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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탄절 새벽 32명의 사상자를 낸 서울 도봉구 방학동 아파트 화재가 사람의 부주의로 인해 발생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경찰은 소방당국과 한국전기안전공사 등과 26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2시 20분까지 총 21명의 인력을 투입해 화재 현장 합동 감식 결과를 이 같이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전기장판의 코드가 빠져 있는 등 전기적 요인이나 방화로 인한 발화 가능성은 낮은것으로 보인다”며 “그 외 다른 요인도 모두 배제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장에서 결정적인 증거물들이 나왔는데, 전반적으로 인적인 요인에 의한 발화가 가장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앞서 도봉경찰서 등에 따르면 크리스마스였던 전날 25일 오전 4시 57분께 서울 도봉구 23층짜리 아파트에서 불이 나 2명이 숨지고 30명이 다쳤다. 불은 4시간 40여분 만인 오전 8시 40분께 완전히 진압됐다. 화재가 발생한 아파트 301호는 전소됐고 401호와 501호는 발코니 등이 일부 소실됐다. 소방 당국은 재산 피해 규모를 1억980만원 상당으로 파악하고 있다. 도봉구청은 이번 화재로 8가구·23명의 이재민이 발생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들을 인근 모텔 3곳에서 임시 거주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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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근 주민들은 이날 오전부터 아파트를 향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화재 현장을 하염없이 올려다봤다. 화재 아파트 외벽은 그을음이 16층까지 이어져 있었고, 새까맣게 그을린 3·4·5층은 유리창이 모조리 깨져 위급했던 당시 상황을 짐작게 했다.
특히 이번 화재로 30대 남성 2명이 가족을 지키려다 참변을 당한 것으로 알려져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두 명의 아이 아빠인 30대 남성과 최초 신고자였던 30대 남성이 가족들을 대피시켜 살렸지만 자신들은 끝내 현장을 빠져나오지 못해 사고를 당했다.
화재가 처음 났던 3층의 윗집에 살고 있던 30대 박모씨는 아래층에서 불길이 치솟자 “(아이를) 받아 달라”고 외치다가 이불로 감싼 생후 7개월 아이를 안고 결국 베란다에서 뛰어내렸다. 아내는 2살인 아이를 재활용품 포대 쪽으로 던진 뒤 역시 뛰어내렸다. 두 아이와 아내는 무사히 구조돼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지만 박모씨는 머리 쪽을 다쳐 결국 숨졌다.
불길은 아파트 3층에서 외벽을 타고 위층으로 번졌는데, 이번 화재 최초 신고자이자 같은 라인 10층에서 살고 있던 30대 남성 임모씨는 자고 있던 70대 부모님과 동생을 깨운 뒤 즉각 대피시켰다. 임씨는 화재를 알리러 11층으로 올라가다가 계단에서 결국 숨진 채 발견됐다. 소방 당국은 연기 흡입 탓에 숨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화재 피해가 커진 데는 방화문을 제대로 닫아두지 않아 발화 지점인 3층에서 발생한 연기가 계단을 타고 빠르게 상층으로 향한 것으로 추정한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화재 발생 시 아파트 내 방화문이 열려있으면 유독가스 확산과 불길은 빠르게 번진다”며 “특히 불길은 초당 2개층 씩 계단을 타고 올라간다”고 했다. 이어 “계단에 유독가스가 가득 찼을 때는 출입문으로 나가지 말고 베란다에서 기다려야 한다”며 “만약 베란다를 확장했을 경우에는 화장실로 가서 환풍기를 틀고 유독가스가 빠져나가도록 물이 욕실 밖으로 흘러나가도록 틀어놔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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