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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람의 죽음은 비극이고, 100만명의 죽음은 통계에 불과하다.”
잔혹한 숙청을 서슴지 않았던 옛 소련의 스탈린은 이렇게 말했다. 추상화된 죽음의 통계는 그냥 숫자일 뿐이다. 하지만 내 앞에서 일어나는 한 사람의 생생한 죽음은 너무나도 큰 슬픔으로 다가온다.
우리는 통계에는 둔감하고 이야기에는 민감하다. 이야기는 아무래도 이성적이기보다는 감성적일 것이다. 이야기는 기쁨과 분노, 슬픔, 고통에 쉽게 움직이는 우리의 본성에 호소한다.
미국 매사추세츠대학교 토머스 키다 교수는 “지적인 사람도 이야기만 들으면 두 눈을 반짝인다. 인간은 근본적으로 통계학자가 아니라 이야기꾼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우리의 두뇌는 에피소드 같은 이야기를 오래 기억한다. 이야기 방식으로 저장하면 나중에 꺼내기도 쉽다. 단어를 잘 암기하는 사람은 기억을 이야기식으로 엮어 이미지로 저장한다. 딱딱한 플라스틱 물건을 팔 때도 그 물건을 만든 사람들의 이야기가 섞이면 훨씬 잘 팔린다.
요즘 젊은층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셰어하우스(share house)’도 ‘이야기’가 매개된다. 셰어하우스는 입주자가 한 집에서 거실, 주방, 식당, 욕실을 공유하면서 사는 주택이다. 독신자들의 외로움을 달랠 수 있으면서도 비싼 월세 비용을 서로 나눠 낼 수 있는 것이 매력이다.
셰어하우스는 원룸 주택에 인기 드라마 ‘응답하라 1994’의 ‘신촌 하숙’을 섞은 것이다. X세대나 386세대에게 ‘신촌 하숙’이 그리운 것은 맘껏 먹을 수 있는 밥보다 허물 없이 나누던 동료들과의 정겨운 이야기 때문이다. 갈수록 개인화되는 삭막한 도시에서 셰어하우스에서 나누는 이야기는 고독을 이기는 면역제다. 생면부지의 사람도 밥을 같이 먹고 정을 나누다 보면 한 가족이 된다. 이른바 한솥밥의 힘이다. 셰어하우스가 급격하게 늘어나는 1인 가구의 주거 불안을 해결할 방안으로 떠오르는 것도 이 때문이다.
우리는 물건을 살 때도 주위 사람들의 이야기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다. ‘현대차를 살까, 기아차를 살까, 아니면 외제차를 살까’ 고민하는 사람에게 결정적인 정보가 되는 것은 주위 사람들이 건네는 귀띔이다. 수천 명의 구매 고객을 대상으로 조사한 만족도 통계는 참고자료일 뿐이다. 만약 옆자리에 앉아 있는 동료로부터 내가 사려는 차량의 서비스가 형편없다든가, 에어컨 기능이 약하다든가 하는 말을 들으면 이내 포기하고 만다.
인간이 주변의 주관적인 경험담에 쉽게 움직이는 것은 그만큼 비합리적인 구석을 많이 갖고 있다는 증거다. 어찌 보면 그런 모습이 인간적인 면모라 할 수 있다. 우리는 이야기에 때로 열광하고, 때로 절망해 눈물을 흘린다. 하지만 이야기에 취하다 보면 가끔은 판단이 흐려진다. 즉 이야기에만 너무 쏠릴 때 왜곡된 의사결정을 할 수 있다.
특히 요즘 부동산 정보의 유통채널로 자리잡은 SNS에서 성공 투자 이야기를 들었다면 일단 주의해야 한다. 일단 실제보다 과장된 자화자찬 성공담일 가능성이 있다. 자신의 실패담을 돈 벌이를 위해 마케팅하는 일은 드물다. 그리고 SNS에서 고수가 제공하는 귀뜸 정보 역시 정제되지 않은 거친 정보일 가능성이 크다. 이른바 ‘카더라 통신’의 한계일 수 있는 것이다. 이미 오를 때로 올라 새로 투자하기에는 이미 늦었을 수도 있다. 입소문으로 부풀려진 성공 스토리의 함정을 경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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