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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량: 죽음의 바다’ 김한민 감독이 띄운 이순신 리마인딩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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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량: 죽음의 바다 김한민 감독 / 사진=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스포츠투데이 서지현 기자] 마침내 김한민 감독이 이순신 3부작 프로젝트 마지막인 ‘노량: 죽음의 바다’를 스크린에 띄웠다.

김한민 감독의 이순신 3부작 프로젝트 최종장인 영화 ‘노량: 죽음의 바다'(연출 김한민·제작 빅스톤픽쳐스)는 임진왜란 발발 후 7년, 조선에서 퇴각하려는 왜군을 완벽하게 섬멸하기 위한 이순신(김윤석) 장군의 최후의 전투를 그린 전쟁 액션 대작이다.

10년에 걸쳐 ‘명량'(2014), ‘한산: 용의 출현'(2022), ‘노량: 죽음의 바다'(2023)을 그려낸 김한민 감독은 “’10년이 이렇게 지나갔구나’라는 생각이 들면서, 이순신 장군의 말을 빌리자면 ‘천행(天幸)’이었다. ‘명량’ 땐 세월호 참사가 있었고, ‘한산’ ‘노량’ 때는 코로나 시국을 거쳤기 때문에 개봉을 못할 뻔했다. 그야말로 ‘천행’이었다”고 소회를 전했다.

촬영 마친 뒤 2년 반에 걸친 후속작업 뒤 관객들과 만나게 된 ‘노량: 죽음의 바다’에 대해 김한민 감독은 “제가 무대인사 때 ‘만들어야 할 작품을 운이 좋아서 만들게 됐고, 보여드려야 할 작품을 보여드리게 돼서 참 감격스럽다’고 말씀드렸던 적이 있다. 지금이 그런 심정”이라며 “3부작을 마무리할 수 있어서 다행이었고, 그걸 만들어서 다행스럽게도 보여드릴 수 있어서 뿌듯하다”고 덧붙였다.

다만 김한민 감독은 “단지 ‘명량’의 흥행에 힘입어 속편을 만든 개념이 아니라, ‘한산’과 ‘노량’이라는 작품이 왜 존재해야 하고, 왜 만들어지고, 유지해야 하는지에 대한 뚜렷한 의식이 있었다. 그런 지점에서 ‘노량’은 더 각별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장군님의 마지막 대사 한 마디를 감히 주제넘게 붙일 수 있게 됐다. 송희립(최덕문)이 ‘장군님의 명을 수행할 수 없습니다’라고 하자 ‘아직도 모르겠냐. 기어이 완전한 항복을 받아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선 끝까지 라도 쫓아야 한다’는 장군님의 대사 한 마디를 어떤 기록에서 추출한 게 아니고 전반적으로 어떤 언행 속에서 추측했다, 내지는 요약했다고 표현할 수 있을 것 같다”며 “제가 감히 그렇게 해도 이순신 장군이 왠지 저를 그렇게 나무랄 것 같진 않았다. 거기에 대한 확신이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전체 배경에 걸친 해전이 설계됐고, 극복해 나가면서 만들어낼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노량: 죽음의 바다 김한민 감독 / 사진=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오랜 세월에 걸쳐 이순신 장군을 다양한 각도에서 그려낸 김한민 감독은 “이 영화가 왜 존재해야 되는지를 따진다면, 모두가 다 끝난 전쟁이라고 이야기하고, 적들이 돌아가겠다는 상황에서 고독하게 끝까지 수행하려는 이순신 장군님의 모습이 매우 중요한 화두였다”며 “완전한 항복, 그리고 완전한 종결에 대해 생각이 이르렀을 때 굉장한 전율이 있었다. 장군님의 마지막 대사에 의미가 바로 이것이 아닌가 싶었다. 그것을 표현할 수 있다면 ‘노량’이란 작품이 나오는 것이 큰 의미가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고 전했다.

앞서 김한민 감독은 ‘명량’ ‘한산’ ‘노량’에 걸쳐 각기 다른 이순신 장군의 모습을 그려냈다. 이에 대해 김 감독은 “‘명량’에선 용장의 모습을, ‘한산’에선 지장의 모습을, ‘노량’에선 현장의 모습을 그리려고 했다”며 “‘명량’에서 최민식이 이순신 장군을 했으니까 ‘그대로 가도 되지 않을까’라는 마음과 ‘배우를 바꿔볼까’라는 생각이 양존했다. 근데 최민식이 ‘명량’을 찍고 나서 한 편에서 에너지를 다 쏟으니까 그거면 됐다고 하더라. 그래서 온전히 다른 이순신으로, 그것에 맞는 배우와 함께 하면 좋겠다고 판단해서 결정을 내렸다”고 말했다.

그렇게 탄생한 ‘노량’ 속 이순신 장군은 배우 김윤석이 그려냈다. 김한민 감독은 “현장의 모습은 굉장히 지혜롭고 혜안을 가진 모습이다. 그런 이순신의 모습을 ‘김윤석’이라는 배우가 표현해 주기 적합하다고 생각했다”며 “그만큼 문무를 겸비하고, 그런 모습의 이순신을 표현하기 위해선 ‘김윤석’이라는 배우가 굉장히 희귀한 존재였다고 표현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노량’에선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모두가 아는 이순신 장군의 마지막 유언이 그려진다. 이에 대해 김한민 감독은 “모두가 아는 결말, 모두가 아는 역사다. 그래서 그 장면을 안 찍을까 단호하게 생각했다. 밑져야 본전이라 잘 찍어도 밑진다는 생각이 있었다. 그걸 피해 갈 순 없었다”며 “다만 그걸 어디에 배치할지 스킬적으로 타이밍을 조절했다. 그 장면을 안 찍을 순 없었다. 거기엔 장군님의 진정성이 있다. 진심이 들어있기 때문에 그 장면을 안 찍으면 이 영화가 아무리 치열한 해전을 보여줘도 올바르게 적용되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고 고백했다.

이어 작품 속에서 이순신 장군은 최후를 맞이하기 직전 조선 수군의 사기를 진작시키기 위해 북을 친다. 김한민 감독은 “장군의 대의가 북소리에 총합돼 있다고 생각한다. 북소리가 울리면서 시마즈가 귀를 틀어막고 토해내면서 괴로워하지 않냐. 그게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그렇게 배치하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며 “그 북소리는 결국 장군의 뜻이고, 전쟁을 끝까지 수행해서 기어이 완전한 항복을 받아내자는 중요한 상징성이다. 동시에 그 북소리로 인해서 조선 수군과 명나라 장수들이 격려받고, 힘내서 싸우게 된다. 마지막 결론은 북소리와 함께 정리가 돼야 한다는 것이었고, 이순신 장군은 북소리와 함께 돌아가셔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노량: 죽음의 바다 김한민 감독 / 사진=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다만 일각에선 해당 장면이 다소 담백하게 지나갔다는 반응도 이어졌다. 김한민 감독은 “정공법이었다. 이순신의 진정성을 어떤 톤 앤 매너로 가져가면 좋을지 김윤석과 소통했다. 그 장면에서 ‘결코 이 전쟁을 이렇게 끝내선 안된다’고 하시면서 돌아가시지 않냐. 눈을 뜬 채로 거기서 화석화되듯이 돌아가신다. 거기에 북이 울린다. 그러다 보니 관객들은 담백하게 처리된다고 이야기하시지만, 결과적으로 그렇게 보이는 것이 진정성을 그렇게 표현한 것”이라고 답했다.

더불어 이순신 장군의 마지막 전투인 만큼, 지난 10년에 걸친 해상 전투신의 노하우를 쏟아부어야 했다. 특히 노량해전은 조선을 비롯해 왜, 명나라가 1000여 척의 배로 맞붙는 동북아 역사상 최대 해상 전투다. 이에 김한민 감독은 러닝타임 152분 중 100분을 해상 전투신에 투자했다.

김한민 감독은 “이순신 장군이 그렇게 치열하게 마지막 전투에 임했던 지점을 보여주고자 했던 것이 제일 중요했다. 실제 역사적 사실로도 가장 많은 배가 부서졌고, 밤부터 아침, 오전까지 이어진 전투라 가장 많은 사람들이 죽었다”며 “이 전투를 따라가게 하는 이해도나 명징성이 뚜렷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야 관계들이 따라가고, 전장 한 중심에 있는 이순신 장군이 굉장히 고독하게, 중심에 계셨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롱테이크 기법으로 인물들을 따라가려고 했다. 명나라에서 시작해 이름 없는 조선 수군을 비추고, 이름 없는 일본 왜병, 그리고 다시 조선에서 그 끝에 이순신 장군이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또한 김한민 감독은 “임진왜란 중 야간 전투는 여러 차례 있었지만 가장 치열했던 것은 노량해전이다. 그래서 광원이 제일 중요했다. 기본적으로 월광이 있었고, 배의 화구에서 나오는 불타오르는 광원과, 인위적으로 무언가를 불태우는 광원도 있었다. 어떻게 하면 어둠 속에서 해전을 따라가면서 관객들이 피로하지 않게 볼 수 있을지를 매우 중요하게 생각했다”며 “반응들을 봤을 때 ‘너무 어두워서 못 봐주겠어요’라는 글들이 간혹 올라오더라. 그건 영화 상영관을 의심하시면 된다”고 농담했다.

노량: 죽음의 바다 김한민 감독 / 사진=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어느덧 10년에 걸쳐 이순신 장군을 그려낸 김한민 감독은 ‘노량’을 마지막으로 이 시리즈의 끝을 장식하게 됐다. 다만 김한민 감독은 “나는 아직 장군님을 보낼 생각이 없다”고 웃음을 보였다.

이어 “이건 그냥 하나의 영역이다. 또 다른 영화들을 기획하고, 준비하고 있다. 이 시리즈는 끝났지만, 이순신의 또 다른 이야기가 있으면 나올 것”이라며 “이번에 편집할 때마다 울었다. 팔불출도 아니고…’한산’ 땐 현장에서 눈물이 났는데 ‘노량’은 편집본을 볼 때마다 눈물 포인트가 명확하게 달라졌다. 어쩔 땐 장군님이 돌아가실 때, 어쩔 땐 다시 일어나는 아들의 모습에, 어쩔 땐 송희립과 대화할 때, 장례식 때도 백성들과 함께 울었다”고 털어놨다.

이와 함께 김한민 감독은 “제가 그린 3부작은 ‘이순신 정신의 리마인딩’이라고 표현할 수 있다. ‘명량’에선 모두가 두려움에 빠진 상태에서 용기를 전하는 이순신이 있었다. 그런 정신이 우리에게 중요하다고 본다. 집단적인 어려움에 빠진 상태에선 힘들지만,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용기로 바꿔낼 수 있다는 게 대단하다. 그런 정신은 비단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한 김한민 감독은 “‘한산’에선 전체적으로 수세에 빠졌지만, 봉쇄나 인공적으로 바꿔내는 지점들이 쉽지 않았다. 그런 결정적인 전투를 지휘하고 수행하는 이순신의 모습은 평소에 준비되지 않거나, 집중력 있게 수행하지 않았다면 할 수 없었을 거다. 거짓됨 없이 정직하게 전쟁을 수행하지 않았다면 도저히 잡아낼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런 정신이 지금 이 시대에 살아가면서 필요한 것 같다”며 “‘노량’은 결국 어떤 부당한 침략을 통해 올바른 전쟁의 종결이 무엇인지에 대해 리마인딩 할 필요가 있다고 전한다. 우리의 역사가 제대로 종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지속적으로 불행한 결과를 낳는 사례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 그런 지점에서 이순신 장군의 정신은 특별하게 리마인딩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스포츠투데이 서지현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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