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상위 20대 은행이 올해 6만명 이상을 해고했다. 주요 중앙은행들의 공격적인 금리 인상에 실적이 쪼그라들면서, 허리띠를 졸라맨 영향이다.
25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세계 최대 은행 20곳은 올해 최소 6만1905명을 해고했다. 이는 2007~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이들 은행이 14만명 이상을 해고한 이래 최대 규모다.
FT는 소규모 은행이나 소수 직원 해고는 포함하지 않았기 때문에 실제 해고 규모는 더 클 수 있다고 짚었다.
20대 은행 가운데 올해 가장 많은 인력을 해고한 곳은 스위스 은행 UBS다. UBS는 지난 3월 크레디트스위스를 인수한 후 11월까지 총 1만3000명의 인력을 감축했다. 세르지오 에르모티 UBS 최고경영자(CEO)는 “2024년이 인수의 중요한 해가 될 것”이라고 언급하는 등 추가 해고를 예고했다. 애널리스트들은 앞으로 몇 달 내에 UBS가 약 수천명을 더 해고할 것으로 예상했다.
2번째로 인력 해고가 큰 은행은 미국 은행 웰스파고다. 웰스파고는 최근 전 세계 직원 수가 전년 대비 1만2000명 줄어든 23만명이 됐다고 밝혔다. 3분기에만 7000명을 해고하면서, 퇴직금으로 1억8600만 달러(약 2400억원)를 지출했다. 웰스파고는 추가 퇴직금 비용으로 최대 10억 달러를 확보했다. 이는 앞으로 수만 개의 일자리가 사라질 수 있는 수준이라고 FT는 전했다.
월가 대형 은행들은 올해 최소 3만명을 해고했다. 씨티그룹(5000명), 모건스탠리(4800명), 뱅크오브아메리카(4000명), 골드만삭스(3200명), JP모건체이스(1000명) 등이다.
이들 주요 은행들의 인력 감축은 전체 직원의 5% 미만 수준이다. 그러나 유동성 위기를 겪는 영국 메트로 은행은 전체 직원의 5분의 1을 감축할 계획을 세우는 등 일부 은행들은 존폐 위기에 놓여 있다.
금융권 해고 바람은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와 유럽중앙은행(ECB)을 비롯해 글로벌 중앙은행들이 올해 공격적으로 금리를 올린 영향이다. IPO(기업공개) 시장 등의 위축으로 각 은행들의 투자은행 부문은 2년 연속으로 수수료 수익이 급락했다. 실적 악화를 인력 해고로 대응하고 있는 것이다. 애널리스트들은 투자은행 부문이 활기를 되찾지 않는 한 올해의 상황이 내년에도 이어질 것으로 봤다.
다만 HSBC, 코메르츠방크, 유니크레디트 등 최근 몇 년 동안 꾸준하게 인력을 줄여온 일부 대형 은행은 올해 대규모 인력 감축을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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