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르면 내년 2~3월 중국으로…일반인에게도 ‘CITES’ 알려
멸종위기종 보전으로 동물원 역할 확대…동물원수족관법에 ‘변신 중’
(용인=연합뉴스) 이재영 기자 = 공원을 굽어살피는 거대한 판다.
경기 용인시 에버랜드에 들어서면 마주하는 대형 푸바오 상(像)은 인기가 웬만한 연예인을 가볍게 뛰어넘는 ‘국민 동물’ 푸바오의 현재 위상을 보여준다.
용인시 처인구 기온이 낮에도 영하 5도 안팎에 그쳤던 20일에도 푸바오와 바오 가족을 만나려는 사람들이 에버랜드 판다월드로 끊임없이 몰렸다.
이날 오후 찾은 판다월드에서 푸바오는 높은 나무 대에 ‘고뇌’하는 듯한 자세로 앉아 카메라 세례를 받았다.
건너편 우리에선 러바오가 바닥에 앉아 대나무를 질겅질겅 씹으면서 푸바오와 마찬가지로 카메라 세례를 받고 있었다.
‘푸바오 할아버지’로 불리는 강철원 사육사는 최근 한 방송에서 판다월드 방문객이 하루 7천~8천명 정도라고 밝혔다.
20일 만난 에버랜드 동물원 관계자들도 바오 가족이 ‘밥값’ 이상을 동물원에 가져다준다는 점을 부인하지는 않았다.
바오 가족이 동물원에 수익을 가져다주고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주는 역할만 해 온 것은 아니다.
멸종위기종과 멸종위기종을 보호하려는 노력을 알리는 역할도 톡톡히 해냈다.
푸바오 중국 반환을 앞두고 이를 아쉬워하는 많은 사람이 푸바오가 중국으로 가야 하는 이유를 알아보다가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 동·식물종의 국제 거래에 관한 협약'(CITES·사이테스)을 알게 됐다.
판다는 1984년 국제거래가 원칙적으로 금지되는 CITES 부속서 Ⅰ에 등재됐고 이를 기점으로 중국 ‘판다외교’ 방식도 선물에서 임대로 바뀌었다.
내년에 만 4세로 짝짓기 적령기에 들어서는 푸바오는 이르면 내년 2~3월 중 중국 판다 서식지로 돌아갈 예정이다.
관련 협상이 진행 중인데 코로나19 대유행으로 그간 짝짓기 적령기에 도달했지만, 중국으로 가지 못한 판다들이 줄 서 있어 푸바오 차례가 언제 올지는 미지수인 것을 알려졌다.
동물원이 ‘유희의 공간’에서 판다와 같이 멸종위기종을 연구하고 보전하는 기관으로 역할을 넓힌 지는 이미 오래됐다.
에버랜드 동물원에 있는 동물 119종 가운데 61%인 73종이 CITES에 규정된 1급 또는 2급 멸종위기종이다.
에버랜드 동물원은 환경부가 지정한 ‘서식지 외 보전기관’이기도 하다.
최근에도 보전기관으로서 역할을 해냈다.
에버랜드 동물원에는 1996년 경기 남양주시 팔당호에서 크게 다친 채 구조된 큰고니 부부가 산다.
큰고니는 2급 멸종위기 야생생물이자 천연기념물이다.
큰고니 부부는 구조된 지 24년 만인 2020년 고령에도 기적적으로 새끼를 낳는 데 성공했다.
동물원에서 잘 관리받은 것이 기적적인 노령 번식의 이유로 꼽힌다.
큰고니 부부는 올해 6월에도 번식에 성공했는데 이때 태어난 큰고니들을 야생으로 보내기 위한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야생으로 돌아갈 큰고니들은 현재 부산 쪽 대체 서식지에 머물며 자연에 적응 중으로, 몽골에서 내려온 야생 큰고니 무리와 합류할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국내 멸종위기종 복원사업은 정부 주도로 꾸준히 진행됐고 성과도 나고 있다.
제3차 자연공원 기본계획에 따르면 작년까지 반달가슴곰·산양·여우 등 멸종위기 야생동물 3종과 야생식물 13종 복원사업이 진행됐다.
반달가슴곰은 70여마리, 산양과 여우는 각각 약 100마리로 늘어나 복원사업이 성공적으로 이뤄졌다고 평가된다.
동물원들은 또 한 번 변신을 요구받고 있다.
최근 동물원수족관법이 개정되면서 동물원·수족관 ‘등록제’가 ‘허가제’로 바뀌어 난립이 어려워졌고 동물 특성에 맞춘 환경을 갖춰야 하게 됐다.
특히 ‘오락과 흥행 목적 동물 올라타기·만지기·먹이주기’가 금지됐다.
먹이주기 등 금지와 관련해선 ‘교육 계획에 따라 허가권자에게 허가받은’ 동물 체험활동은 여전히 허용된다는 한계가 있지만 동물원에서도 동물을 ‘애완물’로 대해서는 안 된다는 원칙이 세워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개정 동물원수족관법으로 동물원이나 수족관이 아닌 곳에선 야생동물을 전시할 수 없게도 됐다.
이로써 야생동물을 무분별하게 들여오는 일이 조금은 줄어들 것으로 기대된다.
지금 우리 사회는 야생동물을 ‘상품’으로 대했을 때 그 책임이 얼마나 크고 오래 지속되는지 뼈저리게 느끼는 중이다.
한국은 1981년부터 1985년까지 농가 소득 증대를 목적으로 멸종위기종인 곰을 수입해 사육하는 것을 허용했다.
국제사회 비난에 곰 수입은 1985년 금지됐지만 사육은 지난 40여년간 불법이 아니었다.
최근 웅담의 인기가 떨어지면서 사육 곰이 열악한 서식 환경에 방치되는 경우가 많아졌고 이는 연이은 ‘곰 탈출 사고’로 이어지고 있다.
곰 사육을 금지한 야생생물법 개정안이 20일 국회를 통과했다.
현재 농가에 남은 사육 곰들은 2026년부터 보호시설로 옮겨갈 예정이다.
인간의 욕심으로 야생동물인 곰을 사육한 지 45년 만에 사육이 끝나는 셈이다.
jylee2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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