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2대 국회의원 선거를 약 4개월 앞두고 여야가 각자 총선에 선보일 인재 발표에 속도를 내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이렇다 할 파급력은 보이지 못하고 대중적인 주목도 끌지 못하면서 ‘인재난’ 아니냐는 지적이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여야 모두 지도부 등 당내 혼란한 상황 정리가 먼저라는 의견도 나온다.
17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민의힘은 19일 영입 인재 9명을 발표하며 민주당도 18일 3호 영입 인재 1명을 발표한다. 다만 얼마나 유권자 표심을 끌어모을지는 미지수다.
앞서 국민의힘은 지난 8일 △하정훈 소아청소년과의원 원장 △박충권 현대제철 연구개발본부 책임연구원 △윤도현 자립준비청년지원(SOL) 대표 △구자룡 변호사 △이수정 경기대 대학원 범죄심리학과 교수 등 5명을 상징성이 큰 ‘1호 인재’로 영입한 바 있다.
이 가운데 하 원장은 불출마를 시사했다. 통상적으로 총선에 출마하는 인사가 ‘1호 영재’로 영입되지만 하 원장은 저출산 대책 부문 정책 제언에 집중하기로 했다. 당내에서는 하 원장에게 지속적으로 출마를 설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수정 교수도 ‘새로운 인사’로 보기 어렵다는 의견이다. 이 교수는 2021년 이미 윤석열 당시 국민의힘 대선 후보 공동선거대책위원장으로 영입돼 활동했고 같은 해 4·7 서울시장 재·보궐선거 나경원 캠프에서 정책 고문으로 활동했다. 이번 총선 영입까지 포함하면 영입만 ‘세 번째’가 된다.
이들 가운데 발표 2~3주 전에 영입을 처음 제안받은 이들도 있다. 일부 인사는 정치 활동을 하지 않은 자신들에게 ‘어떤 경위로 영입 제의가 왔는지도 의문’이라며 영입 절차에 대해 의아해하기도 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재명 대표가 인재위원장을 겸임하며 인재 영입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지난 11일 기후 환경 전문가인 박지혜 변호사를 1호 인재로 영입했고, 14일에는 4차 산업혁명 전문가 이재성 새솔테크 고문을 2호 인재로 영입했다. 민주당은 매주 월요일과 수요일 각 1명씩 소규모로 인재 영입을 발표할 계획이다.
다만 두 인물이 과거 야당 측 ‘영입 인재’로 비견될 만큼 큰 울림을 주지 못한다는 평도 나온다. 민주당 관계자는 “1호 영입은 총선 방향을 알리는 중요한 신호탄으로 볼 수 있다”며 “어떤 정당도 과거처럼 큰 줄기의 메시지나 철학을 담은 인물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고 아쉬워했다.
각 당 간 인재 영입 경쟁은 1990년대 중반인 ‘3김 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15대 총선을 앞두고 김영삼 전 대통령은 운동권 인사였던 김문수(현 경제사회노동위원장), 이재오(현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이사장)와 강골 검사 홍준표(현 대구시장), 이찬진 한글과컴퓨터 창업자 등을 영입해 당시 여당인 신한국당 이미지에 변화를 줬다.
야당 새정치국민회의 김대중 총재도 방송 기자 출신 정동영, ‘대구 출신 여성 판사’ 추미애, 대기업 이사였던 정세균, 인권 변호사 천정배 등을 정계에 입문시켜 당대표와 대선 주자급 정치인들로 만들어냈다.
이후 인재 영입은 개인 ‘스토리’에 집중하는 형태로 변모했다. 정당이 인재를 길러내기보다는 참신한 스토리를 가진 새로운 인물 모시기 경쟁으로 전락해버렸고 점점 더 ‘신박한’ 소재를 지닌 새로운 인물을 발굴하기가 어려워졌다는 지적이다.
일각에선 인재난보다 현재 당내 이슈가 워낙 파급력이 커 인물에 대한 주목도가 떨어지는 것이라는 의견도 제기된다. 국민의힘은 낮은 국정 지지율도 한몫한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여야 정당 모두 인재 영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특히 국민의힘은 낮은 지지도와 내부 정리 미흡으로 인해 인재 영입이 제한적”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 역시 “친이재명계와 비이재명계 간 내부 잡음이 계속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당내 혼선부터 우선적으로 해결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장성철 정치평론가는 “당선될 가능성이 낮아 보인다고 판단하니까 정말 괜찮고 국민에게 신망을 받는 사람들이 국민의힘을 선택하기가 쉽지 않다”고 꼬집었다.
다만 양 당 인재영입위원회는 ‘인재난 논란’에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김성환 민주당 인재영입위 간사는 “설 전까지 (인재 영입을 완료)할 예정”이라며 “인재난은 절대 아니다”고 단언했다. 국민의힘 인재영입위원회에 소속된 박은식 호남대안연대 공동대표도 “인재난이 있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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