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누리꾼들에게 심상찮은 제목의 책 한 권을 소개해 그 이유에 관심이 쏠린다.
조 전 장관은 지난 19일 페이스북에 “리차드 도킨스의 제자이자 자연사 다큐멘터리 제작자인 루시 쿡의 명저 ‘암컷들(BITCH)’을 진화생물학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에게 강추한다”라는 글과 함께 ‘암컷들’의 표지를 올렸다.
도킨스는 유명한 저서 ‘이기적 유전자’에서 “암컷은 착취당하는 성이다. 착취의 진화적 근거는 난자가 정자보다 크다는 사실에 있다”고 쓴 바 있다.
도킨스의 제자였던 쿡은 ‘정말 그럴까’라고 의문을 품고 찰스 다윈의 진화론부터 시작해 도킨스에게 이르기까지 세상을 지배해온 이분법적 성이나 자비로운 모성신화 등으로 대변되는 암수에 대한 고정관념에 반기를 들며 ‘암컷들’을 썼다.
쿡은 동물의 성은 암수의 이분법적으로 구분할 수 없는 ‘무정부 상태’라고 주장하며 바람둥이 암사자, 레즈비언 알바트로스, 폭압의 여왕 미어캣, 여족장 범고래 등 수컷보다 방탕하고 생존을 위한 투사로 살아가며 무리 위에 군림하는 자연계 암컷들의 진면목을 소개한다.
이처럼 ‘암컷들‘은 명백히 진화생물학에 대한 책이다. 그럼에도 조 전 장관이 소개했다는 것만으로도 미묘한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조 전 장관이 최강욱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암컷’ 발언을 듣고 웃은 적이 있기 때문이다.
조 전 장관은 지난달 18일 전북 전주시에서 자신의 책 ‘디케의 눈물’의 북콘서트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최 전 의원은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을 비판하다 “침팬지 사회에서는 암컷이 일등으로 올라가는 경우는 없다”고 말했다. 이 말을 들은 조 전 장관은 소리 내 웃었다.
최 전 의원은 다음날엔 민형배 민주당 의원의 출판기념회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부인인 김건희 여사를 겨냥해 “소설 ‘동물농장’에서도 암컷들이 나와서 설치고 이러는 건 잘 없다”고 말했다.
잇단 발언이 ‘여성 비하’ 논란에 휩싸이자 민주당은 최 전 의원의 당원권을 6개월간 정지했다.
강성 민주당 지지자들은 조 전 장관이 ‘암컷들‘을 추천한 건 김건희 여사를 에둘러 비판하는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조 전 장관은 지난 16일 페이스북에서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의 핵심은 선출되지 않은 비선권력의 은밀한 국정개입이었고, 이는 박근혜 탄핵으로 이어졌다”며 “김건희씨 관련 수많은 일 역시 핵심은 같다”고 주장했다.
각각 서울대 법대 출신인 최 전 의원과 조 전 장관은 각별한 사이다. 조 전 장관은 서울대 교수로 재직했을 때 최 전 의원의 석사 논문을 지도하기도 했다.
최 전 의원은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18년 9월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으로 임명돼 조 전 장관과 청와대에서 한솥밥을 먹기도 했다. 당시 조 전 장관은 청와대 민정수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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