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임팩트 이호영 기자] “여러분에게 일요일은 어떤 날인가요. 가족과 혹은 지인과 함께 시간을 보낼 겁니다. 오랜만에 잡았던 약속에 나가 즐겁게 보내겠죠. 우리 마트 노동자들은 주말엔 평일보다 훨씬 바쁘고 우리만 쉬지 못하는 박탈감을 느끼는 날입니다.”
21일 오전 영하 15도, 체감온도 영하 25도. 매서운 추위에도 불구, 서울시 대형마트 노동자들이 기자회견을 위해 삼삼오오 시청 앞에 모여들었다.
대구·청주시에 이어 서울시까지 확대된 대형마트 의무휴업일 평일 변경에 대해 서울시 마트 노동자들이 목소리를 냈다.
이들의 요구는 한달에 단 두번이라도 주말에 남들 쉴 때 쉬고 일할 때 일하게 해달라는 것이다. 노동자의 몸과 마음 건강을 지키기 위해서다. 가족과 함께 쉬는 소소한 행복을 뺏지 말아달라는 것이다.
대형마트 노동자들은 유통산업발전법 제12조 2항에 의무휴업일 조항을 만들기 전까진 한달에 두번도 주말에 쉴 수 없었다. 온전한 주말을 보내며 사람답게 살려고 해왔다고 했다.
이날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마트산업노동조합은 서울시청 시민청 앞에서 모여 “마트를 비롯한 복합쇼핑몰과 백화점, 유통 물류센터 등지 모든 매장에 주말 의무휴업을 도입해도 모자랄 판에 서울시는 이를 정면으로 역행하고 있다”며 서초구와 동대문구 2개구의 의무 휴업 평일 변경을 일방적으로 추진한 서울시를 규탄하고 이를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유통산업발전법에 따르면 법은 ‘의무휴업일을 공휴일에 지정해야 하고 공휴일이 아닌 날을 지정하려면 이해당사자와 합의를 거쳐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지만 정부와 서울시는 마트 현장 노동자를 이해당사자에서 배제하고 있다.
이로 인해 대형마트 현장 일선의 노동자들은 매우 혼란스러움을 느끼고 있다. 이날 현장에 참석한 마트 일선의 한 조합원은 “정말 1월부터 바뀌는 것인지, 원래 계획했던 휴무는 어떻게 되는 것인지, 관리자에게 물어봐도 모른다고 한다”며 “우리의 휴일이 바뀐다고 하는데 마트 노동자 중 그 누구도 우리의 휴일이 언제, 누가, 왜 바꾸는지 알 길이 없다”고 했다.
무엇보다 이 자리에서 이들은 남들 모두 쉬는 주말에 쉴 수 없고 일해야 하는 게 정신 건강에 주는 악영향에 대해 토로했다. 일요일이나 공휴일 근무는 노동자의 사회적으로 중요한 시간을 방해하고 업무로부터 심리적인 분리도 방해한다. 업무로부터 몸과 마음을 회복하는 게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것이다.
이에 대해 조건희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활동가는 “주말에 일해야 하는 게 노동자 회복 경험이나 정신 건강 등에 악영향을 준다는 보고는 이미 많다”며 “한국에서도 이미 노동 시간이 같더라도 한달에 4일 이상 주말 근무한 경우 남성 45%, 여성 36%가 우울 증상이 증가했다는 보고도 있다”고 했다.
이어 “올해 의무휴업이 평일로 변경된 대구와 청주지역 마트 노동자를 대상으로도 조사해봤다”며 “특히 청주지역 노동자들은 정책 과정에서 본인들의 목소리가 반영되지 않은 채 평일 변경 후 변화를 감내해야 하는 상황 때문에 집단적인 스트레스와 우울을 호소했다”고 덧붙였다.
이들 지역 노동자들은 직무 스트레스 회복 경험도 줄었다. 조 활동가는 “주말에 많이 일하는 건 직무 스트레스로부터 회복 정도를 떨어뜨려 노동자의 정신·신체적 건강과 업무 생산성 등에 나쁜 영향을 준다”고 했다.
마트노조는 이번 서울시 2개구 평일 변경을 서울시 전체로 확대하려는 시도의 신호탄으로 보고 서울시·서초구청·동대문구청에 대해 지속적인 투쟁을 벌여나가겠다고 했다.
이들은 “지난해 서울시는 지자체 권한이라고 분명히 답했다”며 “지자체 권한인데 중앙 정부와 시가 나서서 변경을 추진하는 것은 명백히 월권과 탈법을 저지르는 것”이라고 봤다.
이날 기자회견에 앞서 서울시 공무 집행자들과 노조원들 간에 한바탕 실랑이가 벌어졌다. 서울시 쪽에서 서울시청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지 못하게 막아 이동했는데, 이동하라고 한 장소 입구 앞은 작업 차량 이동한다고 다시 비키라면서 욕설이 오갔다. 실제 회견 도중에 지게차가 밀고 들어오려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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