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버트 인수 무산…해외 사업 성장 동력 확보 무산
美 주식 거래 서비스·동남아 진출 등 다각화 ‘제동’
카카오페이의 미국 종합증권사 시버트 경영권 인수가 그룹 사법 리스크로 인해 무산되면서 카카오페이증권의 경영 전략 수립에도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카카오페이증권은 시버트를 발판 삼아 해외 주식 거래 등에서 성장의 동력을 마련하고 적자 폭을 줄여 나갈 계획이었지만 이러한 구상에 제동이 걸리게 됐다.
2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카카오페이가 추진했던 미국 증권사의 경영권 인수가 불발되면서 자회사인 카카오페이증권의 성장에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카카오페이의 대주주인 카카오가 사법 리스크에 묶인 가운데 카카오페증권이 사활을 걸었던 해외 주식 거래 서비스 사업도 암초를 만난 것이다.
카카오페이는 전날인 20일 시버트와 양사 간 합의에 따라 2차 거래를 진행하지 않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카카오페이는 지난 4월 시버트의 지분 51.0%를 두 차례에 걸쳐 약 1039억원에 취득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이후 5월에 지분 19.9%(807만5607주)를 취득하는 거래를 마쳤고 내년 중 2차 거래를 통해 나머지 지분(2575만6470주) 인수가 완료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김범수 창업자 등 카카오 그룹 경영진이 SM엔터 주가 조작 혐의로 수사를 받으면서 상황은 반전됐다. 카카오가 창사 이래 최대 위기에 빠지자 시버트는 지난달 카카오에 “2차 거래를 종결하기 어려운 ‘중대한 부정적인 영향’이 발생했다고 판단한다”는 내용의 서신을 보냈다. 사실상 인수 계약 중단 통보였다.
시버트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공시 자료를 통해 ‘중대한 부정적 영향’의 의미에 대해 한국 당국이 카카오페이와 모기업 카카오에 ‘조치를 하는’(taking action)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양사가 협의 끝에 2차 거래를 진행하지 않기로 하면서 시버트는 내년 3월 29일부터 3년에 걸쳐 500만 달러(약 65억원) 규모의 합의금을 카카오페이에 지급하기로 했다. 다만 카카오페이는 지난 5월 진행된 1차 거래를 통해 보유한 지분(19.9%)과 시버트 이사회 구성원 자격을 유지하고 이사회 멤버로 해야 할 역할을 지속하기로 했다.
이에 해외 주식 부문을 확장하고 동시에 해외 시장을 공략하려던 카카오페이의 전략에도 차질이 빚어졌다.
카카오페이는 시버트 인수 후 미국 주식 애프터마켓 서비스와 24시간 미국 주식 거래 등을 지원해 서학개미들의 거래 편의성을 강화할 계획이었다.
또 카카오페이증권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과 미국 주식 주문 시스템을 결합해 해외 주식 거래 솔루션을 만들어 동남아시아를 비롯한 해외 핀테크 기업에게 제공할 방침이었으나 이같은 사업 다각화 대응이 불투명해졌다.
카카오페이증권의 실적 전망에도 먹구름이 드리웠다. 카카오페이증권은 올해 3분기 116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면서 3분기 연속 적자를 이어갔다. 경쟁사인 토스증권이 올해 3분기 흑자 전환에 성공하면서 연간 기준 흑자 달성에 가까워진 것과 대비된다.
이들의 실적 희비를 가른 건 해외 주식 위탁매매 서비스다. 카카오페이증권이 사업 초기 간접투자 중심의 펀드 서비스에 주력하면서 정식 MTS 서비스를 한발 늦게 개시한 것이 원인이 됐다. 토스증권보다 1년 앞선 지난 2020년에 출범했지만 MTS는 작년 상반기에 출시해 토스증권 대비 1년 여 늦어지며 수익 격차가 벌어진 것이다.
정태준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카카오페이증권은 성장 동력으로 기대했던 해외 주식 수수료 수익이 작년 3분기에 급등한 후로는 유의미한 성장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며 “흑자 전환 가능성도 여전히 요원해 내년의 점유율 확대 여부가 흑자 전환의 성패를 가를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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