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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참시]”버거에 왕돈까스”…또 등장한 롯데리아의 ‘무근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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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견(參見), 풀이하면 ‘어떤 자리에 직접 나아가서 보다’입니다. ‘전진적 참견 시점’은 직접 발로 뛰며 생활 속 유통 현장들을 ‘참견’하는 르포입니다. 한걸음 더 전진해 생생한 현장과 사람들, 뒷이야기를 취재합니다. 현상 속 숨겨진 ‘뷰’도 놓치지 않습니다. 한전진 기자의 ‘전진적 참견 시점’, [전참시] 이제 시작합니다. [편집자]

사진=한전진 기자 noretreat@

보자마자 할 말을 잃었다. 충격과 공포 그 자체다. 돈까스를 시켰는데 빵이 나온 격이다. 거대한 크기에 일단 비주얼은 합격이다. 어떻게 먹어야 할지 생각에 잠긴다. 손으로 잡고 베어먹을까. 그릇에 덜어서 썰어 먹을까. 고민의 시간이 나름 유쾌하다. 맛은 정직하다. 돈까스 그 자체,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 누구나 먹어본 ‘그 맛’이다. 

롯데리아가 버거 신제품으로 ‘K-왕돈까스 버거’를 출시했다. 아직 정식 출시는 아닌 일부 매장에서 판매 중인 파일럿 제품이다. 성인 남성 손바닥보다 큰 돈까스 패티가 특징이다. 롯데리아는 한국인에 친숙한 돈까스를 버거로 재해석해 또 다른 스테디셀러를 노린다는 생각이다. 일명 롯데리아의 ‘무근본 전략’을 통한 SNS 바이럴 효과도 노림수다. 실제로 유튜브에서는 현재 ‘K-왕돈까스 버거 먹방’ 등 콘텐츠가 줄을 잇고 있다.

당황케 만드는 압도적 크기

지난 20일 오후 찾은 롯데리아 선릉역점. 이미 매장에선 K-왕돈까스 버거를 주문한 사람들이 꽤 있었다. 모두 큼지막한 버거를 두 손에 쥐고 어쩔 줄 몰라 하는 표정이었다. 얼굴에는 당황과 감탄이 교차하고 있었다. 여기저기서 사진 촬영음이 들렸다. 롯데GRS 관계자는 “지난 13일 테스트 판매에 돌입해 현재 약 2000개 이상이 판매됐다”고 설명했다. 

/사진=한전진 기자 noretreat@

모든 롯데리아 매장에서 K-왕돈까스 버거를 파는 것은 아니다. 현재 전국 16개(직영·가맹점) 매장에서만 시범 판매 중이다. 온라인커뮤니티와 SNS 등에서 입소문으로만 판매처가 공유되고 있다. 롯데GRS에 따르면 △서울권(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 선릉점, 서울대입구역점, 구의역점, 서초중앙로점) △인천경기권(부천역점, 수원매탄점, 인천연수점) △부산권(부산비프광장점, 부산온천장역점) 등에서 판매 중이다. 

기자도 선릉역점에서 K-왕돈까스 버거를 구매했다. 가격은 버거 단품 7500원, 콤보 8700원, 세트 9400원이다. 30대 남자 입장에서 ‘가성비’가 나쁘지 않았다. 롯데GRS 관계자는 “돈까스는 남녀노소 대중성이 높다는 점에 착안했다”며 “특히 제품의 크기와 양을 중시하는 2030 남성을 대상으로 타겟팅해보고자 테스트 중인 메뉴”라고 설명했다. 

장점이자 단점인 ‘돈까스’ 

세트 제품 한 개를 집으로 포장해왔다. 양이 많아 남길 것은 마음이 들어서다. 무엇보다 집에서 밥과 김치랑 먹어보고 싶은 마음이 강렬했다. 구성은 간단하다. 번(빵) 사이에 소스가 뿌려진 돈까스 패티가 들어있다. 야채는 일반 버거에 들어가는 양상추가 아니다. 식당 돈까스처럼 양배추를 사용했다. 여기에 돈가스 소스도 별도 동봉된다. 

‘어떻게 먹어볼까’ 고민하는 것도 재미있었다. 원하면 매장에서 제공하는 나이프나 포크로 잘라 먹어도 된다. 손으로 쥐고 먹어도 큰 불편함은 없다. 햄버거를 감싸는 포장지가 일반 버거보다 훨씬 크다. 기자는 따로 접시에 덜어서 시중 돈까스처럼 먹어봤다. 밥, 김치, 단무지 등과 플레이팅한 모습이 그럴싸했다. 역시 빵보다는 밥과의 조합이 더 어울렸다. 번을 빵 대신 라이스버거의 ‘라이스 번스’로 사용해도 괜찮을 것 같았다.

/사진=한전진 기자 noretreat@

맛은 일반 경양식 돈까스의 맛이다. 패티는 국내산 등심을 사용했다. 씹는 식감이 나쁘지 않다. 비릿한 고기 맛도 없다. 분식집과 견주어도 손색이 없었다. 실제로 김밥천국의 돈까스 가격 8500원 정도다. 이 점을 고려하면 가격 면에서도 경쟁력이 있다. 포만감이 롯데리아 버거 중 극강이다. 기자는 평소 버거 하나를 먹으면 아쉬워서 두 개를 먹는 편이다. 하지만 K-왕돈까스는 전혀 이런 생각이 들지 않았다.

물론 단점도 뚜렷하다. 양이 많다 보니 금방 물린다. 김치가 없었으면 다 못 먹었을 것 같다. 소스가 한 가지뿐인 것도 아쉬웠다. 무엇보다 다른 롯데리아 버거 대비 맛이 ‘특별히’ 뛰어나지 않은 점이 크다. 먹다 보면 ‘롯데리아에서 왜 이걸 먹고 있지’라는 근본적인 의문이 든다. 롯데리아는 정식 출시 전 고객 피드백을 잘 살피겠다는 입장이다. 

이유 있는 ‘무근본 전략’

사실 롯데리아의 강점은 이 같은 ‘무근본’에 있다. 이는 유튜버 침착맨이 정의한 롯데리아의 판매 전략이다. 롯데리아는 버거에 대한 정체성이 없어 언제나 변화무쌍하고 다양한 메뉴를 선보일 수 있다는 이야기다. 만약 이 중 하나가 잘 걸리면 ‘롱런’도 가능하다. 롯데리아 대표메뉴였던 ‘오징어버거’, ‘라이스버거’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무엇보다 무근본 전략은 소비자들을 기대하게끔 한다. 앞으로 어떤 기상천외한 신제품이 나올까하는 ‘재미’다. 이런 재미는 SNS 시대와 맞아 떨어지며 빛을 발하고 있다. 앞서 롯데리아는 만두(청주 매운만두), 탕수육(깡돼후) 등을 선보이면서 소비자들의 이목을 끌었다. 이들 메뉴 역시 인플루언서의 단골 콘텐츠가 되며 SNS에서 큰 화제가 됐다. 이처럼 무근본 제품들은 판매량과 별개로 소비자들 사이에서 롯데리아의 존재감을 높이는 수단이 되고 있다.

롯데리아 k 왕돈까스버거 판매점 / 그래픽=비즈워치

무근본 전략은 프리미엄 버거가 대세인 국내 시장에 던진 일종의 ‘역발상’이다. 현재 버거 시장은 파이브가이즈 등 고가의 외국 브랜드가 들어오면서 ‘요리화’되고 있다. 진중하고 무거워졌다. 여기에 편승해 가격을 올리려는 프랜차이즈 버거 브랜드도 많다. 버거가 버거 답지 못하다는 비판도 많다. 롯데리아는 이런 트렌드에 반기를 들었다. 소비자가 롯데리아 버거에서 무엇을 기대하고 있는지를 잘 알고 있다. 

롯데GRS 관계자는 “K-왕돈까스는 오는 26일까지 시범 판매된다”며 “고객 반응과 매장의 O/P(제조·조리 과정) 등을 고려해 최종 운영 여부를 판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앞으로도 소비자에게 다양한 맛과 재미를 줄 수 있는 제품을 선보여 나갈 것”이라면서 “이는 여타 프랜차이즈 버거와는 차별화되는 롯데리아만의 강점”이라고 말했다. 

비즈워치
content@www.newsbe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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