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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z-FOCUS] 18일만에 끝난 ‘경영권 싸움’…주주가치 제고·법적 분쟁 남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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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z-FOCUS] 18일만에 끝난 '경영권 싸움'…주주가치 제고·법적 분쟁 남아
조현범 한국앤컴퍼니 회장이 21일 서울 서초구 중앙지법으로 출석하며 취재진에게 미소를 짓고 있다. 성형주 기자

사모펀드 운용사 MBK파트너스가 주도한 한국앤컴퍼니(000240)(옛 한국타이어그룹) 주식 공개매수가 불발되며 ‘2차 형제의 난’은 조현범 회장의 승리로 18일 만에 막을 내렸다. MBK의 경영권 인수 시도가 실패로 돌아가자 업계에서는 22일 “예상된 결과”라는 반응을 내놓았다. 조 회장의 지분이 42.03%에 달해 MBK와 손잡은 장남 조현식 고문, 장녀 조희경, 차녀 조희원 씨의 합산 지분(30.35%)과 격차가 컸고 조 회장이 빠르게 우호 세력을 확보하며 일찍이 승기를 가져왔기 때문이다.

조 회장의 경영권 방어에는 아버지 조양래 명예회장, 사촌 효성그룹의 지원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조 명예회장은 MBK가 공개매수를 선언한 지 일주일 만에 “사재를 동원해서라도 사태에 직접 개입하겠다”는 입장을 냈다. 2020년 조 회장에게 경영권을 넘겨주고 일선에서 물러났지만 평생 일군 회사가 사모펀드에 넘어가는 것을 지켜만 볼 수 없다고 판단해서다.

조 명예회장은 6차례에 걸쳐 한국앤컴퍼니 지분 2.72%를 사들이며 후계자로 점찍은 조 회장의 우군으로 등장했다. 한국앤컴퍼니 지분 전량을 조 회장에게 넘긴 지 3년 반 만의 일이다. 이후에도 추가 매수를 진행하며 조 명예회장의 지분율은 4.41%까지 높아졌다.

사촌 기업인 효성그룹도 백기사로 참전했다. 핵심 계열사인 효성첨단소재(298050)가 한국앤컴퍼니 주식 0.15%를 보유하고 있다며 18일 조 회장의 특별 관계자로 이름을 올린 데 이어 주식을 추가 매입해 보유 지분을 0.75%로 늘렸다. 조 회장의 우호 지분은 47.19%로 과반에 근접했다. 특별 관계자 이외에 숨은 우호 지분이 더 있다는 분석도 힘을 얻었다.

[biz-FOCUS] 18일만에 끝난 '경영권 싸움'…주주가치 제고·법적 분쟁 남아

발 빠르게 우호 지분을 확보한 조 회장은 경영권을 지켜낼 수 있다는 메시지를 시장에 줬다. 공판 참석 길에 MBK를 향해 “아니면 말고 식 딜을 지양하라”며 직접 자신감을 표하기도 했다. 공개매수가 성공할 가능성이 낮다는 인식이 퍼지며 기관과 외국인투자가 역시 조 회장에게 힘을 실어줬다. 조 회장이 사법 리스크를 갖고 있지만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161390)(한국타이어)가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하는 등 경영 성과에 높은 점수를 준 결과로 풀이된다.

MBK는 초반부터 밀리던 판세를 뒤집는 데 실패했다. 2만 원으로 제시한 공개매수 가격을 2만 4000원으로 높이고 지배구조 개선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호소문을 냈지만 분위기를 바꿀 수는 없었다. 초기에만 해도 투자은행(IB) 업계에서 “MBK의 한 방이 있을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됐지만 마지막까지 결정적인 카드는 나오지 않았다. 공개매수 참여를 독려한 3남매의 호소도 일반 주주의 마음을 움직이지는 못했다.

[biz-FOCUS] 18일만에 끝난 '경영권 싸움'…주주가치 제고·법적 분쟁 남아
경기도 성남시 판교 소재 한국앤컴퍼니 본사 전경. 사진 제공=한국앤컴퍼니

다만 조 회장이 해결해야 할 과제는 산적해 있다. 주주와의 관계를 회복하는 것이 시급하다. 최근 1년간 1만 원대 초반에 머물던 한국앤컴퍼니 주가는 MBK의 공개매수 선언 이후 2만 원 안팎을 오르내렸다. MBK는 이를 근거로 현 경영진의 잘못 탓에 기업가치가 저평가되고 있다는 공격 논리를 폈다. 조 회장도 “이번 기회를 통해 주주가치 제고에 대한 전략과 제도를 재검토할 생각”이라며 필요성을 인정했다.

장기전에 대비할 필요도 있다. 3남매는 공개매수 성패에 관계없이 주주 자격으로 지배구조 개선을 계속해서 요구하겠다고 공언했다. 업계에서는 3남매가 내년 주주총회를 앞두고 다시 한 번 세력 결집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본다. 최대주주 의결권을 제한하는 3%룰을 활용해 자신들이 추천한 인물을 감사위원으로 선임하는 등의 방법을 사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조 명예회장에 대한 성년후견심판을 활용할 수도 있다. 3남매는 조 명예회장의 건강 상태가 의심된다며 성년후견심판을 진행하고 있다. 서울가정법원은 내년 1월 11일 심문 기일을 진행할 예정인데 법원의 판단 결과를 근거로 판세 뒤집기를 시도할 가능성이 있다.

MBK의 법적 대응도 관건이다. MBK는 조 명예회장의 장내 매수가 시세조종에 해당한다며 금융 당국에 조사를 요청한 상태다. 이후 한국거래소 시장감시위원회가 한국앤컴퍼니의 시세조종 의혹을 들여다보고 있는 만큼 조사 결과에 따라 MBK 측이 재차 반격을 시도할 수도 있다.

서울경제
content@www.newsbe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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