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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의 전시]ACC포커스 ‘가이아의 도시’·변종곤 개인전 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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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이주의 전시는 전국 각지의 전시 중 한 주간 만나볼 수 있는 다양하고 매력적인 전시를 정리해 소개합니다.

▲ACC 포커스 ‘가이아의 도시’ =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에서 개막한 2023 ACC 포커스 ‘가이아의 도시’는 자연을 대변하는 식물과 문명 주체인 인간의 관계를 사유하는 전시다.

가이아는 고대 창조 신화에 등장하는 여신으로 모든 생명의 탄생과 성장, 죽음과 재탄생의 순환을 관장하는 대지의 어머니를 상징한다. 그러나 이번 전시에서 가이아는 인간을 포함한 모든 생명이 살아갈 수 있도록 지구의 화학적 상태를 일정하게 유지하는 자기조절시스템, 즉 ‘능동적 존재’로서의 대자연을 의미한다.

근대 시대의 산업화와 자본주의의 폭발은 인간과 자연을 대립적인 관계로 분열시켰고, 인간의 우월함을 강조하며 자연의 지배자로서 그 위치를 분명히 했다. 그 결과 가이아는 항상성 유지를 위해 이상기후와 자연재해, 각종 바이러스와 질병 등 자기조절을 통해 인간 중심의 기계론적 세계관을 극복하려는 반작용을 일으켰다.

최근 포스트 휴머니즘의 관점으로 자연에 대한 재고찰이 이루어지면서, 인간-자연의 공존과 지속 가능성에 대한 담론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재 사유하고 생태적 연대와 균형의 중요성을 깨달은 우리는 ‘인간 문명’의 시대가 아닌 ‘생태 문명’의 시대를 받아들여야 하는 시점에 놓이게 됐다. 이번 전시는 자연이 인간의 필요와 욕구에 의해 도시로 이주되고 변형되는 현상, 그럼에도 생명력을 잃지 않으며 인간과의 공존을 실천하는 식물의 능동적 의지를 다루면서 지속 가능한 생태 문명에 대한 고민을 나누고자 기획됐다.

ACC 관계자는 이번 전시를 통해 “인간과 비인간(non-human)의 유기적 관계와 이를 유지하는 가이아의 시퀀스(sequence)를 이해하고, 생태적 연대에 대한 담론이 지속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전시는 ‘2023 ACC 사운드랩‘ 1팀을 포함한 한국, 중국, 일본, 프랑스, 시에라리온(서아프리카) 출신 작가 11팀의 작품을 소개한다. 전시는 내년 2월 25일까지, 광주광역시 동구 문화전당로 ACC(국립아시아문화전당) 문화창조원.

▲변종곤 개인전 = 더페이지갤러리는 변종곤 작가의 개인전을 개최한다. 이번 개인전에서 작가는 1997년부터 2013년도 사이에 제작된 작품 24점을 선보인다.

1978년 제1회 동아일보 미술대전 대상을 받으며 시대상을 반영한 특유의 극사실주의 유화로 주목받은 작가는 정부의 압력을 피해 1981년, 만 33세에 돌연 미국 뉴욕으로 이주한다. 전업 작가로서 그림만을 그리며 작업 세계를 펼치고자 했지만 거칠고 험난한 이민 생활에 교통비조차 없던 그는 길가의 버려진 물건을 줍고, 벼룩시장과 중고 서점을 드나들며 누군가에게 쓸모가 다한 물건들을 수집한다.

뉴욕 길거리의 버려진 냉장고, 선풍기, 라디오, 가구 등을 주우며 변종곤은 어렸을 적 할머니가 구해다 준 미군 부대의 상품 카탈로그를 떠올리고 욕망으로부터 탄생해 결국 쓸모를 다하자 버려진 물건들에 온기를 느낀다. 전혀 다른 생을 지닌 이 오브제들은 작가의 손을 거쳐 또 다른 생을 부여받는다.

“이질적인 것의 만남과 충돌에서 창조가 이루어진다”고 말하는 작가는 이제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오브제를 수집하고 미술·과학·종교·사상을 초월한 자신만의 자유로운 조형 언어를 선보인다. 작가의 작품 세계는 일찍이 미국 평단의 인정을 받아 알바니미술관, 클리브랜드미술관, 인디애나폴리스미술관 등에 소장되었으며, 마리 로제 감독이 제작한 그의 다큐멘터리가 뉴욕현대미술관에서 상영되기도 했다.

이번 전시는 미술사, 영화, 문학, 그리고 종교적 기호를 메인으로 1997년부터 2013년도 사이 뉴욕에서 제작된 작품들이 주를 이룬다. 여기엔 어렸을 적 할머니를 따라갔던 교회와 절의 기억, 극장에서 봤던 흑백 영화, 21세기에 진입하던 세계의 혼란스러움이 담겨 있다. 한국과 미국, 두 나라의 역사와 정치적 혼돈을 모두 겪었지만, 작가는 비판과 풍자를 넘어서 자신만의 유머와 해학을 작품에 담고자 한다. 이번 전시는 격변하는 시기의 뉴욕을 목격한 이민자로서의 작가의 시선을 경험할 수 있으며, 지난 4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쌓아온 작가의 작업 세계를 톺아보는 기회를 제공한다. 전시는 내년 2월 3일까지, 서울 성동구 서울숲2길 더페이지갤러리.

▲아고스티노 이아쿠르치 개인전 ‘메이킹 룸’ = 문화 예술 레지던시 ‘아티비스트(ARTIVIST)’는 이탈리아 작가 아고스티노 이아쿠르치(Agostino Iacurci)의 개인전 ‘메이킹 룸(Making Room)’을 아시아 최초로 개최한다.

전시는 레지던시 작업기간 동안 작가가 다양한 문화에 영감을 얻은 예술적 결과물을 선보이는 자리로, 한국 전통 건축 요소와 식물 모티프를 섬세하게 결합한 작가 고유의 평면적 화풍과 자연스러운 조화를 선보인다. 작가는 한국의 전통 색채 기법인 ‘단청’에 주목해 다양한 작품을 제작했는데, 단청의 선명한 색상과 기하학적 패턴에 깊은 인상을 받은 그는 한국 전통을 존중하는 마음과 현대 미술의 시각으로 재해석한 자신만의 독특한 작품을 탄생시켰다.

특히, 화려한 색감의 미술 작품과 전시 공간 속 콘크리트 건축 디자인은 관람객들의 상호 작용 몰입을 위해 신중히 연출됐다. 갤러리 벽과 공간 또한 모두 작가의 예술 작품 요소로 기존의 고정관념을 탈피한다. 전시를 위해 특별히 제작된 벽은 기하학적 형태와 공명하여 건축 공간이 자연스럽게 캔버스로 연결되는 유동적 시각 서사를 만들어낸다. 이러한 혁신적인 접근 방식은 예술과 공간 간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들어 관람객에게 독특하고 매력적인 경험을 제공한다.

전시 제목인 ‘메이킹 룸’은 예술을 혁신적으로 접근하려고 한 작가의 시도가 담겨 있다. 그에게 공간이란 단순히 물리적인 경계가 아니며, 2차원 작품이 3차원 경험으로 전환되는 과정의 탐구와 은유적 탐구의 결합을 뜻한다. 작가는 이번에 발표한 작품들이 지역의 유산과 국제 이야기가 역동적으로 상호 작용하는 문화적, 사회적 표현으로써의 캔버스로 발전하기를 기대하고 있다. 자신이 감명받은 다양한 문화적 요소를 관련성 있게 엮어낸 작가의 끈질긴 노력은 관람객들이 익숙한 환경을 낯설고 새롭게 바라볼 수 있는 영감을 선사한다. 전시는 내년 1월 27일까지, 서울 강남구 논현동 스페이스 맷.

김희윤 기자 film4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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