동월(1904건) 대비 48% 늘어났다. 강 회장은 “투자자 입장에서는 선택의 폭이 넓어지지만 그만큼 옥석 가리기가 더욱 중요한 한 해가 될 것”이라고 짚었다. 이어 “내년 경매 물건은 늘어나지만 대출 규제로 인한 매수세 위축으로 낙찰률과 낙찰가율은 저조할 가능성이 높다”며 “실수요자가 내 집 마련을 목표로 한다면 내년 경매시장에 진입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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