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내년 총선을 앞두고 대대적인 물가 잡기에 나서면서 유통업계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특히 주류업계는 서민들이 자주 즐기는 소주에 이어 맥주에 매기던 세금이 조정되며 가격인하 압박에 직면했고, 배달료 및 원재료값 급등으로 인해 가맹점주들로부터 가격 인상 요구가 빗발치던 치킨업계는 인상 시기 놓고 눈치전에 돌입했다.
소주 이어 맥주값도 내리나
21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이날 오후 열리는 본회의에서 맥주와 탁주에 매기는 세금에 적용되는 ‘물가연동제’를 폐지하는 내용의 주세법 개정안이 통과될 예정이다. 개정안은 매년 소비자물가상승률에 따라 조정하던 탁주와 맥주 세율을 앞으로는 각각 1㎏당 4만4400원과 88만5700원으로 정하고, 주류가격 안정 등을 고려해 이 세율의 30% 범위에서 대통령령으로 조정하도록 했다. 또 올해 말 일몰되는 생맥주에 대한 80% 세율 경감도 2026년 12월31일까지 3년 연장하는 내용도 담겼다. 당초 이 법은 지난해 맥주가격이 급등하면서 정부의 올해 세법 개정안에 담겼으며, 예산부수법안으로 지정돼 내년도 예산안과 함께 이날 국회 문턱을 넘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정부의 맥주값 인하 압박은 한층 거세질 전망이다. 앞서 정부는 내년부터 국산 증류주에 대한 기준판매비율을 도입, 세금을 낮춰주는 방식으로 주류업계의 소주가격 인상 대열에 제동을 걸었다. 이날 하이트진로는 소주 제품인 ‘참이슬’과 ‘진로’의 출고가격을 오는 22일 출고분부터 선제적으로 인하한다고 밝혔다. 당초 하이트진로는 내년 1월1일부터 이들 소주의 출고가를 10.6% 낮추기로 했지만, 정부의 물가안정 노력에 동참하고 소비자 부담을 완하하기 위해 인하 시기를 앞당겼다. 롯데칠성도 ‘처음처럼’과 ‘새로’ 등 소주 제품의 출고가를 이전보다 각각 4.5%, 2.7% 인하한다고 밝힌바 있다.
다만 주류업계는 맥주가격 인하에 대해선 신중한 모습이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주류업계 관계자는 “종량세에 대한 물가연동제가 폐지되면 세금 인상분에 대한 가격 인상요인이 사리지는 만큼 가격 인상을 제어하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면서도 “다만 매년 정기적으로 늘어나던 세금 인상분이 탄력적으로 적용되는 것이지 기존 내부 원가 요인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닌 만큼 물가연동제 폐지로 인한 가격 인하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설명했다.
가맹점주 “치킨값 인상” 압박
‘국민간식’으로 꼽히는 치킨 프렌차이즈 업계는 올 들어 배달 수수료와 원자재값 인상 등을 이유로 가맹점주들로부터 가격 인상 요구가 빗발치면서 인상 시기를 저울질해왔다. 하지만 정부의 물가안정 기조에 따라 치킨값 인상에 나서지 못하는 모습이다.
bhc치킨이 최근 개최한 전국 가맹점 협의회 ‘2023 하반기 간담회’에서는 가맹점 수익 개선을 위해 치킨 가격을 인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한 가맹점주는 “전반적으로 형성된 치킨 물가 범위에서의 가격 조정이라면 소비자들의 이해는 물론 가맹점 수익성 개선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그동안 여러 차례 요구한 가격 조정이 이제는 이뤄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bhc치킨 측은 우선 가맹점주들의 요청에 따라 가격 인상 여부를 고민하고 있다. bhc치킨 관계자는 “가맹점 운영의 어려움을 감안해 가격을 인상해 달라는 요구는 올해 초부터 꾸준히 누적돼 왔다”면서 “내년에도 다양한 고객 연령층 확대를 통한 가맹점의 매출 상승과 수익성 개선을 위해 가맹본부의 다양한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다만 다른 치킨 업체들은 ‘도미노 인상’은 없을 것이라며 선을 긋고 있다. 한 치킨프렌차이즈 관계자는 “내년 총선까지 가격 인상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혜원 기자 hmoon3@asiae.co.kr
구은모 기자 gooeunm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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