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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수도권 아파트 분양권 거래시장에서 분양가보다 저렴한 ‘마피'(마이너스 프리미엄) 매물이 적잖게 나오고 있다. 공사비 증가 등으로 분양가가 오르면서 “지금이 가장 싸다”는 인식 확산으로 분양권 매입 열기가 뜨거웠던 올해 상반기와는 분위기가 딴판이다. 고금리 장기화 여파로 금융비용 부담이 커지자 급매를 던지는 경우가 많아졌다는 게 현지 부동산 중개업소들의 설명이다.
21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서울 송파구 오금동 ‘송파 더 플래티넘’ 전용면적 65㎡형 분양권(16층)이 13억7390만원에 매물로 나와 있다. 매도 호가(집주인 팔려고 부르는 가격)가 분양가(14억7260만원)보다 1억원가량 떨어진 것이다. 오금 아남아파트를 리모델링해 짓는 이 단지는 내년 1월 입주를 앞두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서울을 넘어 인천과 경기 등 수도권으로 확산하는 모양새다. 내년 8월 집들이에 나서는 경기 의정부시 ‘e편한세상 신곡 파크프라임'(주상복합아파트) 전용 84㎡A형 분양권(35층)은 5억7639만원에 새 집주인을 찾고 있다. 2021년 12월 공급된 이 아파트 분양가는 6억2639만원이다.
인천 송도에서 내년 12월 준공을 목표로 조성 중인 ‘송도 자이 더 스타’ 전용 84㎡형 분양권(44층)도 분양가 대비 5000만원 저렴한 8억6760만원에 매물로 등록돼 있다.
올해 상반기 분양권을 찾는 수요자들이 적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인 상황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서울·수도권 아파트 분양권 거래량은 총 6654건으로, 작년 하반기(3224건) 대비 2배 이상 늘었다. 같은 기간 평균 거래액도 4억6125만원에서 약 6% 오른 4억8857만원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최근 들어 분양권 매매시장 분위기가 바꿨다. 올해 상반기엔 고금리 기조가 오래 가지 못할 것이란 인식에 힘입어 잠시 활기를 띠는가 싶더니, 하반기 들어서도 고금리 현상이 장기화하면서 침체 양상을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송파구 오금동 한 공인중개사는 “높은 금리에 중도금 대출이자 부담이 커진 분양권 보유자들이 속속 급매를 시도하고 있다”고 전했다.
준공 이후 2달 간의 입주지정 기간 동안 잔금을 치르지 못할 경우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은 연체이자를 납부해야 한다는 점도 부담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추후 마피 분양권 매물이 속속 쏟아져 나올 것으로 보고 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청약 당시 높은 분양가에 팔렸더라도 주변 시세에 맞춰 분양권 가격이 하향 조정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특히 분양가 상한제 지역 폐지 등으로 분양가가 치솟으면서 자금 여력이 좋지 못한 수분양자들이 내놓는 분양권 매물이 시장에 쌓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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