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침체, 전세사기 여파…비아파트 ‘악화일로’
비아파트 규제 완화 촉구 거세, 국민청원 동의 5만명↑
박상우 국토장관 후보자 “다양한 주택공급 필요성” 시사
“규제 풀어도 공급 힘들어…비아파트 관련 규정 재정립해야”
지난해부터 이어진 부동산시장 침체와 전세사기 여파, 아파트를 중심으로 한 규제 완화로 시장에선 비아파트에 대한 규제도 풀어달라는 요구가 연일 거세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가 아파트에서 벗어나 다양한 유형의 주택을 공급해야 한다고 시사하면서 얼어붙은 비아파트 시장에 온기가 전해질지 관심이 쏠린다.
22일 국회 국민동의청원 홈페이지에 따르면 지난 21일 기준 ‘서민 주거생활 안정을 도모하기 위한 비아파트 규제 완화 요구에 관한 청원’ 글에는 5만1200여명이 동의했다.
해당 청원은 지난달 출범한 전국비아파트총연맹에서 게시했다. 이 연맹은 전국임대인연합회, 전국오피스텔연합회, 전국레지던스연합회 등이 연대한 것으로 비아파트 소유주를 중심으로 꾸려져 규제 완화 및 시장 정상화를 촉구하고 있다.
그간 정부 정책이 아파트 중심으로 추진되면서 비아파트 소유주들 사이에선 역차별이란 볼멘소리가 적지 않았다. 청원에서 이들은 서민 주거생활 안정을 도모하기 위해 공급된 다세대, 도시형생활주택, 다가구 등 공동주택과 오피스텔, 생활숙박시설 등 준주택에 대한 규제 완화와 관련 법 개정을 요구했다.
구체적으로는 ▲생숙의 준주택 인정 ▲오피스텔 주택수 제외 ▲소규모 다세대·도생 등에 대한 각종 세 부담 완화 및 정부 지원대상 포함 ▲전세보증금 반환보증의 주택가격 산정기준 현실화 ▲대위 변제된 동일 임대인 소유 다른 가구에 대한 보증금반환보증 가입 허용 ▲보증금 반환대출 확대 등 6가지다.
비아파트는 집값 급등기에 아파트 대체재로 부상했다. 당시 투자수요는 물론 실수요자들도 대거 유입되면서 비아파트 시장은 내 집 마련을 위한 주거 사다리로 인식됐다.
현 정부 들어 과도한 주택 규제를 풀어 주택공급을 확대하겠단 정책 방향이 설정됐지만, 비아파트는 완화 대상에서 제외됐다.
일명 ‘아파텔’로 불리는 주거용 오피스텔은 업무 시설로 간주해 취득 시 아파트 대비 높은 취득세(4.6%)를 내고, 주거용으로 신고하면 주택으로 분류해 종합부동산세 등 각종 세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무주택 실수요자의 내 집 마련을 위해 정부가 올해 한시적으로 추진한 특례보금자리론 등 금융정책 지원에서도 배제됐다.
생숙의 경우, 투기수요를 차단하기 위해 2021년 관련 법을 손질해 숙박 용도로 사용하지 않으면 이행강제금을 내도록 했다. 시장 혼란을 줄이기 위해 이행강제금 부과는 내년 말까지 유예하는 것으로 급한 불을 껐지만, 임시방편에 그친단 지적이다.
정부의 규제 완화에도 공급 부족 우려가 가시화하면서 일각에선 비아파트에 대한 추가 규제 완화가 이뤄질 거란 관측도 나왔으나, 현재로선 이렇다 할 제도 개선 움직임은 없는 실정이다.
이런 가운데 원희룡 국토부 장관 후임자로 지목된 박상우 후보자가 비아파트 공급 활성화를 위한 정책 방향성을 제시하면서 시장 기대감이 고조되고 있다.
박 후보자는 지난 20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 “규제를 우선 완화해 신속하게 도심 내 주택 공급이 많이 이뤄지도록 노력하겠다”며 “주택공급을 위해 노력해야 하는 것 중 오피스텔 건축을 활성화하는 것이 마음 속에 있는 중요한 과제”라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지방과 수도권 가격이 엄청나게 차이가 나는데 집이 두 채라고 동일하게 적용하는 불합리한 것들은 풀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보다 앞서 “도심에 소규모로 다양한 형태의 주택이 빠른 시간 내 공급될 수 있도록 하겠다”며 “아파트를 중심으로 내 집을 가져야 한다는 사고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규제 완화가 쉽지는 않을 거란 견해다. 단지 비아파트 규제를 푸는 것만으로 주택 공급을 촉진하긴 힘들다고 입을 모은다. 투기수요를 자극해 다주택자를 양산할 수 있단 우려도 있다.
서진형 공정주택포럼 공동대표(경인여대 MD상품기획비즈니스학과 교수)는 “규제 완화가 쉽지 않다. 다양한 주택을 공급해야 한단 원론적인 입장에는 찬성하지만, 주택법을 개정해 오피스텔을 주거용으로 인정할 것인지, 업무 시설로 볼 것인지 등 명확한 규정들이 우선 만들어지고 논의해야 할 사안”이라며 “전세사기 여파로 인한 비아파트 시장 기피현상이 희석되려면 2~3년의 시간은 더 필요해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건설업 측면에서 보면 중소건설업체들이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는 상품들이 나와줘야 하는데, 현재 시장에는 고가 아파트 중심으로 공급되고 있다”며 “분양성이 보장돼야 공급 확대가 이뤄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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